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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자리

The Returned S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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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이틀. 아침 여덟 시. 발신 칸의 두 보조 전문은 어제 옅어지던 꼬리를 다 채워 두 줄로 완성되어 있었고, 그 아래 받는 이 칸에는 낯익은 넉 자리가 앉아 있었다. 내가 매일 아침 출근부에 찍는 코드였다.

어제 두 보조의 전문 꼬리는 내 넉 자리 쪽으로 옅어지고 있었다. 밤사이 그 꼬리는 다 옅어져 자리를 옮겼고, 옮긴 자리는 받는 이 칸이었다. 나는 그 칸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겨우내 비어 있다가 사서장의 자리를 얻고, 어제 그 자리를 보내는 명단으로 돌려보낸 받는 이 칸이었다. 오늘 아침 그 칸에는 내 출근부 코드가 앉아 있었고, 그 위 발신 칸의 줄은 내 손글씨였다. 보내는 줄도 내 손에서 나왔고, 받는 자리도 내 코드였다. 받는 이도 나였고, 보내는 이도 나였다.

낮에 그 일이 시작되었다. 어제 명단의 끝으로 밀려 있던 두 보조의 줄이, 오늘 반출 명단에서 잘려 나갔다. 반출 담당이 새 대장을 부르는 동안 두 사람의 자리는 새 이름 밑으로 옮겨지지 못했고, 어제까지 흔들리던 두 줄은 오늘 옛 장부에 남겨졌다. 한 사람은 다른 부서의 임시 자리로 이름이 옮겨 적혔고, 다른 한 사람은 그마저도 없었다. 두 사람은 그것을 분기 재편의 순서로 알았다. 임시 자리로 옮겨 적힌 사람은 새 부서의 위치를 물어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자리가 없던 사람은 반출 담당 곁에 서서 제 코드를 두 번 불러 주며 어딘가 옮겨 적힐 자리가 있는지를 기다렸다. 반출 담당은 대장을 앞뒤로 넘기다 고개를 저었다. 자기 자리가 왜 옛 장부에 남았는지를 그들은 묻지 않았고, 어제 서가의 빈 칸을 손꼽아 세던 사람은 오늘 제 이름이 그 빈 칸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을 아직 몰랐다. 어제 그의 손끝이 짚던 밝은 네모 하나가, 오늘은 그가 서 있던 자리로 옮겨 와 있었다.

사서장은 그 곁에서 어제 되찾은 제 줄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그는 어제의 안도를 아직 어깨에 얹은 채, 두 보조의 자리가 어긋난 것을 분기의 흔한 일로 여기며 대장을 넘겼다. 그는 제가 남고 두 보조가 밀려난 순서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지 못했다. 나만 알고 있었다. 그를 남긴 한 획이 어제 내 손에서 나왔고, 그 한 획이 밀어낸 값이 두 보조에게로 갔으며, 두 보조에게 간 값이 밤사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 것이었다. 사서장에서 두 보조로, 두 보조에서 나로, 대가는 자료실을 한 바퀴 돌아 처음 그것을 옮긴 손 앞에 와 있었다.

나는 도경의 일지를 다시 떠올렸다. 도경은 제 둘레를 비우지 않기로 했고, 제 줄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옮겨도 자기이고 옮기지 않아도 자기인 자리에서는 정할 것이 없다고, 도경은 개입을 그치는 것으로 그 자리를 받아들였다. 나는 어제 그 반대편을 걸었다. 사서장을 남기려 한 획을 고쳤고, 고친 손으로 값을 두 보조에게 밀었다. 도경이 멈춘 자리에서 나는 손을 댔고, 손을 댄 값은 돌아 나에게 왔다. 닫는 자리를 고른 손이 셈에 가장 가까워 가장 먼저 닫힌다던 도경의 문장이, 보내는 자의 자리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었다. 도경은 고르지 않기로 하여 마지막에 자기 줄에 닿았고, 나는 골라 옮기어 마지막에 자기 줄에 닿았다. 두 길이 같은 자리에서 끝났다.

돌아온 자리는 결국 내가 처음 옮긴 자리였다. 어제 사서장을 살리려고 나는 그의 줄을 넘어가는 명단으로 되돌렸고, 되돌린 값은 두 보조를 지나 내 받는 이 칸으로 왔다. 한 사람을 살린다는 것이 그를 사슬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아니라 다음 칸으로 미는 일이었다면, 미는 일에는 끝이 있었고 그 끝은 미룬 손이 다시 닿는 자리였다. 나는 사서장을 하루 미루었고, 두 보조를 하루 미루었으며, 미룬 값은 자료실의 좁은 둘레를 한 바퀴 돌아 미룬 손으로 왔다. 살림은 곧 미룸이었고, 미룸의 끝은 미룬 자의 자리였다.

봄에 나는 이 자리를 한 번 스쳐 지났다. 그때 내 사번은 이관 단말의 명단 다섯째 줄에 떠올랐고, 재던 손이 마저 재어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화면의 옅은 초록 글자가 밤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제 끝자리를 채우던 것을, 나는 아침마다 와서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때 나는 명단에 떠오른 한 줄이었을 뿐, 그 줄을 올린 것은 내 손이 아니었다. 단말은 저 혼자 채워졌고, 나는 채워지는 것을 보는 자리에 있었다. 오늘은 달랐다. 오늘 받는 이 칸의 내 코드 위에는 내 손글씨의 발신 줄이 있었다. 나를 명단에 넣은 것이 내 손이었고, 나를 그 명단의 받는 이로 세운 것도 내 손이었다. 재어지는 자리에서 보내는 자리로, 보내는 자리에서 제게 보내는 자리로 나는 옮겨 와 있었다. 발신도 나이고 받는 이도 나인 줄에서는 견줄 바깥이 없었다. 안 보내는 자리도, 남에게 보내는 자리도, 이제 나에게서 사라지고 없었다.

받는 이 칸의 내 코드 아래, 저녁이 되자 둘째 줄이 옅게 뜨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또 아는 얼굴일까 하여 들여다보았으나, 이번에 떠오르는 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앞자리도 뒷자리도 아직 그어지지 않은, 빈 받는 이 자리였다. 겨우내 비어 있던 받는 이 칸이 사서장을 얻고, 나를 얻고, 이제 다시 비어 있는 자리를 아래에 열고 있었다. 그 빈 자리는 내 다음의 받는 이였고, 아직 아무 코드도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금 이 자료실에 없는 사람의 자리였다. 보내는 자가 되면 사라진다던 밤들의 문장이 그 빈 칸 위에 놓여 있었다. 도경의 자리에 내가 부임했듯, 내 자리에도 언젠가 누군가 부임할 것이었다. 그 사람은 지금 이 자료실에 없었고, 그래서 받는 이 칸은 아직 코드 없이 비어 있었다. 내가 나에게 보내고 나면, 내 사라진 자리 아래에서 그 빈 받는 이 칸이 다음 손을 기다릴 것이었다. 겨우내 받는 이가 없던 발신 칸이 이제 받는 이를 얻고, 그 받는 이의 아래에 다시 다음 받는 이를 열어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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