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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를 적는 손

The Hand That Records the T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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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이십팔일. 아침 여덟 시. 다섯째 책상 앞에 앉았다.

보존 일지를 적기로 했다. 이관 서류와는 다른 장부였다. 자료를 언제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날짜별로 적는 일지로, 보존 담당이 매일 한 줄씩 기입하게 되어 있었다. 첫 칸에 날짜, 둘째 칸에 처리 내용. 어제까지 나는 이 일지를 적지 않았다. 적을 만한 처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고, 비우고, 미룬 것이 처리라면 처리였으나, 일지에 적을 처리는 아니었다.

오늘은 적기로 했다. 첫 칸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삼월 이십팔일. 둘째 칸에 처리 내용을 적으려는데, 첫 칸의 날짜가 눈에 걸렸다. 삼월 이십팔일 위로, 어제 날짜와 그제 날짜가 이미 적혀 있었다. 삼월 이십칠일, 처리 내용 칸에 다섯 묶음 두께 측량. 삼월 이십육일, 처리 내용 칸에 색인 카드 재독. 삼월 이십오일, 처리 내용 칸에 마지막 장 재독. 내가 적은 적 없는 줄들이었다.

적은 적 없는 줄들의 처리 내용은 내가 한 일과 같았다. 이십칠일에 나는 두께를 쟀고, 이십육일에 색인 카드를 다시 읽었으며, 이십오일에 마지막 장을 다시 읽었다. 한 일은 맞았으나 적은 적은 없었다. 보존 일지를 오늘 처음 폈는데, 일지에는 이미 나흘 치 처리가 적혀 있었다. 내가 적기 전에 적혀 있었다.

필체를 보았다. 적은 적 없는 네 줄의 글씨는 내 글씨였다. 내가 사번을 옮겨 적던 결, 보존 카드의 작성자 칸을 비우던 결, 인수인계서를 적다 멈추던 결과 같은 손의 결이었다. 내가 적지 않았으나 내 손이 적은 줄들이었다. 적은 기억이 없는데 내 글씨로 적혀 있다는 것은, 다섯째 묶음의 마지막 줄을 채울 때부터 익은 일이었다. 그때도 나는 적지 않고 읽었을 뿐인데 그 자리가 채워졌다. 읽는 일과 적는 일 사이, 적지 않은 일과 적힌 일 사이에, 내 손이 끼어 있었으나 내 기억은 끼어 있지 않았다.

등대수의 묶음을 폈다. 등대의 물때를 적던 손이었다. 마지막 물때의 날짜에서 끊긴 그 손의 일지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다음 간조를 짚으면 그 날짜가 이미 적혀 있다. 물때표에 다음 간조의 날짜를 적으려고 칸을 짚으면, 그 칸에 그 날짜가 육십삼 년 전 손글씨로 선재했다. 등대수는 자기가 적을 날짜를 누가 미리 적어 두었다고 여겼다가, 미리 적은 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적는 일 자체가 날짜를 앞당기는 것임을 알았다.

시험해 보기로 했다. 등대수도 시험했다는 대목이 일지에 있었다. 그는 일부러 틀린 날짜를 짚어 보았다. 다음 간조가 아닌, 아무 날짜나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았다. 가리킨 칸이 비어 있으면, 미리 적는 손이 정말로 따로 있는 것이고, 가리킨 칸이 이미 차 있으면, 적는 일 자체가 날짜를 부르는 것이었다. 나도 일부러 엉뚱한 칸을 짚었다. 오늘에서 열흘 뒤, 사월 팔일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사월 팔일 칸에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내가 짚기 전에. 처리 내용 칸에는, 여섯째 묶음 첫 장 색인 카드 기입,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 적지 않은 카드였다. 여섯째 묶음의 첫 장에 끼울 색인 카드를, 나는 아직 적지 못했다. 다음 손이 누구인지 몰라 비워 두었던 그 카드를, 사월 팔일에 적는다고 일지가 미리 적어 두었다. 엉뚱하게 짚은 칸이 비어 있지 않았으므로, 미리 적는 손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짚는 일이 그 칸을 채웠다.

내가 보존 일지를 적는 일과, 등대수가 물때표를 적는 일이 같은 일이었다. 적을 칸을 짚으면 그 칸에 이미 적혀 있었다. 등대수의 물때는 그의 물때표에서 앞당겨졌고, 그 앞당겨짐이 내 보존 일지로 옮겨 와 있었다. 적는 날짜가 적기 전에 와 있는 것. 물때의 선재가 일지의 선재로 옮겨 와 있었다.

오늘 날짜 아래를 보았다. 삼월 이십팔일 아래로, 삼월 이십구일이 적혀 있었다. 내일이었다. 내일의 처리 내용 칸에, 이관 완료, 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적은 적 없는 줄이었고, 내일의 줄이었다. 보존 일지에 따르면 이관은 내일 끝났다. 이관 서류의 마지막 기재 내용 칸은 아직 비어 있었고, 두께는 잴 때마다 자랐으며, 마지막은 멈추지 않았는데, 보존 일지는 내일 이관이 끝난다고 적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일이 내일 끝난다고 적혀 있었다. 두 장부가 어긋났다. 이관 서류는 끝을 적을 수 없다고 했고, 보존 일지는 내일 끝난다고 했다. 어긋난 두 장부 가운데 어느 쪽이 참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보존 일지의 날짜가 늘 적기 전에 와 있었다면, 내일 이관 완료라는 줄도 적기 전에 와 있는 줄이었고, 적기 전에 와 있는 줄은 틀린 적이 없었다.

오후에 사서장이 와서, 내일 상부 담당이 자료를 가지러 온다고 했다. 내일 이관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보존 일지에 적혀 있던 내일의 줄, 이관 완료, 그 줄과 같은 말을 사서장이 했다. 보존 일지가 적기 전에 적은 날짜를, 사서장이 입으로 옮겼다. 적힌 줄과 말한 줄이 같았고, 둘 다 내일이었다.

두 장부가 어긋난다는 것을 등대수도 겪었을 것이었다. 그의 일지에는 물때표와 등대 일지가 따로 있었다. 물때표는 다음 간조를 미리 적었고, 등대 일지는 그날그날의 실제 물높이를 적었다. 미리 적은 물때와 실제 물높이가 어긋나는 날, 등대수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적지 못했다. 미리 적은 쪽이 늘 맞았으므로 미리 적은 쪽을 믿게 되었고, 미리 적은 쪽을 믿게 된 다음부터는 실제 물높이를 재지 않게 되었다. 재지 않아도 물때표가 알려 주었으므로. 그렇게 그는 재는 자에서 읽는 자가 되었고, 읽는 자가 된 다음에 그의 일지가 끊겼다.

나도 두 장부 사이에서 한쪽을 믿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관 서류는 끝을 적을 수 없다고 했으나, 보존 일지는 내일 끝난다고 했고, 보존 일지가 적기 전에 적은 것은 틀린 적이 없었다. 끝을 적을 수 없다는 서류보다, 내일 끝난다는 일지를 믿게 되었다. 믿게 된 다음부터는 이관 서류의 빈칸이 더는 불안하지 않았다. 보존 일지가 끝을 알고 있으니, 서류의 빈칸은 채워질 것이었다. 등대수가 물높이 재기를 그만두었듯, 나도 끝을 묻기를 그만두고 있었다.

내일 이관이 끝나면, 끝나지 않는 자료가 끝난 것이 되어 상부로 갈 것이었다. 두께가 잴 때마다 자라는 자료, 마지막이 멈추지 않는 자료, 보존 일지가 적기 전에 적히는 자료. 그 자료를 상부가 가져가면, 상부의 어느 책상에서 자료는 계속 자랄 것이었다. 자라는 것을 멈추는 이관이 아니라, 자라는 것을 옮기는 이관이었다. 옮겨도 자랐고, 두어도 자랐다. 등대수의 물때가 어느 표에 적히든 차오르듯이. 상부의 책상에 앉을 누군가가 그 자료를 펼쳐 읽으면, 그 손에서 자료는 또 한 단위 자랄 것이었고, 그 손도 거의 끝났다고 답하기 시작할 것이었다. 이관은 빈칸을 한 자리 더 옮기는 일일 뿐, 빈칸을 채우는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