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닷새. 편자란에 세 자를 적었다.
아홉 시 십 분에 편자란 요령을 다시 읽었다.
한 벌로 엮은 사람의 성명을 적는다고 되어 있다. 직명은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기재자란에는 직명이 들어갔다. 정월에 넷을 직명으로 올렸고 본사가 미상으로 고치게 했다.
편자란은 처음부터 성명만 받는다.
두 칸이 서로 다른 것을 묻는다. 기재자는 적은 사람이고 편자는 모은 사람이다.
아홉 시 사십 분부터 열 시 반까지 두 칸의 차이를 적어 보았다.
기재자는 자료마다 하나다. 편자는 한 벌에 하나다.
기재자란에 내가 든 것이 한 건 있다. 내 일지다. 내가 적었으니 내가 기재자다.
편자란에 내가 들면 다섯 건에 내가 걸린다.
다섯 중에 내가 한 자라도 적은 것이 없다.
적지 않은 것에 이름이 걸리기는 열다섯 달 만에 처음이다.
열 시 사십 분에 한 가지를 더 보았다.
편자란은 필수란이다. 비우면 접수가 안 된다.
그런데 이 칸은 어제까지 이 방에 없었다.
합철 신청서를 안 쓰면 이 칸이 안 생긴다. 신청서를 쓰기로 한 것은 나다.
필수인데 그 필수를 내가 불러왔다.
발행처란은 내가 없어도 있다. 네 묶음이 등록될 때부터 있었고 내가 비워 두는 동안에도 있다.
편자란은 내가 없으면 없다.
이 방에서 칸이 하나 생겼고 생기게 한 사람이 그 칸에 적을 사람과 같다.
열한 시 십 분에 적었다.
세 자다.
이 일지에는 여태 내 이름을 안 적었다. 일지에 성명을 적는 칸이 없고 적을 일도 없었다. 열다섯 달 동안 이 방의 종이에 내 이름이 한 번도 안 들어갔다.
오늘 처음으로 이 방 기록에 들어갔다. 들어간 데가 일지가 아니라 한 벌의 편자란이다.
적고 나서 그 세 자를 한참 보았다.
칸이 요구해서 적지 않았다. 칸을 만든 일을 내가 했고 그 일을 시킨 사람이 없다.
정월에 기재자란을 채울 때는 칸을 채우는 것이 일이라 채웠다. 오늘은 일이 아니다.
열한 시 반에 제출했다.
접수되었다. 처리 예정일이 사월 스무날로 떴다.
열두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왔다. 점심 가느냐고 물었다.
화면을 보고 저게 뭐냐고 물었다. 다섯을 한 벌로 묶었다고 했다.
누가 시켰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안 시켰다고 했다.
그가 나를 보았다.
그러면 왜 하느냐고 물었다.
물어 온 사람이 있어서라고 했다.
한 사람 때문에 그걸 다 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그가 웃지 않았다. 열다섯 달 동안 이 방에 내려와서 웃지 않기는 처음이다.
열두 시 반에 목록을 뽑았다.
한 줄이 늘었다. 종번이 다섯이다.
한 벌의 기재자란을 보았다.
대표 일 인을 적게 되어 있다. 요령에 성명이 있는 자를 우선한다고 되어 있다.
다섯 중 성명이 하나다.
김도경이다.
넷이 미상이라 한 사람이 다섯을 대표한다. 그 사람이 다섯 중 한 건을 적었다.
한 시 십 분에 기재자 목록을 다시 뽑았다.
넷이다. 본인과 미상과 김도경과 한 벌이다.
한 벌의 줄에 기재자는 김도경이라고 되어 있다.
편자는 안 뜬다.
목록 서식에 편자란이 없다. 신청서에는 있고 목록에는 없다.
적었는데 안 보인다.
이달에 적었는데 안 걸리는 것이 둘이 되었다. 표제란의 발행처 이름과 편자란의 세 자다.
둘 다 내가 적었고 둘 다 목록이 안 읽는다.
두 시에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
누가 시킨 일이냐고 물었다.
시킨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 왜 했느냐고 물었다.
지침 제이십조에 요령이 있다고 했다.
요령이 있으면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잠깐 조용했다.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고 했다.
두 시 반부터 세 시 반까지 그 통화를 적어 두었다.
하라는 것과 하지 말라는 것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열다섯 달 동안 이 방에 온 것은 다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 말라는 것도 왔다. 그 둘 사이에 칸이 있는 줄을 몰랐다.
오늘 그 사이에 섰다.
거기서 한 일이 반려가 안 됐다. 안 됐다는 것은 옳다는 뜻이 아니다. 조항이 없다는 뜻이다.
세 시 사십 분에 합철 후속 요령을 읽었다.
한 벌에는 목차와 요약을 붙이게 되어 있다.
종번마다 무엇이 적혀 있는지 열 줄 안으로 적으라고 되어 있다.
다섯을 다 읽어야 한다. 읽고 추려 적어야 한다.
팔백예순다섯 장을 다섯 덩어리로 나누어 쉰 줄 안에 넣어야 한다.
한 장을 한 줄로 줄여도 팔백예순다섯 줄이다. 쉰 줄은 그것의 열일곱 분의 일이다.
추리면 열일곱 중 열여섯이 빠진다. 무엇을 빼는지는 정하는 사람이 있다.
뺀 것을 적는 칸은 없다. 요약에는 남은 것만 남는다.
열다섯 달 동안 이 방에서 뺀 것은 다 사유를 적었다. 이월에 다섯째 묶음을 뺄 때도 여백에 적었다.
이번에는 뺄 것이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네 시 십 분에 오른쪽 자료를 열었다.
삼백열세 장이다. 늘어난 장의 날짜가 구십팔년 오월 초나흘이다.
내 일지도 오늘 삼백열세 장째다.
네 시 반에 상자를 열었다.
일곱이다. 자국이 여섯이다. 마흔한 날째다.
다섯 시에 여섯째 칸을 보았다.
사백서른일곱이다.
다섯 시 이십 분에 사서의 묶음을 꺼냈다.
다섯 중 첫째다. 물어 온 사람이 물은 그것이다.
첫 장을 폈다. 첫 줄을 옮겨 적었다.
옮겨 적은 것을 원본에 대 보았다.
같다.
같은 것을 적어 두었다.
열다섯 달 동안 같은 것을 적어 둔 적이 없다. 어긋난 것만 적었다.
오늘 같다고 적은 것은 내일 어긋날 것을 미리 세어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