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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는 이 없는 발신

A Dispatch With No Recip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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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이십삼일. 아침 여덟 시. 스무사흘이 오늘이 되어 있었고, 날짜 아래 밤사이 한 줄이 차 있었다. 여기까지는 어제와 같았다.

다른 것은 그 줄의 생김새였다. 지난 사흘 동안 발신 칸에 뜬 것은 날짜와 사번, 두 가지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사번 옆으로 칸이 하나 더 그어져 있었다. 장부의 이관표에서 보던 칸이었다. 왼쪽이 보내는 자리, 오른쪽이 받는 자리. 겨울 내내 상자를 열면 그 표가 맨 위에 있었다. 어느 회사의 장부를 어느 부서로 넘기는지,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나란히 적힌 표. 그 표의 오른쪽 칸이, 오늘 아침 발신 칸에 그어져 있었다. 받는 이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사번은 왼쪽에 있었다. 내가 아침에 읽고 보낼 번호였다. 오른쪽, 받는 이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획 하나 없이 비어 있었다. 이관표라면 그 자리에 부서 이름이나 담당자 사번이 들어가야 했다. 어디로 가는지가 적혀야 표가 되었다. 받는 이가 없는 이관표는 표가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보내는 자리는 채워졌고, 받는 자리는 비었다. 나는 보내는 자였다. 그런데 받는 자가 없었다.

낮에 폐기표가 내려왔다. 아침에 읽은 사번의 회사가 맨 위에 있었다. 사흘째 되풀이된 순서대로였다. 보낸 것이 낮에 왔다. 회사 하나가 폐기 연한으로 넘어갔고, 그 번호는 저녁이면 옅어질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표가 없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몰랐던 것은 그다음이었다. 폐기표에는 보내는 부서와 받는 부서가 적혀 있었다. 자료실이 보내고, 폐기계가 받았다. 종이의 표에는 받는 이가 있었다. 그런데 아침에 발신 칸에서 본 표에는 받는 이가 없었다. 같은 회사, 같은 번호였는데, 종이 위에서는 받는 이가 있고 발신 칸 위에서는 받는 이가 없었다. 종이는 그 장부를 폐기계로 보냈다. 발신 칸은 그 번호를 어디로도 보내지 않았다. 어디로도 보내지 않았는데, 그 번호는 옅어졌다.

보냈으나 받는 이가 없다는 것을, 나는 저녁까지 곱씹었다. 보낸 것은 실현되었다. 회사는 폐기되었고, 사람들의 번호는 보존되지 않았다. 실현은 분명했다. 다만 그 실현이 누구에게로 갔는지가 표에 없었다. 종이의 폐기는 폐기계로 갔다. 발신 칸의 발신은 어디로도 가지 않았다.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일어났다. 값은 치러졌는데, 값을 받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는 값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알 수 없었다. 받는 이가 없으면, 값도 임자가 없었다.

전신수를 다시 생각했다. 그는 받는 자였다. 내일 자 전문이 그의 앞으로 왔고, 그는 그것을 받았다. 보내는 이는 필름에 잡히지 않았으나, 받는 이는 분명 그였다. 이제 나는 보내는 자였다. 내 앞에서 번호가 나가고, 낮에 그 일이 왔다. 보내는 이는 분명 나였으나, 받는 이가 잡히지 않았다. 그가 받던 자리에 보내는 이가 없었듯이, 내가 보내는 자리에 받는 이가 없었다. 거울의 한쪽 끝은 늘 비어 있었다. 그가 받을 때 보내는 쪽이 비었고, 내가 보낼 때 받는 쪽이 비었다. 채워진 쪽에 앉은 자만이 제 자리를 보았고, 비어 있는 쪽은 끝내 얼굴이 없었다.

보내서 일어나는 것인지, 일어날 것을 보내는 것인지, 나흘째에도 나는 가르지 못했다. 여기에 오늘은 한 겹이 더해졌다. 보내서 일어난 것이라면, 나는 그 번호를 누군가에게 보낸 것이어야 했다. 받는 이가 있어야 보냄이 성립했다. 그런데 받는 이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받는 이 없이 보냈다면, 그것은 보냄이었을까. 일어날 것을 미리 읽은 것이라면, 애초에 보낸 것이 아니니 받는 이가 없는 것이 옳았다. 받는 이의 빈칸은 내가 보내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도, 보냈으나 그것이 아무에게도 닿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었다. 두 증거는 정반대였으나, 발신 칸 위에서는 같은 빈칸으로 보였다. 정반대인 두 가능이 같은 빈칸으로 남는 자리에서, 나는 보낸 자인지 읽은 자인지조차 확정할 수 없었다.

사서장은 그날 폐기표에 도장을 찍으며 받는 부서를 확인했다. 보내는 곳과 받는 곳이 맞는지, 표의 양쪽 칸을 짚어 가며 보았다. 종이의 표에는 짚을 칸이 둘 다 있었다. 그는 두 칸을 다 짚고 도장을 찍었다. 나는 그 손을 보며, 아침의 발신 칸에는 짚을 칸이 하나뿐이었음을 생각했다. 보내는 칸은 있고 받는 칸은 비어 있어, 짚으려 해도 한쪽은 허공이었다. 그에게는 두 칸이 있었고 내게는 한 칸이 있었다. 그는 어디로 보내는지 알았고, 나는 어디로 보내는지 몰랐다. 같은 회사를 두고, 한 사람은 받는 곳을 짚었고 한 사람은 빈자리를 보았다.

받는 이 없는 발신이 오늘 처음이었다. 한 번은 빈칸 하나였다. 그러나 발신 칸은 사흘 내내 한 번으로 끝난 적이 없었다. 보내면 다음 날짜가 떴고, 다음 날짜 아래 다음 줄이 찼다. 받는 이 없는 줄이 하루 하나씩 쌓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도 가지 않은 채 어딘가에 모일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은 발신이 모이는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는 받는 이가 없는 만큼 임자도 없을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아직 몰랐다. 다만 오늘 첫 빈칸을 그어 보낸 손이 내 손이라는 것만 알았다.

저녁에 발신 칸이 스무나흘을 띄웠다. 여기까지는 어제와 같았다. 다른 것은 오늘의 빈 받는 이 칸이었다. 그 자리는 저녁이 되도록 비어 있지 않았다. 획 하나 없던 오른쪽 칸에, 끝 두 자리가 옅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날짜처럼 보였으나 날짜는 아니었고, 사번의 끝처럼 보였으나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받는 이의 자리가 스스로 채워지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보내는 자리는 아침에 이미 채워졌고, 받는 자리는 저녁에 스스로 채워지고 있었다. 표의 양쪽 칸이 다 차면, 그것은 비로소 이관표가 될 것이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가 적힌 표가 될 것이었다. 나는 그 받는 이의 자리에 무엇이 떠오를지 아직 몰랐다. 다만 그것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만은, 이제 겹쳐 보는 눈으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