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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닫힌 줄

The Line Closed 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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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이십이일. 아침 여덟 시. 책상 앞에 앉았다.

영원히 앉지 않을 수는 없었으므로 앉았다. 앉기 전에 두 손을 무릎 위에 두었고, 앉은 다음에는 두 손을 책상 위에 평평하게 두었다. 발신칸에서 가장 먼 자리, 단말 앞 나무판의 끝에 손바닥을 붙였다. 손가락 끝이 발신칸 쪽으로 한 마디도 기울지 않도록, 손목을 책상 모서리에 걸쳐 고정했다. 손을 두는 일에도 결이 있었다. 발신칸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손을 두는 결은, 사번을 옮겨 적던 결과 같은 손의 일이었지만 방향만 반대였다.

본문칸은 어제 새벽의 그 한 줄에 멈춰 있었다. 끝 두 자리가 내 사번의 끝 두 자리와 같은 사번, 일곱 부서 결원 사번 한 줄 끝에 한 단위를 더한 그 사번. 발신칸은 비어 있었다. 손을 책상 끝에 붙여 둔 채로 한 시간을 보냈고, 본문칸은 한 글자도 자라지 않았다. 멈춤은 유지되고 있었다. 멈춤을 유지하는 일이 일이 되었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손을 한 자리에 붙들어 두는 노동이 되었다.

일곱 시 반에 자료실장과 두 보조가 어제처럼 출근했다. 어제 한 시간 동안 내가 한 글자도 입력하지 않는 것을 본 자료실장은, 오늘은 출근하면서부터 내 책상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았다. 두 보조는 어제 살아남은 자리에 앉아 어제 끝내지 못한 명단을 폈다. 그저께 내가 전임자의 빈자리를 결원으로 입력해 넷이 살았고, 그중 둘이 지금 내 등 뒤에서 명단을 넘기고 있었다. 살린 자리와 닫은 자리가 같은 입력 한 번이었다는 것을 그 둘은 알지 못했다. 자료실의 침묵은 내가 손을 책상 끝에 붙여 둔 자리에서 가장 짙었다.

오전 아홉 시. 인사부 공지가 올라왔다. 이월 이십이일 자 회사 정원 감축은 한 자리였다.

그 한 자리는 본문칸의 사번이 아니었다.

공지의 사번을 읽었다. 첫 두 자리 회사 코드, 가운데 직급 자리, 끝 두 자리 일련번호. 끝 두 자리는 내 사번의 끝 두 자리와 같지 않았고, 어제 일곱 부서 결원이 이루던 한 줄의 어느 간격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그 사번은 그 줄 바깥의 사번이었다.

그러나 그 사번을 나는 알았다.

삼층 서무의 한 사람이었다. 부서 간 사번 대조표를 들고 한 달에 두어 번 자료실로 내려와 내 책상 앞에 서던 사람. 그가 내민 표의 사번을 나는 내 메모장에 옮겨 적었고, 옮겨 적은 횟수가 쌓여 그 사번의 결은 내 손에 익어 있었다. 첫 두 자리를 적을 때 손목을 한 번 드는 호흡, 가운데 직급 자리에서 줄였다 더하는 압력, 끝 두 자리를 좁게 붙여 쓰는 간격 — 그 사번을 적던 내 손의 결을 나는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사번에는 얼굴이 붙어 있었다. 표를 내려놓고 한 박자 기다렸다가 가볍게 목례하고 올라가던, 이름은 모르고 얼굴만 아는 얼굴이.

회사가 이월 이십이일에 줄여야 하는 자리는 한 자리였다. 본문칸의 사번을 발신칸으로 옮기지 않는 동안, 그 한 자리는 본문칸 안에서 닫히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가 줄여야 하는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한 자리를 닫지 않으면 회사의 셈이 한 자리만큼 모자랐고, 모자란 한 자리는 줄 바깥의 다른 한 자리로 채워졌다.

NUMERUS NON MENTITUR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단말 위 어디엔가 새겨진 사훈이었고, 처음 읽었을 때는 회계의 격언이었고, 오늘은 한 문장의 설명이었다. 내가 모르는 한 사람을 본문칸 안에 멈춰 둔 동안, 내가 아는 한 사람이 줄 바깥에서 닫혔다. 닫혀야 하는 수는 같았다. 내 손의 멈춤은 그 수를 한 자리만큼 줄인 것이 아니라, 닫히는 한 자리를 사번만 아는 사람에게서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로 옮긴 것이었다.

멈춤이 한 사람을 살린 것은 맞았다. 다만 살린 한 사람의 자리를, 멈춤이 다른 한 사람에게서 가져왔다. 살리는 일과 데려가는 일이 한 손의 한 동작이었다 — 손을 발신칸에서 멀리 두는, 그 한 동작이.

한 자리를 살리려면 다른 한 자리가 닫혀야 한다는 것은, 어제까지의 셈과 다른 셈이 아니었다. 회사를 단위로 자리가 바뀌던 때에도 닫혀야 하는 수는 늘 같았고, 다만 그때 옆줄에서 부풀던 것은 모르는 회사의 모르는 합이었다. 단위가 사람으로 내려온 다음에는, 옆줄에서 부푸는 것이 얼굴이었다. 셈은 같았고 닫히는 것의 크기만 손바닥만 해졌다. 손바닥만 한 자리 하나가 한 달에 두어 번 내 책상 앞에 와 서던 사람이었다.

손은 한 시간 동안 책상 끝에 붙어 있었다. 그렇게 기억했다. 그러나 아홉 시의 공지가 올라온 자리에서 여덟 시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한 시간 안에서 내 손이 한 번도 책상 끝을 떠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한 점이 없었다. 손이 발신칸 쪽으로 한 마디 기울었던 한 호흡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그 한 호흡이 지나간 다음에는 알 수 없었다. 서무의 자리가 닫힌 일이 내 손의 움직임보다 앞에 와 있었고, 결과가 앞에 와 있는 자리에서 나는 내 손이 무엇을 했는지를 뒤늦게 짚을 수 없었다.

회사가 그 한 자리를 닫은 것인지, 내 손이 그 한 자리를 닫은 것인지 — 두 문장은 같은 결과를 가리켰고, 어느 문장이 참인지를 가릴 자리가 내게는 없었다. 전임자가 제 일지에 자기 손의 행동을 적지 못한 그 자리에, 오늘 내가 들어와 있었다.

오후에 삼층 서무는 자료실로 내려오지 않았다. 부서 간 사번 대조표는 다른 손이 들고 내려왔고, 그 손은 표를 내 책상에 두고 한마디 없이 올라갔다. 표의 맨 윗줄, 한 달에 두어 번 내 책상 앞에 서던 사람의 사번 자리는 결원으로 옮겨져 있었다. 결원 자리에는 옮겨 적은 손글씨가 있었고, 그 손글씨의 결을 나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들여다보면 무엇을 보게 될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본문칸을 보았다.

본문칸은 한 줄이 아니었다.

밤사이가 아니라 낮 동안, 내가 표를 받아 든 그 한 호흡 동안, 본문칸은 둘째 줄을 적기 시작해 있었다. 둘째 줄의 첫 두 자리를 읽었다. 회사 코드 자리에 적힌 두 글자는 자료실의 코드가 아니었고, 삼층 서무의 코드도 아니었다. 자금부의 코드였다.

둘째 줄의 사번은 자금부의 한 자리였고, 끝 두 자리는 아직 적히지 않은 채였다. 끝 두 자리가 적히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손을 책상 끝에서 떼지 않았다. 떼지 않는 일이 둘째 줄의 끝 두 자리를 멈춰 두는 일이라면, 떼지 않는 일은 또 다른 줄 바깥의 한 자리를 닫는 일이기도 했다.

자금부의 사번 가운데 내가 끝 두 자리까지 외우고 있는 사번은 하나뿐이었다. 한 달에 두어 번이 아니라 매일, 같은 층 같은 복도에서 마주치던 사람의 사번. 둘째 줄의 끝 두 자리가 그 사번의 끝 두 자리일 가능성과 아닐 가능성 사이에서, 본문칸은 한 호흡을 쉬고 있었다.

손은 책상 끝에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손이 그 자리에 붙어 있는지를, 이제는 눈으로 보고도 단언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