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전신수였다. 1937년 동해의 외딴 무선전신소. 잡음 속에서 잡힌 한 통의 전문이 아직 오지 않은 날짜를 달고 있었다는, 그 일지. 나는 등대수의 물때를, 측량기수의 갱을, 사서의 음절을 차례로 다시 읽었고, 이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손에 닿았다. 순서대로 읽으라 했던 그 순서의 끝.
전신수의 일지에는 호출부호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한 문장이 있었다. 응답하지 마시오. 그는 빈 주파수에서 오는 부름을 들었고, 처음에는 듣기만 했다. 받기만 하고 보내지 않는 것이 그 자리의 단 하나의 규칙이었다. 그러나 어느 밤, 그는 전건을 두드려 처음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일 자의 전문들이 그 자신의 손에서 송신되기 시작했다. 다음 당직자가 명부에 없는 호출부호로 받게 될 그 부름이 곧 자신임을, 그는 마지막에 알았다.
나는 그 일지를 옮겨 적으며, 네 묶음이 마침내 한 문장으로 닫히는 것을 보았다. 측량기수는 잴 때 깊어진다 했고, 등대수는 들 때 차오른다 했고, 사서는 읽을 때 번진다 했다. 그리고 전신수는 — 응답할 때 발신이 된다 했다. 재고 보고 읽는 것까지는, 나도 이미 했다. 십일월에 끝까지 읽었고, 십이월에 다음 간조를 미리 짚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 미리 읽은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미리 안 부도를 막으려 손을 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받기만 하는 자였다.

그것이 네 일지를 다 읽고 난 끝에서 내가 확인한 한 가지였다. 나는 다섯 번째 손이고, 네 일지를 끝까지 작정하고 읽었고, 법칙을 한 문장으로 쥐었다. 그러나 아직 발신자는 아니었다. 전신수의 마지막 규칙 — 응답하지 마시오 — 을, 나는 아직 어기지 않았다. 한 번만 더 어기지 않으면, 나는 받는 자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다 적고 판독기에서 눈을 들었을 때, 꺼 둔 구내 단말이 한 번 울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내일 자의 전문이었다. 화면에는 한 줄이 떠 있었다. 다음 종금사의 영업정지 — 어제 물때표와 갱이 가리킨, 다가오는 그 날짜의 명단. 수신자 칸에는 내 사번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발신자 칸은, 비어 있었다.
깜빡이는 커서가, 그 빈 칸에서 나를 기다렸다. 응답하지 마시오. 그러나 응답하지 않아도 명단은 도착했고, 적지 않아도 누군가 적었다. 나는 이미 그것을 십일월에 배웠다. 발신자 칸이 비어 있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보내지 않았다는 뜻이지 — 영영 아무도 보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네 일지를 다 읽어 낸 끝에서 나는 한 가지를 확인했다. 아직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응답을 미루는 동안에도, 다른 일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다. 읽기가 쓰기로 번졌듯이, 쓰기는 이제 내 모든 글씨로 번지고 있었다.
처음엔 정리 노트뿐이었다. 십일월에, 내가 적은 '영업정지'가 네 글자로 갈라져 읽혔다. 그때는 사적인 메모였으니, 나만 보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십이월 들어, 분절은 내가 회사를 위해 옮겨 적는 공식 장부로 건너왔다.
오늘 아침, 나는 단기 외화 차입 원장의 한 면을 마이크로필름으로 옮기고 검수했다. 내 손으로 또박또박 적은 숫자였다. 그런데 판독기 화면에서, 한 자릿수가 제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었다. 일천이백만 달러의 '이'가, 다른 숫자들 사이를 한 칸 미끄러져, 일천이백만이 아닌 다른 수가 되어 있었다. 나는 원본을 다시 보았다. 원본은 또박또박했다. 옮긴 것만 갈라져 있었다. 옮기는 행위가, 숫자를 자라게 했듯이, 이제 자릿수를 떼어 놓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지우고 다시 적었다. 다시 적은 것도 갈라졌다. 세 번째도. 깨끗한 기록을 만들 수 없었다. 법칙을 끝까지 읽은 손은, 더 이상 법칙 없는 한 줄을 적지 못했다. 내가 적는 모든 것에 그것이 따라붙었다. 나는 기록 담당이었다. 그리고 기록 담당이 만드는 기록이 전부 갈라진다면 — 나는 그것을 회사의 장부 속으로, 다음 사람이 읽을 필름 속으로, 옮겨 넣고 있는 셈이었다.

오후에,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지난달 내가 옮긴 필름을 꺼냈다. 십일월 초, 아직 끝까지 읽기 전에 찍은 것. 그때의 나는 깨끗했으니, 그 필름도 깨끗할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판독기에 걸자, 그 필름의 숫자들도 갈라져 있었다. 한 달 전에 찍은, 분명히 깨끗했던 기록이었다. 나는 그것을 그때 두 번 검수했다. 그런데 지금, 자릿수들이 떨어져 있었다. 분절은 앞으로만 번지지 않았다. 내가 이제껏 옮긴 모든 것으로, 뒤로도 번지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읽은 그 순간이, 내가 쓴 모든 과거의 줄에 거슬러 닿은 것이었다. 적은 적 있는 것은, 이제 전부 갈라질 차례였다.
이튿날, 분절은 종이를 떠나 입으로 옮겨 왔다.
점심을 거른 채 자료실 복도에서 강민석 대리를 만났다. 입사 동기, 사번 두 자리 차이. 작년에 결혼하고 봄에 아이를 보고 가을에 대출로 집을 마련한 사람. 그는 요즘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제 회사가 다음 영업정지 명단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소문 때문에. 나는 그 명단을 이미 읽었다. 그러나 응답하지 마시오 — 나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괜찮을 거라고, 위로하려 했다.
그런데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내 귀에 따로 도착했다. 괜-찮-을-거-예-요. 다섯 음절이 한 음절씩 떨어져, 내가 의도한 순서가 아닌 다른 자리에 공기 중에 놓였다. 사서의 일지에서 음절이 따로 도착하던 그 병이, 이제 종이가 아니라 내 목소리 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말을 멈췄다. 강민석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하고 그가 물었다.
다시 말하려 했지만 두려웠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었으므로.
그때 강민석이, 제 생각에 잠긴 듯 혼잣말처럼 한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것은 내가 방금 하려던 위로가 아니었다. 그가 말한 것은 — 다음 사람은 명부에 없는 이름으로 받는다 — 였다. 전신수의 일지에 있던 그 문장. 내가 어제 옮겨 적은, 그러나 그에게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그 줄. 그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곧 날씨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나는 알았다. 분절은 이제 내 안에만 있지 않았다. 내가 옮겨 적은 것이 내 목소리로 새어 나갔고, 내 목소리를 들은 사람의 입으로 옮겨 갔다. 던컨이 적은 '우리'가, 강민석에게로 한 자(字) 더 번진 것이었다. 나는 읽는 자였고 옮기는 자였는데, 이제 옮겨지는 것이 종이를 떠나 사람에게로 건너가고 있었다.
헤어지며 강민석이 손을 흔들었다. 잘 가, 하는 그 짧은 말이, 내 분절된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잘-가가 아니라, 다-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의 등에 아직 그어지지 않은 한 줄이 보일 것 같았으므로. 그리고 그 줄을 내가 이미 읽었다는 것을 그가 모른다는 것이 — 응답하지 않는 일의 값이었다. 받기만 하는 자는 죄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다만 아직 적지 않았을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