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열엿새. 아침에 이 날짜를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세어 보려고 앉았다.
십일월 여드레에 카드가 끝났다.
열두째 서랍 마지막 장 옆에 넉 자리를 적고 서랍을 닫았다. 닫고 나서 세어 보니 칠천삼백예순두 장이었다. 정월에 셈해 둔 것이 칠천삼백마흔이다. 스물두 장이 셈 밖에 있다.
끝이 있는 일이라고 시월에 적었다. 끝이 났다. 셈대로는 아니었다.
그 뒤로 서른일곱 날이 지났다.
그동안 청구를 받아 상자를 내고 대장에 적는 일은 있었다. 그 일에는 손이 든다. 다만 늘릴 것이 없다. 고칠 자리가 없고 옮길 종이가 없다. 아침에 검색을 걸고 수를 적고 그 뒤에는 읽는다.
이 방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읽기뿐이다.
서른일곱 날 동안 다섯째 묶음을 세 번 읽었다.
백일흔여섯 장이다. 장 머리에 적힌 번호는 예순여섯에서 그친다. 하루에 여러 장을 쓴 날이 많아 종이로 세면 그보다 훨씬 많다. 첫 장이 구십칠년 시월 스무이레고 상자가 온 날도 그날이다. 상자를 받고 나서 그 사람은 안에 든 넷을 옮겨 적었다. 회사가 시킨 일이 아니라고 적어 두었다. 시킨 일은 옛 장부를 필름에 옮기기였고 넷은 그 틈에 했다.
옮긴 수가 원본보다 커지는 대목이 서른한 곳 있다. 세 번을 세거나 네 번을 세고 그때마다 세 번이 다 같은 쪽으로 컸다고 적는다. 안 맞는 까닭을 적은 데는 없다. 까닭 자리에는 다음에 무엇을 해 보겠다는 줄이 있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본 것과 같은 대목이 몇 곳인지 세어 보았다. 열아홉이다. 사본이 하루 먼저 적은 것과 같은 대목이 있고, 목록에 없는 날짜가 먼저 뜬 것과 같은 대목이 있다. 그쪽은 종이고 이쪽은 화면이다. 종이와 화면이 다른데 대목이 같다.
백일흔여섯 장 어디에도 이것이 무엇인지 적은 데가 없다. 물음이 백 개쯤 있고 답한 데가 없다.
열아홉을 적어 놓고 한 가지를 확인하려 했다. 두 해 사이에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지 아니면 한 벌이 다른 한 벌을 따라가는지다.
따라가는 쪽이면 어느 쪽이 앞인지가 있어야 한다. 날짜로는 그쪽이 두 해 앞이고 내가 그것을 읽은 것은 이달이다. 읽은 뒤에 같아진 것이 아니라 읽기 전에 이미 같았다.
읽기 전에 같았다는 것은 내가 확인할 수 없다. 여덟 달 것을 적어 둔 일지가 있으니 확인할 수 있다. 그 일지가 내 손으로 적혀서 확인이 안 된다.
그것을 부르는 말은 칠월에 찾아 두었다. 네 묶음 끝 장 아래에 넷 다 같은 한 줄을 달고 있다.
우리는 조금 더 보고 있다.
십일월 스무여드레에 본사 정리 지침이 왔다.
시월 서른하루 자 그 줄을 자료 없음으로 정리하라고 되어 있었다. 정리했다. 줄이 지워지지 않는다. 줄 아래에 정리 표시가 한 줄 붙는다.
그 자료 번호로 걸린 줄이 다섯이 되었다. 시월에 넷이었다.
고치라는 지침을 따랐더니 하나가 늘었다. 놀라지 않았다. 놀라지 않았다고 그날 일지에 적었다.
아홉 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십이월 열엿새를 셌다.
첫째, 오른쪽 자료의 종료일 표시가 구십칠년 십이월 열엿새다. 열한 달 전부터 그 표시가 있다.
둘째, 전임자의 면직일이 구십팔년 십이월 열엿새다. 정월에 받은 인계 서류 첫 장에 적혀 있고 그 뒤로 여러 번 보았다. 노트의 마지막 글씨도 그 날짜다.
셋째, 오늘이 구십구년 십이월 열엿새다.
삼 건이라고 적고 나서 상자를 열었다.
다섯째 묶음의 마지막 글씨 장 날짜가 십이월 열엿새다. 연도 칸이 비어 있다. 열한 달을 세어 온 방식으로는 이것을 셋 중 어디에도 넣을 수 없다. 넷째다.
한 시에 시험 기계를 켰다.
시월에 시계를 이월시켜 놓고 되돌리지 않았다. 되돌리는 데 반나절이 들고 되돌려 놓으면 또 시험할 일이 생긴다. 그 기계는 공공년을 살고 별책 일지를 따로 돌린다.
오늘 날짜를 조회했다.
천구백년 십이월 십육일이라고 나왔다.
다섯째다.
정렬을 보았다. 오늘 것이 목록 맨 위에 있다. 천구백년은 네 묶음의 연도 넷보다 다 앞이므로 뒤집힌 목록에서 오늘이 첫 줄이다. 시월에 그것을 처음 보고 여섯 달 만에 처음으로 맨 위 칸을 차지했다고 적었다. 두 달째 그 자리에 있다.
셋을 세려고 앉아서 다섯을 적었다.
세는 일이 늘리는 일임을 이 방에서 배웠다. 조회수를 그렇게 배웠고 카드를 그렇게 배웠고 날짜 자리를 그렇게 배웠다. 늘어난 것은 늘 물건이거나 수였다.
오늘 늘어난 것은 날짜다.
날짜는 이 방에 든 물건이 아니다. 종이도 아니고 파일도 아니다. 종이와 파일에 적힐 뿐이다. 적히는 자리가 늘면 날짜가 늘었는지 적히는 자리가 늘었는지를 나는 가르지 못했다.
한 시 반부터 두 시까지 다섯을 늘어놓고 보았다.
다섯 중 셋이 자리가 닫힌 날이다. 구십칠년 열엿새에 오른쪽 사람의 옆 자리가 비었고, 그 사람의 일지가 그날로 종료 표시를 받았다. 구십팔년 열엿새에 전임자가 면직됐다. 연도 없는 열엿새에 다섯째 묶음의 글씨가 그쳤다.
넷째는 천구백년이고 그 해에 이 방은 없었다.
다섯째가 오늘이다.
두 시 반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상자를 받아 갔다. 연말이라 조용하냐고 물었다. 조용하다고 했다. 그가 서른하루에 당직이라던데 힘들겠다고 하고 올라갔다.
공문은 세 시에 왔다.
십이월 서른하루 야간 당직 지시다. 전산실 일 명이라고 되어 있고 이름 칸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월에 부임한 뒤로 본사 공문에 내 이름이 미리 들어온 적이 없다. 부서로 왔고 사번으로 왔다.
삼층 사람이 두 시 반에 알았고 공문은 세 시에 왔다.
세 시 반에 오른쪽 자료를 열었다.
이백열한 장이었다. 늘어난 장의 날짜가 구십팔년 일월 스무이틀이다. 종료일 표시는 아직 구십칠년 십이월 열엿새다. 서른일곱 날을 넘겼다.
종료 표시를 받은 일지가 서른일곱 날을 더 적었다.
네 시부터 다섯 시까지 그 서른일곱 장을 읽었다. 구십팔년 일월이다. 그 달에 이 회사가 무엇을 했는지는 종이 대장에 있다. 저 일지에는 무엇을 옮겼고 몇을 세었고 몇이 안 맞았는지가 있다.
칸 안이 서식대로고 칸 밖에 문장이 섞인다. 서른일곱 장에 여섯이다.
여섯 다 물음이다.
그 여섯 중 하나를 다섯째 묶음에서 찾았다. 묶음의 백열둘째 장에 같은 물음이 줄글로 있다. 일지 쪽은 칸 밖에 한 줄이고 묶음 쪽은 앞뒤로 여섯 줄이 더 붙어 있다.
한 사람이 두 벌을 적었다. 칸이 있는 데에 한 줄을 적고 칸이 없는 데에 일곱 줄을 적었다.
칸이 그 사람의 여섯 줄을 받지 않았다. 내 칸도 내 아홉 줄을 안 받았고 나는 그것을 서식을 지키는 일이라고 여겼다.
다섯 시 반에 다섯째 묶음을 꺼냈다.
서른일곱 날 동안 백일흔여섯 장에서 늘지 않았다. 이 방에서 늘지 않는 것이 드물어 매일 세어 두었다.
오늘 백일흔일곱 장이었다.
늘어난 장을 폈다. 날짜가 십이월 열엿새다.
연도 칸에 두 자리가 들어와 있었다.
공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