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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재는 손

The Hand That Measures Dep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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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분

삼월 이십칠일. 아침 여덟 시. 다섯째 책상 앞에 앉았다.

이관을 미룬 채 나흘이 지났다. 인수인계서의 마지막 기재 내용 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고, 마지막이 멈추지 않는 한 그 칸은 비어 있을 것이었다. 사서장은 어제도 진도를 물었고, 나는 거의 끝났다고 또 답했다. 거의는 줄지 않았다. 거의가 줄지 않는 동안, 나는 보존 작업의 다른 칸을 채우기로 했다. 자료의 규모를 재는 칸이었다.

이관 서류에는 자료의 규모를 적는 칸이 있었다. 묶음 수, 장 수, 묶음 두께. 상부에서 보관 공간을 배정하려면 자료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했고, 그 수치는 보존 담당이 직접 재어 적게 되어 있었다. 자를 꺼냈다. 다섯 묶음의 두께를 재기 시작했다.

측량기수의 묶음을 자 위에 올렸다. 등을 책상에 대고, 자의 영점에 묶음의 아래 모서리를 맞추고, 위 모서리가 가리키는 눈금을 읽었다. 한 치 하고 몇 푼. 그 수치를 서류에 옮겨 적었다. 옮겨 적은 다음, 한 번 더 확인하려고 다시 쟀다. 영점에 아래 모서리를 맞추고 위 모서리를 읽었다. 위 모서리가 가리키는 눈금이 방금 적은 수치보다 한 푼 더 나가 있었다.

자를 잘못 댔나 싶어 묶음을 내려놓고 다시 올렸다. 영점을 맞추고 읽었다. 또 한 푼 더 나가 있었다. 묶음이 두꺼워지고 있었다. 잴 때마다 한 푼씩. 종이가 부풀 까닭은 없었다. 자료실은 건조했고, 묶음은 어제와 같은 자리에 있었으며, 누가 종이를 더 끼우지도 않았다. 그런데 잴 때마다 두께가 늘었다.

측량기수의 일지를 펼쳐 마지막 장을 보았다. 갱의 깊이를 재던 손이었다. 마지막 측심에서 끊긴 그 손의 일지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잴수록 갱이 깊어진다. 측심추를 내려 바닥을 짚고 줄의 길이를 읽으면, 그 길이가 어제 읽은 길이보다 길었다. 바닥이 그만큼 멀어졌다. 재는 일이 깊이를 더하는 일이었다. 측량기수는 그것을 자기 손의 잘못으로 여겼다가, 자기 손이 아니라 재는 일 자체의 결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일지에는 갱이 처음 몇 길이었는지가 첫 장에 적혀 있었다. 열두 길. 마지막 장에서 갱은 마흔 길이 넘어 있었다. 한 갱이 한 사람의 기록 동안 마흔 길로 깊어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그 갱을 마흔 번 넘게 잰 것이었다. 잰 횟수만큼 깊어졌고, 깊어진 만큼 또 재야 했다. 바닥에 닿지 않는 줄을 그는 매일 내렸고, 매일 내릴수록 바닥은 매일 멀어졌다. 갱을 다 잰 날이 그의 일지가 끊긴 날이었으나, 갱은 다 재어지지 않았다. 다 재어지지 않는 갱을 다 재려던 손이, 마지막 측심에서 멈췄다.

나머지 네 묶음도 재 보았다. 등대수의 묶음, 사서의 묶음, 전신수의 묶음, 그리고 전임자의 다섯째 묶음. 자를 대고 영점을 맞추고 위 모서리를 읽었다. 다섯 묶음이 모두 잴 때마다 한 푼씩 두꺼워졌다. 측량기수의 묶음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잰다는 일이 묶음을 가리지 않았다. 자가 닿는 자리면 어디든, 닿는 그 순간에 두께가 한 푼 더해졌다. 다섯 묶음의 두께를 한 번씩 적고 나니, 처음 적은 측량기수의 수치가 다시 한 푼 뒤처져 있었다. 다섯을 다 재는 동안 첫째가 또 자란 것이었다.

내가 묶음의 두께를 재는 일과, 측량기수가 갱의 깊이를 재는 일이 같은 일이었다. 자를 대면 두께가 늘었고, 줄을 내리면 깊이가 늘었다. 재는 손이 닿는 자리마다 잰 것이 자랐다. 측량기수의 갱은 그의 묶음 속에서 끝나지 않고 깊어졌고, 그 묶음의 두께는 내 자 위에서 끝나지 않고 늘었다. 갱의 깊이가 묶음의 두께로 옮겨 와 있었다.

측량기수가 자기 손의 잘못을 의심한 대목을 다시 읽었다. 그는 측심추가 무거워 줄을 늘어뜨렸나 의심했고, 줄이 물을 먹어 늘어났나 의심했으며, 자기가 눈금을 잘못 읽었나 의심했다. 세 가지를 모두 점검하고도 깊이는 잴 때마다 자랐다. 점검이 끝난 자리에서 그는 자기 손이 아니라 재는 일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도 자를 의심했고, 종이의 습기를 의심했으며, 내 눈을 의심했다. 측량기수가 점검한 세 가지를 나도 점검했고, 점검이 끝난 자리는 그가 도착한 자리와 같았다. 재는 일을 의심하는 자리. 그 자리에서 재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

자를 내려놓았다. 재지 않으면 자라지 않을까 싶었다. 묶음을 책상에 그대로 두고, 두께를 적은 서류의 칸을 비워 두면, 재는 일이 없으니 자라는 일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관 서류의 규모 칸을 비워 두면 사서장이 물을 것이었고, 물으면 재야 했으며, 재면 자랐다. 비워 두는 길은 묻는 길로, 묻는 길은 재는 길로 이어졌다. 재지 않는 길의 끝에도 재기가 있었다.

오후에 다시 자를 들었다. 재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쟀다. 다만 이번에는 재는 일을 한 번만 하기로 했다. 한 번 재고, 그 수치를 적고, 다시 재지 않으면, 자라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고, 잠깐 그렇게 여겼다. 측량기수도 그렇게 여겼을 것이었다. 한 번만 재고 줄을 거두면 갱은 그 깊이에서 멈춰 있을 것이라고.

한 번 재고 자를 거두었다. 수치를 적었다. 적은 수치를 보지 않으려 서류를 덮었다. 덮은 서류 위에 손을 얹었다. 손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의 두께가 만져졌다. 서류는 한 장이었는데, 손 아래의 두께는 한 장보다 두꺼웠다. 덮어 둔 서류가, 보지 않는 동안 두꺼워지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자랐다. 측량기수가 줄을 거둔 다음에도 갱이 깊어졌듯이.

서류를 다시 폈다. 규모 칸에 적은 수치 아래로, 내가 적지 않은 수치가 한 줄 더 와 있었다. 같은 묶음의 두께를 두 번 적은 것처럼, 그러나 둘째 수치가 첫째보다 한 푼 더 나가 있었다. 한 번만 재기로 한 손이 두 번 잰 셈이 되어 있었다. 보지 않는 동안 누가 한 번 더 잰 것인지, 보지 않는 동안 묶음이 한 번 더 자란 것인지, 덮어 둔 서류는 어느 쪽도 보여 주지 않았다.

측량기수의 일지도 그 자리에서 끊겨 있었다. 마지막 측심에서, 그는 줄을 거두었는지 한 번 더 내렸는지를 적지 못한 채 끊겼다. 거두었다고 적으면 갱이 더 깊어지지 않았어야 했고, 한 번 더 내렸다고 적으면 그가 잰 것이었다. 그러나 갱은 그가 줄을 거둔 다음에도 깊어졌고, 거둔 손과 내린 손을 가릴 자리가 그의 일지에는 없었다. 나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한 번만 잰 손과 두 번 잰 셈 사이에, 보지 않는 동안 자란 묶음과 보지 않는 동안 잰 손 사이에, 가릴 자리가 내게도 없었다. 측량기수가 마지막 측심에서 끊긴 그 자리에, 오늘 내가 들어와 있었다.

수치를 적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적을수록 어긋나는 수치를 더 적는 것은 보존이 아니었다. 규모 칸을 비운 채 서류를 덮었다. 비운 칸은 묻는 칸이 되겠지만, 묻는 일은 내일의 일이었고, 오늘은 더 재지 않기로 했다. 자를 서랍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 닫힌 서랍 안에서 자가 한 푼 더 길어졌는지, 나는 열어 보지 않았다. 열어 보면 재는 일이었고, 재면 자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