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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시월

October, Arrived Ea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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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초이레. 아침에 대장부터 뽑았다.

어제 다섯 시에 본 세 줄이 그대로 있었다. 첫째 줄 일구구구년 시월 육일. 둘째 줄 구구년 시월 육일. 셋째 줄 일구구구년 시월 이십일이다. 셋 다 자료 번호가 같고 수령자가 같다.

서고에 내려가 보았다. 어제 비어 있던 자리 하나가 그대로였고 그 옆 자리는 차 있었다. 셋째 줄이 가리키는 상자는 아직 거기 있다.

아홉 시에 검색했다. 이백아흔하나였다.

목록에 적으면서 한 번 걸렸다. 어제 것 둘은 같은 날을 두 해로 적은 것이라 이중 기재가 맞다. 셋째는 다른 날이다. 같은 목록에 넣을 것이 아닌데 넣을 데가 그것밖에 없다. 목록을 여섯째로 만들지 않으려고 넣었다.

열 시에 색인 카드를 시작했다. 일곱째 서랍이다.

여섯째 서랍은 어제 끝냈다. 열흘 만에 여섯 서랍이면 절반이다. 남은 여섯은 십일월 초순에 끝난다. 기한보다 스무 날 이르다.

한 장에 하는 일은 늘 같다. 찍힌 두 자리를 보고 그 옆에 네 자리를 쓴다. 이것을 삼천 장 넘게 했으니 손이 먼저 간다. 오전에 백스무 장을 했다.

열한 시 반에 목록을 뽑았다. 카드 전환을 한 서랍이 목록에 어떻게 잡히는지 보려던 것이다.

시월 하순 날짜가 열한 줄 있었다.

미래분이라고 적어 놓고 그 말을 지웠다. 미래라는 말이 서식에 없다. 등록 일자 후일분이라고 고쳐 적었다.

열한 건을 하나씩 열었다.

아홉 건은 시험용 기계에 있었다. 하나는 시험 기계의 목록 프로그램이고 여덟은 그 기계에 걸린 색인 갱신분이다. 시월 이십일이 넷이고 시월 서른하루가 넷이다.

까닭은 내 일지에 있었다.

구월 하순에 본사에서 추가 시험 지침이 내려왔다. 구월 초엿새에 배포된 목록 수정판이 날짜를 제대로 읽는지 보라는 것이었다. 지침에 날짜 다섯이 적혀 있었다. 시월 이십일, 시월 서른하루, 십일월 서른날, 십이월 서른하루, 공공년 정월 초하루다. 시험 기계 시계를 그 다섯으로 차례로 옮겨 놓고 목록을 뽑아 정렬을 확인하라고 했다.

구월 스무이레에 했다. 일지 백사십한째 장에 적혀 있다. 다섯 다 정렬이 바로였고 이상 없음으로 회신했다.

시계를 옮겨 놓은 동안 그 기계에서 색인이 갱신되면 갱신 일자가 그날로 적힌다. 기계는 제 시계를 믿는다. 그래서 시월 이십일과 시월 서른하루가 아홉 건 있다.

설명이 딱 맞았다. 아홉 건의 일자가 지침의 날짜와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다.

남은 둘은 시험 기계에 없었다.

하나는 운용 기계의 색인이었다. 일자가 시월 서른하루다. 운용 기계 시계는 한 번도 옮긴 적이 없다. 옮기라는 지침이 없었고 옮기면 그날 업무가 다 그 날짜로 적히니 옮길 수 없다.

다른 하나가 반출 대장 프로그램이었다.

반출 대장은 팔월에 네 자리로 고쳤다. 고친 것이 나고 고칠 때 시계는 안 만졌다. 만질 일이 없다. 대장은 기재할 때 기계 시계에서 날짜를 받아 적으므로 시계가 바로 있어야 기재가 바로 된다.

두 시에 본사에 전화했다. 어제 통화한 담당자가 아니었다.

아홉 건 이야기를 했더니 알고 있다고 했다. 시험 뒤에 흔히 남는 것이고 십일월 말 전환이 끝나면 정리 지침이 따로 내려간다고 했다.

남은 둘 이야기를 했다. 담당자가 잠깐 말이 없다가 시험을 몇 번 했느냐고 물었다. 한 번이라고 했다. 시험 기계와 운용 기계가 회선으로 붙어 있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자료는 사람이 디스크로 옮긴다.

담당자가 그럼 그쪽에서 언제 시계를 옮겼는지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세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어제 그 상자 이야기를 했다. 두 번 적힌 것 말고 스무날에 또 나간다고 적힌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위에서 목록을 보다가 봤다고 했다.

있다고 했다. 그가 그럼 스무날에 뭘 내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청구가 오면 내준다고 했다. 그가 청구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다. 그가 웃고 올라갔다.

올라간 뒤에 그 물음을 적어 두었다. 아홉 달 동안 이 방에서 내가 물은 것은 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였다. 그가 물은 것은 무엇을 하면 되느냐다. 대장에 적힌 반출을 안 하면 대장이 틀리고 하면 상자가 둘 나가야 하는데 상자는 하나다. 어느 쪽이든 안 되는 일을 열사흘 뒤에 해야 한다.

세 시 반부터 다섯 시까지 운용 기계 기록을 다 뒤졌다. 시계를 만지면 기록이 남는다. 정월부터 오늘까지 여섯 줄이 있었고 여섯 다 시각 보정이다. 하루에 몇 초씩 느려지는 것을 달마다 맞춰 준 것이다. 가장 크게 옮긴 것이 십이 초다.

날짜를 옮긴 줄은 없었다.

이 방에서 아홉 달을 지내면서 배운 것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설명이 오면 설명 밖이 남는다. 이월에는 종이가 남았고 유월에는 정정본이 남았고, 팔월에는 자리가 셋 남았다. 남는 것은 늘 설명의 바깥이 아니라 설명의 끝이다. 설명은 아홉까지 가고 열째부터 안 간다.

오늘은 아홉까지 갔다. 아홉 건이 지침 날짜와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맞는다. 이렇게 잘 맞는 설명을 여덟 달 만에 처음 받았다.

그 설명이 남은 둘에는 손도 못 댄다. 손댈 자리가 없다. 시험하지 않은 기계에서는 시험의 잔재가 나올 수 없다.

설명이 잘 맞을수록 안 맞는 데가 좁아진다. 좁아지면 작아 보인다. 열한 건 중에 둘이니 스무 몫 중 둘쯤이다. 유월에 스물 중 열여섯이 틀렸을 때 나는 그것을 크다고 여겼다. 오늘 둘은 작아 보이고 작아 보이는 것이 고맙다.

고맙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섯 시에 알았다. 나는 스무 몫 중 열여덟이 설명된 것이 좋았다. 설명된 열여덟은 오늘 아무 일도 안 한 것이고 안 한 것이 열여덟이라고 적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러면 오늘 일어난 일은 둘이다. 여덟 달 동안 하루에 일어난 일은 늘 하나나 둘이었다. 아홉 건이 설명되든 안 되든 남는 것은 둘이다. 설명은 일어난 일의 수를 줄이지 않는다.

다섯 시 십 분에 마지막 줄을 적고 일지를 덮었다.

다섯 시 반에 접속 기록을 열었다.

열한 건을 누가 등록했는지 보려던 것이다. 등록은 사람이 해야 하고 사람이 하면 접속 기록이 남는다. 이 방에서 등록할 수 있는 계정은 하나다.

아홉 건에는 접속 기록이 아예 없었다. 시험 기계는 접속 기록을 안 남긴다. 열째 건에도 없었다.

열한째 건에 한 줄이 있었다.

계정은 내 것이었다. 조회 대상은 「일구구칠년 종합자료실 반출 대장」이었다. 구월 아흐레에 본문이 안 열렸던 그것이다.

시각이 오전 열 시 십이 분이었다.

날짜가 시월 초여드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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