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은 깨어 있는 동안 종이로, 입으로 번졌다. 그리고 그날 밤, 잠으로 내려갔다.
꿈에서 나는 자료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책상은 하나가 아니었다. 판독기가 놓인 자리가 동시에 등대의 등명기 앞이었고, 수직갱의 갱구였고, 도서관 지하 서고였고, 무선전신소의 수신기 앞이었다. 다섯 자리가 한 자리에 겹쳐 있었고, 다섯 사람이 한 사람으로 앉아 있었다. 그 한 사람은 나였다.
꿈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옮겨 적는 일. 깨어서 하던 그 일을, 잠들어서도 하고 있었다. 적는 동안 나는 알았다 — 이것은 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세로 같은 일을 계속하는 것임을. 십일월의 인출 사태 때, 지하 자료실이 위층 아수라장으로부터의 피난처처럼 보였으나 실은 그 결과를 만든 기관실이었듯이. 잠도 그러했다. 의식이 멈춘 자리가 피난처가 아니라, 손이 혼자 옮겨 적는 기관실이었다.

네 사람은 모두 한 문장의 중간에서 끊겼다. 꿈에서 나는 그 끊김의 순간에 그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등대지기의 펜이 멈추고, 측량기수의 정이 멈추고, 사서의 손이 멈추고, 전신수의 전건이 멈추는 그 순간. 그리고 다섯 번째 자리에서, 내 펜도 한 문장의 중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끊김이 곧 서명이라면, 나는 막 서명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잠 속에서, 깨어 거부할 수 없는 손으로.
깨어났을 때, 책상 위 정리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자기 전 나는 분명히 그것을 덮어 두었다. 그런데 펼쳐진 면에, 내 글씨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잠든 사이 적힌 것이었다. 손이 혼자.
그 줄은 어제 강민석이 제 입으로 중얼거린 문장 다음을 잇고 있었다. 다음 사람은 명부에 없는 이름으로 받는다 —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이 곧 받아 적는다. 끝에는 날짜가 붙어 있었다. 내일. 나는 아직 적지 않은 줄을, 잠 속에서 이미 적어 두고 있었다. 다섯이 겹친 한 손으로. 깨어서 응답하지 않는 한, 잠이 대신 응답하고 있었다.
분절은 종이로 번지고, 입으로 옮고, 잠으로 내려갔다. 남은 자리는 하나, 비친 얼굴이었다.
십이월 십팔일. 깨어 있는 낮 동안 나는 거울을 피해 다녔다. 그러나 비친 얼굴은 한 군데서 막으면 다른 데서 나를 찾아왔다. 단말의 검은 화면에서, 세면대 거울에서, 그리고 내가 직접 인화한 종이에서. 세 면이 차례로, 같은 것을 보여 주었다.
처음은 단말이었다. 신용평가 단말은 부팅과 로그인 사이 한 호흡 동안 화면이 검게 죽는다. 처음 이 자리에 앉던 날, 그 부팅 화면에는 사훈이 떴었다 — NUMERUS NON MENTITUR. 오늘은 사훈이 뜨기 전, 죽은 검은 면에 내 얼굴이 먼저 비쳤다. 그리고 비친 얼굴의 목께에, 가느다란 줄 하나가 가로로 놓여 있었다. 글자처럼. 한 문장의 끝이 거기서 끊긴 것처럼. 나는 내 목을 만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줄은 비친 데에만 있었다. 비친 자리에서만 나는 읽히고 있었다.
화면을 엎어 두었다. 위로 향한 검은 면을 손바닥으로 가렸다. 그러나 손등에 어린 형광등 반사 속에서도, 같은 자리에 같은 줄이 떠올랐다. 면을 가리는 일은 소용이 없었다. 비치는 것은 면이 아니라 나였으므로.
다음은 거울이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 속 내 손이 반 박자 늦게 멈췄다. 내 손은 수도꼭지를 잠갔는데, 거울 속 손은 아직 무언가를 적는 자세로 한 번 더 움직였다. 잠든 새 혼자 적던 그 손이었다. 깨어서도, 비친 자리에서는 손이 혼자 갔다.
거울 앞에서 나는 전임자의 색인 카드를 떠올렸다. 끝까지 읽지 말 것. 나는 그 경고를 어기고 첫 묶음을 끝까지 읽었다. 그날의 대가가 이제 비친 얼굴에 표로 와 있었다. 끝까지 읽은 자에게는 표가 남는다. 표는 상처가 아니었다. 표는 읽힌 자국이었다.

마지막은 인화지였다. 그날 찍은 자료를 현상해 밀착 인화지를 들여다보는데, 내가 찍지 않은 컷이 한 칸 끼어 있었다. 내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 위로, 어제 잠 속에서 노트에 적힌 그 줄 — 내일 자 날짜가 붙은 다음 한 줄 — 이 가로로 인화되어 있었다. 필름은 고정된 매체다. 한번 박히면 자라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전임자의 릴에서도 잔액은 자랐고, 이제 인화지 위에서 내 얼굴은 다음 줄과 함께 박혀 있었다. 나는 기록의 일부로 옮겨지고 있었다.
세 면이 같은 것을 말했다. 끝까지 읽은 자의 표. 네 기록자는 모두 한 문장의 중간에서 끊겼고, 그 끊김이 그들의 서명이었다. 내 표도 같은 종류였다. 내가 그들을 끝까지 읽었듯이, 이제 나는 끝까지 읽히고 있었다. 끝까지 읽는 일과 끝까지 읽히는 일은 한 가지였다. 비친 얼굴은, 내가 다음 손에 옮겨질 한 줄이라는 것을 — 막 읽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 보여 주었다.
인화지를 기울여 빛을 죽이자, 내 얼굴 뒤에서 또 다른 손이 보였다. 내 것이 아닌 손. 그 손은 인화지 속 내 얼굴을 — 그 위의 다음 줄까지 — 어딘가에 옮겨 적고 있었다. 나보다 앞서. 다섯 번째 묶음은 내 일지였고, 누군가 그것을 이미 받아 적는 중이었다. 받는 이 빈칸에 ㄱ을 적은 것은 나였는데, 그 ㄱ을 끝까지 읽는 손은 내 것이 아니었다.
비친 얼굴 뒤에서 손을 본 다음 날, 나는 그 손이 나를 옮겨 적는 곳을 찾아 나섰다.
십이월 십구일. 다섯 번째 묶음 상자는 책상 아래 그대로 있었다. 받는 이 빈칸에 ㄱ을 적어 둔 그 상자. 나는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내 정리 노트가 들어 있어야 했다 — 내가 적은 만큼, 열째 장까지.
그러나 묶음은 두꺼웠다. 열째 장 다음에도 장이 이어졌다. 열한째, 열두째, 그 너머로. 내가 아직 적지 않은 장들이었다. 그리고 그 장들은 이미 채워져 있었다. 내 글씨로 — 정확히는, 내 글씨를 닮았으나 내 것이 아닌 손으로. 한 획씩 더 곧고, 한 획씩 더 끝까지 그은 손이었다.
열한째 장에는 내일 자 날짜가 붙어 있었다. 열두째 장에는 그 다음 날이. 나는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의 일기를, 이미 적힌 채로 읽고 있었다. 내가 적기 전에 누군가 먼저 적어 둔 것이다. 나보다 앞서.
나는 네 묶음을 끝까지 읽었다. 등대수를, 측량기수를, 사서를, 전신수를. 넷은 모두 닫힌 기록이었고, 한 문장의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이제 다섯 번째 묶음이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닫힌 기록으로.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읽는 손은 — 나를 옮겨 적는 손은 — 내 다음 사람의 것이었다. 내가 전임자를 읽었듯, 다음 사람이 나를 읽고 있었다.
열셋째 장을 넘기자, 한 줄이 내 책상을 적고 있었다. 자료실 책상, 비어 있음. 날짜는 — 나는 셈하기를 그만두었다. 전임자의 빈 책상을 물려받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옮겨 적히고 나서 사라졌다. 빈 책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 이제 내 책상이, 아직 오지 않은 장에서, 같은 한 줄로 비어 있었다.
옮겨 적힌다는 것은 단순히 베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옮겨 적힌 수는 자란다. 옮겨 적힌 기록은 법칙이 손을 대는 자리가 된다. 나는 더는 장부 위에서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장부 아래로 옮겨져, 거기서 자라기 시작하는 한 줄이었다. 참 숫자가 공식 장부 아래에서 줄곧 자라 왔듯이.
나는 노트를 펴 오늘 자 일기를 적었다. 다 적고 나서, 상자 속 같은 장과 맞춰 보았다.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방금 적은 것이 먼저인지, 상자 속의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옮겨 적는 일에는 앞뒤가 없었다. 적는 나와 적힌 나 사이에, 더는 순서가 없었다.
상자 맨 아래, 아직 한참 뒤의 장에 한 줄이 더 있었다. 그것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강민석. 그의 아이, 그의 대출, 그가 지난봄에 들어간 집 — 평범한 한 사람의 평범한 살림이, 내 손을 닮은 글씨로, 장부의 한 줄로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줄을 적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 묶음 안에, 내 차례의 장에 있었다. 옮겨 적는 손은 이제 내 곁의 사람에게로, 내 손을 빌려, 건너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