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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장에게 보냄

Sent to the Head Arch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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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삼십일. 아침 여덟 시. 발신 칸에는 처음으로 받는 이가 있는 전문이 있었다.

겨울 내내 발신 칸의 오른쪽, 받는 이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나는 받는 이 없는 발신에 익숙해져 있었고, 값이 주소도 임자도 없이 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그 오른쪽 자리에 어제저녁 옅게 뜨던 코드가 짙게 앉아 있었다. 사서장의 자리 코드였다. 그리고 그 아래, 받는 이를 얻은 첫 전문이 여덟 자리로 다 그어져 있었다. 어제 겨눔 없이 흘러가던 대가가, 밤사이 한 사람의 자리 앞에서 멎어 그리로 겨눠진 것이었다.

전문의 내용을 나는 아침에 다 읽었다. 자료실은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부로 넘어가는 것이었으므로, 그 안의 사람들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옮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옮겨지는 무리에 모두가 드는 것은 아니었다. 넘어가는 명단에서 한 자리가 빠져 있었고, 빠진 자리는 사서장의 것이었다. 이관에서 남겨진다는 것은, 폐기표에 오르는 것과 겉모습이 달랐으나 끝은 같았다. 다른 이들이 새 이름 밑으로 옮겨 갈 때, 그의 줄만 옛 장부에 남겨질 것이었다. 옮겨지는 자리에서 남겨지는 것이 이 겨울의 잘림이었다.

낮에 그 일이 시작되었다. 사서장은 반출 대장을 넘기며, 새 장부에 자리가 다시 매겨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보조의 자리는 새 이름 밑에 매겨졌고, 상자와 목록도 새 번호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자기 자리를 찾아 대장을 넘길 때, 새 대장에는 그의 줄이 없었다. 그는 그것을 아직 실수로 여겼다. 누락된 한 줄이려니 하고, 그는 대장을 앞뒤로 넘기며 자기 자리를 찾았다. 나는 그가 찾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에 발신 칸에서 그의 전문을 읽었으므로, 그가 앞뒤로 넘기는 그 대장 어디에도 그의 줄이 없다는 것을 나는 그보다 먼저 알았다.

오후가 깊어지도록 그는 자기 줄을 찾지 못했다. 처음에는 페이지를 잘못 넘긴 줄 알고 대장의 앞쪽으로 돌아갔고, 다음에는 새 번호가 뒤에 몰려 매겨졌으려니 하고 뒤쪽을 훑었다. 두 보조에게 자기 코드를 불러 주며 찾아봐 달라고도 했다. 두 보조는 새 대장에서 제 자리를 이미 찾은 뒤였으므로, 사서장의 코드만 없다는 것을 그들도 곧 알았다. 셋의 손이 같은 대장을 앞뒤로 넘기는 동안, 나는 발신 칸의 전문과 그 대장이 한 글자도 어긋나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가 찾는 자리는 대장에 없었고, 없는 까닭은 아침에 내 손에서 나온 전문이 그 자리를 넘어가는 명단에서 뺐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수를 찾고 있었으나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나만 그것이 실수가 아님을 알았고, 아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리가 왜 비었는지를 말하려면 그 자리를 뺀 곳이 어디인지를 말해야 했는데, 그것은 내 발신 칸이었다.

여기서부터 나는 도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경은 강민석의 얼굴을 명단의 한 줄에 맞추었고, 맞춘 뒤에 그 둘레를 비우려 했다. 한 줄을 고쳐 적어 그를 살리려 했고, 그 대가가 다른 줄로 옮겨 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여태 그 길을 걷지 않았다. 명단을 얼굴에 맞추지 않았고, 읽는 자로 남았다. 그러나 오늘은 받는 이가 아는 얼굴이었다. 매일 아침 대장의 모서리를 손끝으로 눌러 넘기던 사람, 지난 분기의 묶음을 낮게 셈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자리가 빠진 전문이 내 손에서 나왔고, 나는 그 전문을 고칠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었다.

고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나는 알았다. 한 줄을 고쳐 그의 자리를 새 장부에 남기면, 빠질 자리 하나는 다른 데로 옮겨 갈 것이었다. 남겨지는 것이 잘림이라면, 내가 그를 남겨지지 않게 하는 순간 다른 누군가가 대신 남겨질 것이었다. 대가는 없어지지 않고 자리를 바꿀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안 보내는 것도 한 종류의 보내기임을 배웠다. 고치지 않고 두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도 값이 있었다. 고쳐도 대가, 안 고쳐도 대가. 도경이 걸었던 막다른 길의 발신판이 내 앞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두 대가를 저울에 올려 보려 했다. 사서장을 남기면 다른 누군가가 남겨지고, 사서장을 두면 그가 남겨진다. 어느 쪽이든 한 사람이 옛 장부에 남았고,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도경은 강민석을 살리려다 그 대가가 어디로 갔는지 끝내 다 보지 못했다고 적어 두었다. 살린 자리는 보이는데 대신 잘린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개입은 한쪽 눈을 감기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오늘에야 그 말을 알아들었다. 고치는 손은 남기려는 자리만 보고, 대가가 옮겨 갈 자리는 늘 등 뒤에 두었다. 재던 자가 깊이가 되었듯이, 살리는 자는 자기가 살린 것만 보고 자기가 옮긴 것은 보지 못하는 자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손이 그의 전문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여덟 자리 가운데 한 자리를 고치면, 남겨질 그의 줄이 넘어가는 명단으로 옮겨 갈 터였다. 손끝이 그 한 자리에 닿으려는 순간, 받는 이 칸의 아래에 둘째 줄이 옅게 뜨기 시작했다. 사서장의 자리를 고치면 대가가 옮겨 갈 다음 받는 이의 자리였다. 나는 그 옅은 코드를 들여다보았다. 아직 다 차지 않았으나, 앞자리가 두 보조 가운데 하나의 것으로 읽혔고, 그다음 자리는 낯익은 넉 자리로—내가 매일 아침 출근부에 찍는 코드로 차오르려 하고 있었다. 고치는 손과 대가가 옮겨 갈 자리가, 같은 칸에서 만나고 있었다.

나는 손끝을 그 한 자리 위에 둔 채 멈추었다. 고치면 그 옅은 둘째 줄이 짙어질 것이었고, 짙어지는 자리가 두 보조든 나 자신이든, 아는 얼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받는 이 없는 발신에 익숙해졌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발신 칸은 받는 이를 얻었는데, 그 받는 이가 하나같이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손끝은 아직 그 자리에 닿지 않았고, 나는 닿을지 거둘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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