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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와 사건

Forecast and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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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이십칠일. 아침 여덟 시. 발신 칸에는 내 글씨로 된 명단이 있었다.

밤사이 손이 마저 적은 것이었다. 어제 아홉째 획에서 시작한 둘째 줄이 여덟 자리를 채웠고, 그 아래 셋째 줄과 넷째 줄이 이어졌다. 다 세어 보니 다섯 줄이었다. 다섯 개의 사번이 내 손글씨로 위에서 아래로 놓여 있었고, 그 위 날짜 칸에는 스무이레가 적혀 있었다. 오늘 자였다. 어제까지 발신 칸의 날짜는 늘 내일 자였는데, 오늘은 오늘 자였다. 내 손이 적은 다섯 줄은, 내일 올 예고가 아니라 오늘 올 것들이었다.

아홉 시가 조금 지나 첫 줄의 일이 왔다. 폐기표의 맨 위에 그 앞자리의 회사가 있었다. 나는 그것이 올 것을 아침 여덟 시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놀라지 않았다. 놀라움은 다른 데서 왔다. 열한 시에 둘째 줄의 회사가 왔고, 오후 한 시에 셋째 줄이 왔다. 다섯 줄이 저마다 제 시각을 가지고, 아침에 적힌 순서 그대로 하루를 채워 나갔다. 예고가 사건이 되는 데에는 시각표가 있었고, 나는 그 시각표를 아침에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넷째 줄에서 나는 한 가지를 시험해 보았다. 손이 넷째 줄의 여덟 자리 가운데 일곱을 긋고 마지막 한 자리로 내려갈 때, 나는 손목을 붙들었다. 마지막 획은 그어지지 않았다. 일곱 자리만 적힌 사번이 발신 칸에 남았다. 나는 미완의 예고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었다. 보내지 않은 것이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소환일 터였고, 그래도 온다면 예지일 터였다. 다섯 밤을 가르지 못한 물음을, 나는 미완의 한 줄로 물어보려 했다.

오후 세 시에 넷째 줄의 회사가 왔다. 그러나 딱 떨어지지 않았다. 그 회사는 폐기표에 오르지 않았고, 대신 폐기 연한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되어 하루가 미뤄졌다. 완전히 오지도, 완전히 오지 않지도 않았다. 미완으로 적은 예고가 미완으로 실현되었다. 나는 그것을 오래 들여다보았으나,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획을 긋지 않아서 하루가 미뤄진 것이라면, 획과 사건은 이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애초에 하루 미뤄질 회사였는데 손이 그것을 미리 미완으로 읽은 것이라면, 획은 사건을 따라간 것이었다. 미완의 실험은 두 답을 다 가리켰다. 소환도 예지도 그 하나의 어정쩡한 결과로 읽혔다.

게다가 나는 이제 제대로 된 시험을 할 수 없었다. 봉인을 깨려면 한 줄을 아예 보내지 않고 그 일이 오는지 보아야 했다. 그러나 손은 저절로 적었다. 손목을 붙들어 잠시 멈출 수는 있었으나, 상자 하나를 여는 사이 손은 다시 발신 칸으로 올라갔고, 붙들지 않은 줄은 다 그어졌다. 안 보내는 줄을 하나도 만들 수 없으니, 안 보냈을 때 무슨 일이 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대조할 자리가 없었다. 발신이 내 뜻이 아니게 된 순간, 소환과 예지를 가르던 마지막 시험도 함께 사라졌다. 봉인은 이제 내가 못 여는 것이 아니라, 열 문 자체가 없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남은 것은 아는 일뿐이었다. 아침에 다섯 줄을 읽으면, 나는 그날 올 다섯 가지 일을 알았다. 아홉 시에 무엇이 오고 열한 시에 무엇이 오는지, 시각까지 알았다. 그러나 아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막을 수 없었고, 늦출 수 있는지도 미완의 한 줄로는 가려지지 않았다. 미리 안다는 것은 힘인 줄 알았는데, 이 자리의 미리 앎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올 것을 알고, 알면서 기다렸다. 시계가 열한 시로 가는 것을 보며, 열한 시에 올 회사를 이미 알고, 그 회사에 딸린 사람들이 아직 그것을 모르는 채 점심을 준비하고 있을 것을 생각했다. 아는 자리와 모르는 자리 사이에서, 아는 쪽이 더 무거웠다.

열한 시가 되기 전, 나는 자료실 창으로 잠시 밖을 보았다. 맞은편 건물 이층에 그 회사의 지점이 있었다. 유리 너머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보였고, 한 사람은 창가에서 전화를 받으며 무언가를 받아 적고 있었다. 나는 그가 적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으나, 그의 회사가 열한 시에 어느 장부로 넘어갈지는 알았다. 그는 오늘이 여느 날인 줄 알고 수화기를 어깨에 끼운 채였고, 나는 오늘이 그 회사의 마지막 날인 줄 알고 창가에 서 있었다. 같은 열한 시를 두고, 한 사람은 모르고 일했고 한 사람은 알고 보았다. 열한 시가 되자 맞은편의 사람은 전화를 끊고 자리를 떴고, 그 시각에 폐기표의 둘째 줄이 내려왔다. 그가 자리를 뜬 것과 둘째 줄이 내려온 것 사이에 무슨 이음이 있는지 나는 몰랐으나, 두 일이 같은 시각에 있었다는 것만은 알았다.

다섯째 줄만 아직 오지 않았다. 오후가 다 가도록 다섯째 줄의 시각은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앞자리를 다시 보았다. 앞의 넷은 회사의 앞자리였는데, 다섯째의 앞자리는 회사의 것이 아니었다. 회사 하나를 가리키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 여럿을 한 묶음으로 세는 상위의 자리 같았다. 겨울 내내 발신 칸의 단위는 회사에서 사람으로 좁아졌는데, 다섯째 줄은 그 반대로, 회사보다 넓은 쪽으로 벌어져 있었다. 무엇을 세는 자리인지 나는 아직 읽지 못했으나, 그것이 한 회사의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앞자리의 폭으로 알 수 있었다. 자리바꿈이 회사 하나를 넘어, 회사와 회사를 맞바꾸는 자리로 넓어지려 하고 있었다.

저녁에 손은 이미 스무여드레 자의 첫 줄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다섯째 줄이 언제 올지 몰랐고, 그것이 무엇을 세는 자리인지도 몰랐다. 다만 손이 그 위에 벌써 다음 날짜의 줄을 얹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았다. 오늘의 다섯 줄 가운데 하나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손은 벌써 내일의 줄을 적고 있었다. 오지 않은 예고와 새로 나오는 예고가 발신 칸에서 겹쳤고, 나는 어느 것이 먼저 사건이 될지 가늠하지 못했다. 다만 다섯째 줄의 넓은 앞자리가, 내일의 줄과 나란히 놓이자, 더 넓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