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초여드레. 어제 본 날짜가 오늘이다.
아침에 접속 기록부터 열었다. 어제 다섯 시 반에 본 그 한 줄이 그대로 있었다. 계정은 내 것이고 조회 대상은 구십칠년 반출 대장이고 시각은 오전 열 시 십이 분이다. 날짜 칸에 구구년 십월 팔일이라고 되어 있다.
어제는 그것이 내일이었다. 오늘은 그것이 오늘이다.
한참 그 줄을 보다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찾아보았다. 아무것도 안 달라졌다. 글자 하나 안 변했다. 변한 것은 날이다.
아홉 시에 검색했다. 이백아흔넷이었다.
일지를 적어 놓고 열 시까지 무엇을 할지를 정했다.
저 줄은 내가 오전 열 시 십이 분에 구십칠년 반출 대장을 조회했다고 적고 있다. 나는 아직 조회하지 않았다.
정월부터 지금까지 이 방에서 배운 순서가 하나 있다. 적혀 있는 것과 안 한 것이 맞서면 나는 안 하는 쪽을 골랐다. 여섯 달째에는 하루를 통째로 안 셌고 일곱 달째에는 검색을 안 했다. 두 번 다 결과가 같았다. 안 해도 기록에는 했다고 적혔다. 한 일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있어야 하고, 기록에 사람 칸이 있으면 그 칸은 채워진다.
그러면 오늘 할 일은 둘이다. 열 시 십이 분에 조회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다.
조회하면 기록이 맞는다. 맞으면 저 줄이 먼저 적힌 것인지 내가 맞춰 준 것인지 못 가른다. 안 하면 기록이 틀리는데, 여태 두 번 다 틀리지 않았다.
세 번째를 해 보기로 했다.
열 시에 일곱째 서랍을 책상에 놓고 앉았다. 단말에서 팔을 뻗어도 안 닿는 데로 의자를 물렸다. 카드를 뽑아 두 자리를 보고 네 자리를 쓰는 일만 했다.
열 시 십이 분에 손에 있던 카드가 구칠이었다. 일구구칠이라고 썼다. 획 넷이다.
열람 완료라고 되어 있었다.
어제까지 그 칸은 비어 있었다. 아직 안 온 시각이니 비어 있는 것이 맞았다. 오늘 열 시 이십 분에 그 칸에 표시가 있다. 열 시 십이 분에 누가 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도 같았다. 안 해도 적힌다.
열한 시부터 열두 시까지 접속 기록을 통째로 뽑았다. 정월 초하루부터 오늘까지다. 넉 달 전에 한 번 뽑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줄이 사백 남짓이었다. 오늘은 구백열둘이다.
날짜 순으로 정렬해 보았다.
맨 위가 구구년이 아니었다.
공공년 정월 초하루가 둘이고 정월 초이틀이 둘이다.
접속 기록은 연도를 두 자리로 적는다. 정월에 인계받았을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고 고치라는 지침이 아직 안 왔다. 열두 서랍 안에 접속 기록은 없다. 그것은 색인이 아니라 기록이다.
두 자리로 적힌 공공은 두 해다. 이천년이기도 하고 천구백년이기도 하다. 정렬하는 기계는 공공을 천구백으로 읽으므로 넷을 맨 위에 세웠다. 맨 위는 가장 오랜 줄이 앉는 자리다.
그러면 저 넷은 아흔아홉 해 전 조회다.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말이 되는 쪽을 대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한 시부터 세 시까지 근거를 찾았다. 넷을 놓고 하나씩 대 보았다.
조회 대상으로 가려 보려 했다. 넷 다 대상이 있었다. 둘은 색인이고 둘은 목록이다. 둘 다 정월에 인계받은 프로그램이니 천구백년에 없던 것이다. 그런데 조회 대상 칸은 대상의 이름을 적어 두는 칸이라 그 이름을 지금 기계가 붙여 넣는다. 오랜 줄에 요즘 이름이 붙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근거가 안 된다.
시각으로 가려 보려 했다. 넷 다 시각이 새벽이다. 두 시 오십일 분, 두 시 오십구 분, 세 시 정각, 세 시 사 분이다. 이 방은 여섯 시에 잠근다. 새벽 세 시에 이 방에 사람이 없는 것은 올해나 아흔아홉 해 전이나 같으므로 이것도 근거가 안 된다.
새벽 세 시라는 것을 적어 두고 한 번 멈췄다. 상자 속 전신 묶음에 그 시각이 있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주파수에 응답이 오던 시각이다. 육십 해 전 일이고 지금 쓰는 기록과 아무 관계가 없는데 시각만 같다. 관계가 없다고 적을 근거도 없어서 적지 않았다.
하나가 나왔다. 계정 칸의 넉 자리다.
자료실 코드는 작년에 바뀌었다. 합병 정리 때 부서 체계를 다시 짜면서 지금 쓰는 넉 자리가 생겼다. 그 전에는 자리 수가 달랐다고 들었다. 천구백년에는 이 넉 자리가 없다. 그러니 저 넷은 천구백년 줄일 수 없다.
적어 놓고 나서 그 줄이 무엇을 한 줄인지를 보았다.
여덟 달 동안 나는 가릴 수 없는 것들을 적어 왔다. 어느 쪽이 먼저인지 모른다고 적고, 판단 근거가 없다고 적었다. 오늘 처음으로 근거를 찾아 한쪽으로 적었다.
가르고 나니 가른 쪽이 더 나쁘다.
천구백년이면 이 방이 없던 때의 줄이니 남의 일이다. 이천년이면 내 계정으로 내가 하는 조회다. 넉 자리가 가려 준 것은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가르기 전에는 두 해 중 하나였고 가른 뒤에는 앞으로 올 두 날이다.
여덟 달 동안 못 가른 것이 고마운 자리가 있었다. 못 가르면 둘 다 살아 있고, 둘 다 살아 있으면 나쁜 쪽이 절반이다. 오늘 절반이 없어졌다.
세 시 반에 본사에 적어 보낼 것을 쓰다가 그만두었다.
지침의 날짜 다섯 중에 공공년 정월 초하루가 있다. 어제 아홉 건은 그 다섯으로 설명됐다. 넷 중 둘의 월일이 그 날짜와 같으니 같은 설명을 대 볼 수 있다. 다만 시험은 시험 기계에서 했고 시험 기계는 접속 기록을 안 남긴다. 어제 그것을 내 손으로 확인해서 일지에 적었다.
설명을 대러 갔다가 어제 적은 줄에 막혔다. 막은 것이 어제의 나다.
네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갔다. 나가면서 요즘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카드에 연도를 적는다고 했다. 그가 그걸 왜 적느냐고 물었다.
기계가 두 자리만 보면 이천년과 천구백년을 못 가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가리느냐고 물었다.
앞뒤를 보고 가린다고 했다. 그가 그럼 됐다고 하고 올라갔다.
올라간 뒤에 앞뒤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오늘 자 줄에 앞뒤가 있다. 앞은 어제 내가 그것을 본 것이고 뒤는 오늘 그것이 열람 완료가 된 것이다. 앞뒤가 다 있는데도 그 줄이 먼저 적힌 것인지 아닌지가 안 갈린다. 가리는 데 쓰는 앞뒤는 내가 본 순서고 기록에 든 앞뒤가 아니다.
네 시 반부터 다섯 시까지 카드를 했다. 이백 장을 채웠다.
그러는 동안 날짜를 두 자리로 적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두 자리는 자리를 아끼려고 줄인 것이다. 아끼면 두 해가 한 칸에 들어온다. 한 칸에 들어오면 두 해가 한 값이 된다. 내일로 가는 수와 어제로 가는 수가 같은 값이다.
그러니 내일 자 조회와 아주 오랜 조회는 기록에서 같은 글자다. 어제 그 줄이 안 변한 채로 오늘이 된 것도 같은 까닭이다. 미리 적어 둔 것과 나중에 적은 것이 같은 글자가 되니, 기록만 보고는 어느 쪽인지 못 가른다.
다섯 시에 서고에 내려갔다. 시월 이십일 줄이 가리키는 상자를 한 번 더 보아 두려던 것이다. 자리에 있었다.
올라와서 다섯 시 십 분에 접속 기록을 마지막으로 열었다.
오늘 자 줄이 둘이었다.
첫 줄은 아침에 본 그것이다. 열 시 십이 분, 구십칠년 종합자료실 반출 대장, 열람 완료.
둘째 줄의 시각이 오후 다섯 시 사 분이었다. 나는 그 시각에 서고에 있었다.
조회 대상 칸에 표제가 있었다. 「일구구칠년 십이월 종합자료실 반출 대장」이다.
구월 아흐레에 본 그것은 십일월부터 십이월까지였다. 십이월만 있는 것은 처음 본다.
결과 칸에 열람 완료라고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