장부 아래의 숫자
The Number Beneath the Ledger
1997년 가을, 한 종합금융사 자료실. 옛 장부를 옮겨 적던 기록 담당의 손에서, 숫자는 적을 때마다 불어나고 부도는 아직 오지 않은 날짜로 먼저 도착한다.
189화 완결,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화부터 읽기- 배경
- 1997년 가을, 종합금융사 자료실
- 분류
- 다크판타지, 코즈믹 호러
1997년 10월~1998년 2월
1~25화
1옮겨 적는 자와 전임자의 수1997년 가을, 종합금융사 지하 자료실. 옛 장부를 필름에 옮기던 김도경 앞으로 폐업 출판사의 상자 하나가 도착한다.9분 2적을 때마다 불어나는 법칙옮겨 적은 잔액이 이튿날 불어나 있다. 제 실수인지 아닌지 가리려고 도경은 통제된 실험을 꾸린다.7분 3다섯 번째 손끝까지 읽지 말라는 경고가 붙은 사서의 일지, 그리고 상자 속 네 묶음. 이 상자는 왜 하필 도경에게 왔을까.10분 4필름 위의 날짜전임자가 끝내 다 감지 못한 마지막 필름 한 롤. 반쯤 노출된 그 필름을 도경이 판독기에 건다.7분 5살아 있는 숫자살아 있는 외채 잔액은 죽은 잔액보다 빠르게 불어난다. 외환보유고가 영에 닿을 날을 도경은 셈해 본다.7분 6등급 아래와 조수의 리듬발표 하루 전, 신용등급 강등 통지가 단말에 먼저 와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옮겨 적을 때마다 물때처럼 차오른다.7분 7응답하지 마시오측량기수의 갱 일지에는 여섯 사람에 면직 기록이 일곱 줄. 비어 있는 일곱째 줄이 아직 누군가를 기다린다.10분 8옮기지 않은 숫자엿새 전 시재표에 찍힌 날짜와 금액 그대로 거래처 어음이 부도난다. 시험 삼아 도경은 장부의 한 칸을 비워 두기로 한다.9분 9릴의 마지막 컷청산에 대비해 전 계정을 촬영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도경이 한 계정을 찍을 때마다 위층에서는 그 계정이 닫힌다.7분 10장부 아래의 이름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날, 도경은 총괄 원장을 등불에 비춰 장부 아래를 읽어 내려간다.10분 11받는 이 없는 상자아홉 종금사가 문을 닫은 날, 도경은 처음으로 작정하고 네 일지를 나란히 펼친다.9분 12네 묶음의 재독들면 차는 조수와 잴수록 깊어지는 갱. 도경은 네 일지를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읽어 나간다.9분 13전문을 다시재면 깊고, 들면 차고, 읽으면 번지고, 응답하면 보낸다. 네 묶음이 한 문장으로 이어진 지금, 도경은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8분 14끝까지 읽은 자의 표거울과 단말의 검은 화면에 도경의 목께를 끊는 한 줄이 비친다. 그리고 다섯 번째 묶음 상자가 열린다.9분 15영업정지의 리듬영업정지는 등대 물때처럼 정해진 간격으로 한 칸씩 온다. 라디오보다 먼저 도경이 다음 칸을 짚어 낸다.7분 16강민석의 회사내일 자 명단에 강민석이 일하는 우리 회사가 오른다. 날짜 칸은 비어 있다. 알리려고 입을 열자 말이 음절로 흩어진다.9분 17허락받은 손보존하라는 공문과 함께 이관 상자들이 지하로 내려온다. 상자마다 다른 글씨로 같은 경고가 적혀 있다.9분 18응답하기로도경은 제 정리 노트를 다섯 번째 묶음으로 상자에 넣는다. 넷이 하지 않은 일 하나, 응답이 아직 남아 있다.8분 19응답은 자리바꿈이었다강민석의 이름이 명단에서 지워진 다음 날, 바로 아래 줄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도경은 대체 무엇을 한 걸까.8분 20발신칸의 맛두 번째 응답. 발신칸을 누르자 명단이 손끝을 따라 움직이고 도경은 그 일에 맛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다.9분 21멈출 수 없는 손부고란에서 아는 이름을 본 도경은 이제 그만 누르기로 한다. 비워 둔 자리는 빈 채로 남을까.9분 22받는 이가 보낸 이옮긴 무게가 어디로 갔는지 끝까지 따라가 본다. 그 끝에서 도경은 어느 명부에도 없는 이름 하나와 마주친다.7분 23누구의 손인가거래처를 살리려고 응답했는데 도리어 거래처가 끌려 내려간다. 매일 발신칸을 누르는 그 손이 정말 도경의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7분 24대가의 가속이제는 누르기도 전에 옆줄이 먼저 갈라진다. 강민석의 마지막 줄을 앞에 두고 도경은 계속할지 멈출지 갈림길에 선다.9분 25응답하는 자읽는 자가 옮기는 자가 되고 다시 응답하는 자가 된다. 명단을 여는 일이 더는 무섭지 않은 아침이 온다.10분
1998년 2월~3월
26~39화
26얼굴이 있는 줄명단의 단위가 회사에서 사람으로 내려온다. 부서 정원 감축 항목에서 도경은 강민석의 이름을 찾아낸다.7분 27한 칸 남은 정원자료실에도 정원 감축 한 자리가 통보된다. 산수로만 보면 전임자의 빈자리를 결원으로 처리하면 끝나는 일이다.7분 28내려온 자리이월 이십일, 정원 감축 두 자리가 통보된다. 나란히 놓은 두 사번은 끝 두 자리가 정확히 한 단위 차이다.8분 29응답하는 손새벽에 켠 단말의 본문칸이 한 줄 가득 채워져 있다. 글씨는 도경 자신의 손버릇을 꼭 닮았다.8분 30대신 닫힌 줄이월 이십이일. 도경은 두 손을 발신칸에서 가장 먼 책상 끝에 붙인 채 한 시간을 버틴다. 멈춘다고 무엇이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8분 31멈춘 손은 없다본문칸 둘째 줄의 끝 두 자리가 드러난다. 자금부 사번이고 강민석의 사번에서 몇 단위 위다.8분 32그를 둘러싼 자리밤사이 셋째 줄이 적혀 세로줄이 강민석에게 한 단위 더 다가온다. 발신칸은 비어 있지만 도경은 제 손을 장담하지 못한다.8분 33먼저 고른 줄넷째 줄이 드러나고 강민석까지는 손가락 두 개 거리. 멈춰 있기만 해서는 내려오는 세로줄을 막을 수 없다.8분 34둘레를 비우다본문칸 네 줄이 모두 자금부다. 하루를 벌려면 이제 강민석의 둘레에서 한 자리를 골라야 한다.8분 35그만 남다사흘 동안 도경은 강민석의 둘레를 하루 한 자리씩 옮긴다. 아침마다 가장 먼 줄을 고르는 손은 더 떨지 않는다.8분 36막으려는 손본문칸에 남은 것은 강민석의 한 줄. 도경은 두 시간 일찍 단말을 켜고 셈을 딴 데로 돌릴 길을 찾는다.9분 37가운데 남은 사람본문칸에 이번엔 도경 자신의 줄이 올라와 있다. 옮겨도 나, 옮기지 않아도 나다.9분 38다 적히는 자세로줄은 밤사이 도경의 줄에 닿았다. 아홉 시 공지까지 남은 한 시간, 도경은 다섯 번째 묶음을 펼친다.9분 39다음 기록 담당도경이 떠난 지하 자료실에 새 기록 담당이 발령된다. 빈 다섯째 책상 위에는 받는 이 없는 상자 하나가 놓여 있다.9분
1998년 3월~4월
40~64화
40보존하는 손새 기록 담당은 다섯 묶음의 보존과 분류에 들어간다. 밤사이 본문칸의 제 사번은 끝자리가 한 단위 불어나 있다.9분 41지금 불어나는 일지인수인계서의 마지막 기재 내용을 적으려고 다섯 묶음의 마지막 장을 다시 펼친다. 어제 읽은 숫자와 끝자리가 다르다.9분 42끝까지 읽지 말 것사흘 전엔 보존 담당의 당부쯤으로 넘겼던 카드 한 장, '끝까지 읽지 말 것'. 다시 보니 같은 말이 다르게 읽힌다.9분 43깊이를 재는 손이관 서류의 규모 칸을 채우려고 묶음 두께를 자로 잰다. 잴 때마다 한 푼씩 더 두껍게 나온다.9분 44물때를 적는 손보존 일지를 처음 적으려는데 오늘 날짜 위로 나흘 치 처리 내용이 벌써 제 필체로 적혀 있다.9분 45음절로 갈라지는 손인수인계서에 자료 설명을 적는데 '묶음'이라는 낱말이 두 음절로 갈라진다. 고쳐 적을수록 더 잘게 쪼개진다.9분 46사번을 받는 손다섯 묶음은 상부로 가고 책상엔 여섯째 묶음과 단말만 남았다. 본문칸 제 사번 아래로 치지 않은 글자가 한 자씩 도착한다.9분 47다섯 손의 자리끝 한 자리를 비운 채 밤새 깜빡이는 줄. 묶음은 옮겨 갔는데 묶음이 닫은 자리들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9분 48도경의 깊이도경의 끝 줄이 여섯째 묶음 첫 줄로 건너와 있다. 새 기록 담당은 도경이 어디까지 닫혀 갔는지 읽어 보기로 한다.9분 49그만두려는 손사월 이일, 나는 보존을 멈춰 보려고 한 시간 동안 책상에 손을 대지 않는다. 손이 멈추면 숫자도 멈추는지 지켜볼 참이다.9분 50직무라는 이름상부 담당이 이관 완료 확인서를 들고 내려온다. 기한은 사월 팔일, 마칠 수 없는 일에 날짜가 붙는다.9분 51행위가 키운다나흘 남은 날, 무엇이 숫자를 불어나게 하는지 가려 보려고 세 줄을 놓고 실험한다. 읽기만, 옮기기만, 알고만 있기.9분 52누구의 결과인가사흘 남은 아침, 아직 재지 않은 줄의 보존 완료가 일지에 내 필체로 먼저 적혀 있다. 이것은 누구의 결과인가.9분 53이관되는 상자이틀 남음. 빈 상자에 묶음을 넣으려는데 넣는 손이 보존하는 손인지 내보내는 손인지 가늠이 안 선다.9분 54옮겨지는 법칙이관 하루 전, 뚜껑 덮은 상자를 책상 밑에 내려 두면 적어도 넓게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9분 55사서장의 줄이관일 아침, 단말에서 내 사번 아래로 사서장의 사번이 차오르고 있다. 도경과 달리 나는 아무도 고른 적이 없다.10분 56두 보조의 자리상자가 떠나고 책상이 비었는데 단말에는 두 줄이 더 차오른다. 여섯째 묶음을 함께 묶은 두 보조의 사번이다.10분 57그만둘 수 없음단말의 줄은 넷이 되었다. 막아 보겠다고 걸어 온 길을 하나씩 손꼽으며 아직 열린 길이 남았는지 따져 본다.10분 58측정 대상이 되다밤사이 비어 있던 내 사번 마지막 자리가 찼다. 다른 줄은 아직 깜빡이는데 내 줄만 켜진 채 멎어 있다.10분 59옅어지는 절차내 줄이 끝에서부터 옅어진다. 도경은 겁에 질려 지켜봤지만 나는 이것을 보존 절차로 적어 두기로 한다.10분 60여섯째 묶음내 일지가 든 여섯째 묶음은 닷새 전에 떠났다. 이미 보낸 묶음을 닫으려고 나는 오래된 색인함 앞에 선다.10분 61비움이 채움어제 만든 카드의 받는 이 칸이 밤이 지나도 비어 있다. 모든 것을 미리 적던 손이 그 칸만은 건드리지 않았다.10분 62외부 관찰자의 끝내 줄은 앞 두 자리만 남았다. 부임한 뒤로 줄곧 나는 자료 바깥에서 자료를 돌보는 사람이라고 믿어 왔다.10분 63다음 손을 위하여내 줄에 남은 자리는 하나뿐이다. 그마저 옅어지기 전에, 도경이 그랬듯 다음 손에게 남길 법칙을 적는다.10분 64발신칸의 기척밤사이 내 줄의 마지막 자리마저 지워졌다. 나는 아직 자료실에 앉아 있고 발신 칸이 거듭 깜빡인다.10분
1998년 11월~12월
65~89화
65보내는 손사월에 멈춘 손이 겨울이 오도록 발신 칸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사이 무너진 회사들의 장부가 상자째 또 들어온다.10분 66내일 자 첫 줄어제 발신 칸에 뜬 내일 날짜가 오늘이 되었고 그 아래 주인 모를 낯선 사번 한 줄이 밤사이 차 있다.10분 67응답의 대가아침마다 사번이 한 줄씩 뜨는 데 익숙해진 사흘째. 오늘은 보낸 것은 한 줄인데 옅어지는 줄은 둘이다.10분 68받는 이 없는 발신오늘 사번 옆에는 칸이 하나 더 그어졌다. 이관표의 받는 이 칸인데 그 자리에는 획 하나 없다.10분 69겨울의 명단날짜 아래 한 줄씩 뜨던 것이 오늘은 열한 줄 한 덩어리로 내려왔다. 발신 칸에 명단이 뜬 건 처음이다.11분 70응답이 무엇인지명단 머리 칸이 마저 차면서 겨우내 보내 온 것이 어느 부서의 명단이었는지 드러난다. 응답이란 대체 무엇인가.11분 71손에서 나오는 전문며칠 만에 날짜 아래가 비어 있다. 어젯밤 발신 칸 쪽으로 뻗은 손은 아직 그 자리에서 거두지 못했다.11분 72예고와 사건발신 칸에 내 글씨로 된 명단 다섯 줄이 있다. 늘 내일이던 날짜가 처음으로 오늘이다.11분 73회사와 회사어제 오지 않은 다섯째 줄 위에 오늘 자 줄이 얹혀 있다. 그 줄의 앞자리가 넓다. 회사 하나보다 큰 무언가라는 뜻이다.11분 74멈출 수 없는 발신오늘은 한 줄도 보내지 않기로 한다.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들고 발신 장부를 서랍 깊숙이 넣어 둔다.11분 75사서장에게 보냄겨우내 비어 있던 받는 이 칸에 처음으로 누군가 앉았다. 날마다 대장을 넘기던 사서장의 자리 코드다.11분 76두 보조의 내일사서장의 전문 위에 손끝을 얹은 채 하루를 넘겼다. 아침에 보니 그 한 자리가 고쳐져 있다. 남은 것은 그 값을 누가 치르느냐다.11분 77돌아온 자리받는 이 칸에 내 출근부 넉 자리가 앉아 있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둘 다 나다.11분 78빈 두 자리내 줄에 날짜 칸이 그어진다. '십이월' 뒤의 두 자리는 비어 있고 지금이 바로 그 십이월이다.11분 79내가 만든 예고빈 두 자리 가운데 하나가 밤사이 굳어 내 날짜가 열흘 안쪽으로 좁혀졌다. 오늘 자 전문들도 여느 아침처럼 그어져 있다.11분 80경계의 붕괴발신 칸과 받는 이 칸을 가르던 세로줄이 아침에 보니 아예 없다. 보낸 줄과 받은 줄이 한 칸에 섞인다.11분 81누가 보냈는가어제 한 칸에 떠오른 줄이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분명 내 필체인데 적은 기억이 없다. 누가 보냈는가.11분 82대가의 가속자리에 앉기도 전에 두 줄이 와 있다. 줄과 줄 사이가 자꾸 짧아지고 나는 재는 사람답게 그 간격을 재기 시작한다.11분 83빈 주파수밤사이 칸이 더 두꺼워져 획과 바탕이 구별되지 않는다. 겨우내 재며 버텨 온 손에 처음으로 잴 것이 없다.11분 84사서장의 마지막 줄어젯밤 도드라진 줄이 아침에도 그대로다. 앞은 자료실 코드, 뒤 넉 자리는 내 것이 아니다. 이 방에 그런 번호는 하나뿐이다.11분 85보내는 자도 보내진다비어 있던 마지막 자리에 내 손버릇 그대로인 획 하나가 섰다. 같은 날 사무국은 자료실을 전산으로 옮긴다고 알려 온다.11분 86단말의 마지막 밤사무국 공문이 종이로 내려온다. 전산 이관과 단말 반출은 십이월 열엿새, 내 줄에 적힌 날짜와 같은 날이다.11분 87빈 주파수의 발신자전산실이 이관 전에 사용 기록을 뽑아 간다. 조회 기록은 분 단위까지 남아 있는데 발신 기록은 한 줄도 없다.11분 88아날로그의 끝이관 전날, 필름과 대장이 상자에 묶여 나갈 채비를 하고 서가는 텅 빈다. 이 방이 아날로그로 맞는 마지막 저녁이다.11분 89다음 매체로십이월 열엿새, 내 줄에 적힌 바로 그날이다. 아침에 회선이 끊기고 겨우내 마주 앉았던 옛 단말이 실려 나간다.11분
1999년 1월~7월
90~114화
90부임1999년 일월, 새 기록 담당이 텅 빈 지하 자료실로 첫 출근을 한다. 인계해 줄 사람은 없고 화면 쓰는 법만 배운다.11분 91목록에 없는 상자책상 아래 번호표 없는 나무 상자를 처리하려면 회사 것인지 개인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열어 볼 수밖에.11분 92스캔평판 스캐너 두 대가 들어오고 상자 속 옛 일지를 한 장씩 유리판에 얹어 찍는 일이 시작된다. 한 면에 십오 초.11분 93복제옛 일지 네 묶음의 스캔이 끝나고 공책 하나만 남았다. 오후에는 감사실 요청으로 같은 자료의 변환본을 만들어야 한다.11분 94사내망마지막 공책까지 스캔을 마친 오후, 검색을 시험해 보니 올린 적도 없는 다섯 묶음이 사내 공유 색인에 떠 있다.11분 95전산실로실물이 다 나가 자리를 지킬 까닭이 없어지자 전산실로 옮기라는 공문이 온다. 목록에 없는 나무 상자도 함께 올라간다.11분 96새벽 세 시의 접속월말 정산으로 밤을 새우면서 로그로만 보던 두 시 백업과 세 시 색인을 처음으로 제 눈으로 지켜본다.11분 97한 번에 여럿에게사내보에 등대 일지 두 줄이 실린다. 그런데 둘째 줄은 화자가 원본에서 본 적 없는 문장이다.11분 98되살아난 묶음미뤄 둔 대조가 시작된다. 육백열다섯 면을 원본과 나란히 펴 놓고 파일에만 있는 줄을 하나씩 찾는다.11분 99내보낸 적 없는 파일잡지사 기자가 등대 일지 취재를 문의해 온다. 출처는 화자가 한 번도 올린 적 없는 PC통신 게시판이다.11분 100읽는 사람이 늘었다지운 게시글이 다른 게시판에 다시 올라오고 사본은 일곱 곳으로 퍼졌다. 화자는 사본마다 파일에만 있는 줄을 세어 보기로 한다.11분 101두 번째 열한 달 전 비워 둔 대조표의 둘째 열을 채우는 날. 세려면 열어야 하고 열면 조회 수가 하나 오른다.11분 102일흔째 장무엇을 적을지 정하지 못한 화자는 장 번호와 날짜만 적고 아래를 비운다. 사본을 다시 열기까지 나흘을 버틴다.11분 103고친 한 줄사본의 빈 수치가 스물로 채워져 있다. 이번에는 순서를 제가 잡겠다며 화자는 두 시간 동안 세지 않고 버틴다.10분 104고칠 것이 늘다어제 정정문 아래 달린 답글. 작성자 칸에는 화자가 계정을 만들며 넣은 넉 자리 숫자가 찍혀 있다.10분 105먼저 적은 사흘사본은 사흘 치 장을 앞질러 펴 두었고 수치는 모두 비어 있다. 처음으로 화자가 먼저 적어 보기로 한다.10분 106날짜 없는 장어제 미리 적은 수가 맞을지, 오늘은 세는 일만 남았다. 사본에는 날짜 없는 일흔여섯째 장이 열려 있다.9분 107같은 날 두 장날짜를 비워 두었던 일흔여섯째 장에 날짜가 들어와 있다. 그런데 화자가 짐작한 날이 아니다.9분 108바깥에 건 수일흔여섯째 장이 하루 앞으로 밀려나면서 오늘의 수가 처음으로 사본 어디에도 없다. 대 볼 곳이 사라졌다.9분 109내 글이 든 수어제 바깥에 걸어 둔 수가 검색 결과와 맞아떨어진다. 여섯 달 만에 선 판정을, 화자는 목록을 하나씩 열며 다시 들여다본다.9분 110세지 않은 날사본의 수치 칸에 '세지 않는 날의 수'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화자는 처음으로 하루를 통째로 세지 않기로 한다.9분 111손 없는 갱신세지 않고 보낸 하루가 지났다. 게시판 맨 위에는 화자가 접속한 적 없는 어제 오후의 글이 화자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다.9분 112적힌 대로일지에 '아홉 시 검색 실시'라는 줄이 미리 적혀 있다. 화자는 손을 무릎에 둔 채 아홉 시를 넘겨 보기로 한다.9분 113읽은 사람의 수사본의 수치 칸에 '읽은 사람의 수'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 사람을 세려고 화자는 게시판 글의 조회수부터 열어 본다.9분 114두 자리사본에 구십구가 아닌 두 자리 연도가 찍히고 본사에서 연도 표기 실태 조사가 내려온다. 여섯 달 만에 온 설명이다.9분
1999년 8월~2000년 1월
115~139화
115명령받은 고침손대면 불어난다고 배운 방에, 연도를 네 자리로 고치라는 본사 지시가 온다. 담당은 화자 혼자다.9분 116날짜 자리 세기착수 보고를 하려면 고칠 날짜 자리가 몇인지 세어야 한다. 세면 불어난다고 배운 화자에게, 세어서 보고하라는 일이 떨어진다.9분 117천구백년본사 지침대로 단말 회선을 뽑고 시계를 이천년 일월 일일 영시로 맞춘다. 십 분이면 끝날 시험이다.9분 118상자의 연도색인 일이 시작된다. 화자는 지침에 없는, 연도를 아예 비워 둔 칸부터 손대기로 한다. 그중 넷은 상자의 묶음이다.9분 119구십칠년 목록또 한 번의 점검일. 최근 조회 화면 첫 줄에, 화자가 등록한 적 없는 「일구구칠년 종합자료실 반출 대장」이 떠 있다.9분 120패치 한 줄구칠 옆에 일구구칠을 적는 카드 일이 예정보다 빨리 나간다. 이것도 옮겨 적기라는 생각에, 화자는 끝낸 서랍을 다시 센다.9분 121두 번 오는 날여덟 달 만에 사본이 제날짜에 맞는다. 그런데 오늘 내보낸 상자 하나가 반출 대장에는 두 줄로 적혀 있다.9분 122먼저 온 시월아직 오지 않은 시월 스무날로 적힌 반출 줄, 그 상자는 서가에 그대로 있다. 목록에는 시월 하순 날짜가 열한 줄 떠 있다.9분 123접속 기록의 내일어제 접속 기록에서 본 내일 자 조회가 오늘이 되었다. 오전 열 시 십이 분, 화자는 그 조회를 하지 않는 쪽을 고른다.10분 124구십칠년 열두째 달구십칠년 십이월 반출 대장이 첫 번에 열린다. 구월에는 끝내 안 열리던 대장이다. 화자는 서고의 종이 대장과 한 줄씩 맞춰 나간다.9분 125같은 사번두 해 전 대장의 마지막 다섯 줄에 화자의 넉 자리 코드가 찍혀 있다. 근거를 찾아 화자는 서고로 내려간다.10분 126받아 적은 사람목록에 없는 상자를 여덟 번째로 연다. 이번에는 전신 일지를 펴서 문장 대신 시각 칸을 본다.10분 127전산실의 두 시각한 책상에 놓인 두 기계, 하나는 구구년 시월이고 하나는 공공년 정월이다. 본사는 시험 기계 일지를 따로 적으라고 한다.9분 128고칠수록 늘어나는 날오늘 나간다고 대장에 적힌 상자가 서가에 그대로 있다. 청구는 없고 화자는 고친 자리 수와 이중 기재 수를 다시 맞춰 본다.10분 129두 기록자목록에 '일지'가 든 자료가 둘 떠 있다. 하나는 사본이고 하나는 두 해 전 이 방이 자료실이던 때의 「자료실 일지」다.10분 130구십칠년의 손끊긴 두 문장을 나란히 놓아 보지만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구십칠년 일지에는 어제 없던 장이 한 장 더 생겨 있다.10분 131같은 문장 다른 해구십칠년 일지의 마지막 줄이 화자의 시월 초엿새 일지에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있다. 화자는 제 일지를 다시 읽는다.9분 132다섯째 묶음상자를 덮어 둔 채 하룻밤이 지났다. 화자는 묶음을 바닥에 늘어놓는다. 네 묶음과 노트 옆에, 겉장 없는 다섯째 묶음이 있다.10분 133두 십이월 열엿새카드 일이 끝나고 이 방에서 화자에게 남은 일은 읽는 것뿐이다. 오늘은 이 방에 있는 십이월 열엿새를 하나씩 세어 본다.10분 134이월 전야섣달그믐 야간 당직. 이월 대응 절차서에 적힌 자정 항목은 한 낱말이다. 대기.10분 135자정자정을 몇 분 앞두고 절차서에 끄라는 항목이 없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화자는 벽시계 초침이 열둘로 올라가기를 기다린다.10분 136공공년 일월 일일이틀 잠겨 있던 방에 새해 첫 출근. 오늘부터 이 방에서 적는 줄은 모두 연도 칸에 공공을 달고 저장된다.10분 137한 열에 선 이름들어제는 결과 수만 보고 덮어 둔 기재자 목록을 오늘 뽑는다. 이 방의 기록은 여덟인데 이름은 여섯이다.10분 138첫 줄최종 기재일 기준으로 목록을 다시 건다. 셈이 맞다면 오늘 첫 줄은 화자다.10분 139다음 독자한 해 동안 비어 있던 노트 예순세째 장에 손으로 그은 칸이 생겨 있다. 표제는 「전산 자료실 기록 서식(안)」이다.10분
2000년 1월~12월
140~164화
140옮겨 그린 칸옮겨 그린 칸에 일지를 적은 지 열아흐레. 화자는 칸마다 무엇이 쌓였는지 처음부터 다시 세어 본다.9분 141외부 열람보유 자료 일부가 외부망 열람으로 올라가는 날. 선정 기준은 연도와 이름과 장 수뿐이고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보지 않는다.10분 142발행처 칸외부 화면에 올린 넷 모두 발행처 칸에 「미상」이 떠 있다. 화자는 그 발행처를 안다.10분 143여섯째 묶음등록 자료의 보관 위치를 현품과 대조하라는 공문이 온다. 여덟 건 가운데 화자의 일지 하나만 자리가 어긋난다.10분 144읽은 사람의 수이레 동안 여섯째 칸만 열지 않았다. 안 보는 사이 그 수가 얼마나 불어났는지, 화자는 오늘 아침 칸을 연다.10분 145처음 물어 온 사람이달 초 조회 기록에 영문 여덟 자로 찍혔던 쪽에서 외부 문의가 왔다. 세 물음이 묻는 건 하나같이 미상으로 둔 칸이다.10분 146한 벌로 묶기공문 없이 시작하는 일. 흩어진 넷을 한 벌로 묶으려면 관계란에 적을 것이 있어야 하는데 후보마다 막힌다.10분 147편자 칸성명만 받는 편자 칸은 신청하지 않으면 생기지도 않는다. 그 앞에, 열다섯 달 동안 어디에도 적지 않은 이름이 걸린다.10분 148갈라지는 낱말사서의 장서 목록 백서른 장을 아흐레 동안 손으로 옮겼다. 원본은 사백열둘, 사본은 사백열셋.10분 149늘어난 깊이한 벌이 외부 목록에 한 줄로 올랐다. 그사이 측량기수 야장의 수치 이천삼백마흔둘을 두 번씩 적어 가며 옮긴다.10분 150열네 번째 물때등대수의 물때 표를 열나흘 동안 옮겼다. 물때는 첫물에서 열셋물까지 도는데 사본에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걸린다.10분 151오늘 자의 전문전신수의 수발 대장, 전문 구백열여덟 건. 발신이 수신보다 하루 늦은 열아홉 건 옆에 「응답하지 아니함」 다섯 자가 있다.10분 152다섯 묶음의 다섯다섯째 묶음, 김도경의 일지를 다 옮겼다. 앞의 넷과 달리 칸이 없고 마지막 장의 한 줄은 「옮겨 적기로 한다」이다.10분 153다음 독자에게다섯을 실로 꿴 합철본이 제책되어 돌아왔다. 표지 여덟 칸 중 발행처만 비었고 번호 없는 한 장도 함께 꿰여 있다.10분 154발행처를 적다미상인 자료는 발행처 색인에서 빠진다는 통보가 왔다. 마침 둘째 외부 문의가 들어왔는데 다섯을 낸 곳이 어디냐는 물음이다.10분 155되살아난 문고주간 갱신일 아침, 발행처 색인 프 항에 「프나코틱 문고」가 올라 있다. 현행 발행처만 싣는다는 색인이다.10분 156우리라는 칸한 벌에 여섯째 종번을 더하는 변경 신청. 그 여섯째는 날마다 한 장씩 불어나고 인장 하나 없는 이 방의 일지다.10분 157읽는 쪽에서 오는 것외부 열람으로 들어온 쪽에서 우편물 세 통이 왔다. 물때 표 사본은 이 방 소장분이 끝난 이듬해의 것이다.10분 158옮겨 적힌 사람넷째 봉투에 이 방 일지 서식의 종이 열두 장이 들었다. 구십구년 섣달부터 이천년 정월 초까지를 밖에서 누군가 손으로 옮겼다.10분 159일곱째 자국연례 실사 서식에 압인 흔적을 세는 항목이 올해 처음 들어왔다. 아침, 상자를 열고 전임자 노트의 뒤표지를 센다.10분 160마지막 빈 장전임자 노트는 등록 자료가 아니니 정리하라는 회신. 등록하려 해도 노트 겉장에는 표제가 없다.10분 161넘기는 서식인계 서류는 별지 서식을 따르라는데 그 별지가 없다. 부임할 때 아무것도 넘겨받지 못했고 이제 넘길 차례다.10분 162여섯이 한 벌여든닷새 만에 합철 변경 신청이 처리됐다. 등록 자료는 여섯인데 목록의 편자 칸에는 성명이 없다.10분 163우리이 방이 십이월 열엿새를 센 것이 여섯. 모두 적힌 날짜였지만 올해의 그날은 적는 날짜다.10분 164첫 줄을 읽는 사람배치 통지에는 정월 이틀에 부임할 기록 담당 한 사람만 있다. 나가는 사람에 관한 줄은 어디에도 없다.10분
2001년 1월~12월
165~189화
165두 사람이 있는 방이천일년 정월 이틀, 새 기록 담당이 부임한다. 방에는 넘긴 사람이 그대로 있고 책상 하나에 의자가 둘이다.10분 166여덟째노트 등재 통지로 등록·물건·자국이 모두 일곱이 되었다. 노트 마지막 장이 말한 여덟을 다시 세어 본다.10분 167안 온 날앞 사람이 오지 않았다. 결근으로 적으려 해도 재직자 명부에 그 사람의 줄이 없다.10분 168칸 다섯넘겨받은 칸 다섯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같은 칸인데 앞 사람이 넣은 것과 새로 넣은 것이 서로 다른 종류다.10분 169여백이라는 칸연례 실사일. 재실 인원은 명부와 맞춰야 하고 서식에는 칸이 없는 것을 세는 칸이 따로 있다.10분 170조회하는 쪽새 계정이 발급됐고 표기는 영문 여덟 자다. 종이에 받아 적어 조회 기록의 그 여덟 자 옆에 놓는다.10분 171발행처 색인발행처 색인에 프나코틱 문고가 현행으로 올라 있다. 등재 상태는 현행과 말소 둘뿐, 폐업이라는 칸은 없다.10분 172네 권의 판권본사가 발행처 소재를 판권으로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상자 속 네 권에는 판권면이 없다.9분 173수습이라는 낱말어제 팩스 송신 기록이 다섯 건이다. 보낸 것은 넷인데 열 시 이십 분에 한 면이 더 나갔다.9분 174밖에서 오는 자료수발신 대장에는 발신과 수신 두 칸뿐이다. 받는 쪽이 늘 많고 수신 번호 하나는 의뢰한 적 없는 곳이다.10분 175갈라진 사본원본 없이 전사본만 남았을 때의 요령은 어디에도 없다. 열하루를 찾던 끝에 처음으로 제 손으로 옮겨 적는다.10분 176앞 사람의 필적앞 사람 노트의 글씨는 받침을 붙여 쓴다. 칠십팔년 전사본 필적과 같은 꼴이다. 노트와 일지를 나란히 펴고 날짜를 맞춘다.10분 177발행 신청전신수 권 소장처가 한 벌을 상호대차 목록에 올리겠다고 묻는다. 요건은 발행 자료인데 한 벌은 발행된 적이 없다.10분 178다음 독자에게합철본 목차 앞에 한 줄이 있다. 「이 묶음을 다음에 이 줄을 읽는 사람에게 넘긴다」. 이름도 날짜도 없다.10분 179편자 칸을 채우다회신 기한은 열여드레, 남은 물음은 편자 하나다. 통합 목록 네 항목의 편자 칸이 나란히 비어 있다.10분 180같은 여덟 자어제 채운 편자 칸을 상세 화면과 목록 화면에서 각각 뽑았다. 같은 칸인데 두 장이 다르다.10분 181펴낸 사람보낸 곳 없이 소인만 찍힌 문의서가 왔다. 네 권을 펴낸 편집자가 누구냐는데 목록에는 편집자 칸이 없다.10분 182이 방의 연속인계 대장 열네 줄을 위에서부터 짚어 내려간다. 가장 오래된 날짜는 칠십팔년 삼월이고 물품 수는 넷에서 시작한다.9분 183김도경이라는 행기재자 목록 시월 갱신본에서 성명이 붙은 행이 셋이 되었다. 그중 하나가 김도경이다.10분 184나가는 문소장처에서 열람 요청 넷이 들어왔다. 심사 중인 자료도 열람용으로 먼저 낼 수 있고 그 권한이 이 방에 있다.10분 185여덟째 물건아침에 상자를 여니 물건이 여덟이다. 들어온 경로는 적혀 있지 않고 여덟째는 반쯤 묶인 전산실 일지 한 책이다.10분 186우리라고 적은 손여덟째 물건의 다음 장은 열흘째 비어 있고 두 벌의 장 수 차는 서른하나로 불어났다. 그 빈 장에 무엇을 적을까.10분 187발행처는 이 방이다이레 동안 뜯지 않은 본사 회신을 연다. 넉 장 가운데 하나에 입력 계정이 적혀 있다. 「프나코틱 문고」를 등재한 계정이다.10분 188편집자의 정체목록 어디에도 편집자 칸은 없다. 그때 소장처가 네 권 판권면의 뒷면을 처음으로 떠 보낸다.10분 189다음 줄심사 기한 마지막 날, 심사 서식을 연다. 심사자 칸에 계정을 넣자 신청한 쪽의 이름이 붙어 나온다.1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