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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접속

The Three A.M.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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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 스무이틀. 월말 정산 배치 때문에 야근을 했다.

전산실은 월말에 사람이 남는다. 정산 배치가 밤에 돌고 중간에 실패하면 다시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남은 사람은 둘이었다. 나와 배치 담당 하나. 담당은 열두 시가 넘어 눈을 붙이러 갔고 나는 남았다.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보고 있으라고 했다.

두 시에 백업이 시작되는 것을 보았다. 화면에 진행률이 뜨고 숫자가 올라갔다. 두 시 반에 정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세 시에 색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로그에서 보던 시각을 실제로 보고 있으니 별것 아니었다. 화면에 줄이 하나 뜨고 그다음 줄이 뜨는 것이 전부다.

새벽 세 시의 사무실은 낮과 소리가 다르다. 사람 소리가 없으니 기계 소리가 크게 들린다. 서버실 문 너머의 소리가 낮에는 배경이었는데 밤에는 그것뿐이다. 나는 그 소리를 한참 듣다가, 소리에 높낮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한 음이 계속 이어지면 소리가 아니라 방의 상태처럼 들린다.

세 시가 조금 지나 접속자 목록을 열어 보았다. 별 이유는 없었다. 야근하면 평소에 안 보던 화면을 열어 보게 된다.

접속자 목록에는 지금 회사 전산망에 붙어 있는 자리가 뜬다. 새벽 세 시에 붙어 있을 자리는 없다. 실제로 두 줄이었다.

한 줄은 내 자리였다. 화면 오른쪽에 내 사번이 붙어 있었다.

다른 한 줄은 자료실 단말이었다.

나는 그 줄을 보고 잠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생각이 한 바퀴 도는 데 시간이 걸렸다. 자료실은 이월 여드레에 비웠다. 단말 세 대는 자산이라 남겼고 전원은 내가 내렸다. 열쇠는 관리부에 반납했다.

배치 담당을 깨우기는 뭣해서 아침에 물어보기로 하고, 대신 화면을 몇 개 더 열어 보았다.

세션 정보에는 접속 시작 시각이 있었다. 두 시 오십구 분이었다. 색인 작업이 시작되기 일 분 전이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접속자 목록에 안 나온다. 그건 다른 화면이고 권한이 있어야 본다. 나는 권한이 없었다.

세 시 사십일 분에 목록을 새로 고치니 그 줄이 없었다. 내 자리 한 줄만 남아 있었다.

접속 로그를 열어 보았다. 남아 있었다. 시작 두 시 오십구 분, 종료 세 시 사십일 분. 사십이 분 동안 자료실 단말이 전산망에 붙어 있었다고 기록에 적혀 있었다.

아침에 배치 담당에게 물었다. 그는 커피를 마시면서 대답했다. 전원을 내렸으면 안 뜬다고 했다. 나는 그러면 이건 뭐냐고 로그를 보여 주었다. 그는 잠깐 보더니, 절전 상태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했다. 절전이면 화면만 꺼지고 회선은 살아 있다고 했다.

나는 전원을 내렸다고 다시 말했다. 스위치를 내렸다고.

그는 그러면 이상하다고 했다. 이상하다고 말하고는 자기 일을 하러 갔다. 이상하다는 말은 그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전산실에서 이상한 일은 대개 그렇게 끝난다. 재현되지 않으면 원인을 찾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재현되지 않는 일에 매달리면 일이 안 된다. 다만 이번 것은 재현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재현을 안 해 본 것이었다. 확인하려면 지하에 내려가 보면 된다.

오후에 관리부에서 열쇠를 빌렸다.

지하 이 층은 두 주 만이었다. 문을 열자 공기가 찼다. 난방을 끊어 놓았으니 당연했다. 불을 켜니 빈 선반 여섯 열과 책상 세 개가 그대로 있었다.

단말 세 대도 그대로였다. 나는 한 대씩 확인했다. 전원 스위치는 내려져 있었다. 세 대 다였다.

화면에 손등을 대 보았다. 유리가 차가웠다. 뒤쪽 통풍구에도 손을 대 보았다. 거기도 찼다.

만져 보니 차가웠다. 밤새 돌던 기계는 아침에 미지근하다. 이 기계들은 두 주 동안 꺼져 있던 기계의 온도였다.

회선도 확인했다. 벽의 단자함을 열어 보니 선 세 가닥이 다 꽂혀 있었다. 꽂혀 있는 것과 기계가 켜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선이 꽂혀 있어도 전원이 없으면 아무 신호도 안 나간다. 그것은 지점에서 단말 쓰던 사람도 아는 상식이다.

방을 나오기 전에 책상 상판의 사각 자국을 보았다. 새 단말을 치우지 않았으니 자국은 여전히 기계 밑에 있었다. 가장자리만 남아 보였다.

열쇠를 반납하면서 관리부 직원에게 물었다. 이 방에 최근에 들어간 사람이 있느냐고. 그는 대장을 넘겨 보더니 이월 여드레 이후로 없다고 했다. 열쇠를 빌려 간 것이 오늘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전산실로 올라와서 나는 그 일을 어떻게 적을지 잠깐 고민했다.

일지에 그대로 적으면 전원이 내려진 기계가 사십이 분 동안 전산망에 붙어 있었다고 적는 셈이다. 그렇게 적어 두면 누가 나중에 읽고 물을 것이다. 물으면 나는 답할 것이 없다. 확인한 것은 두 가지뿐이다. 로그에 그렇게 적혀 있다는 것, 그리고 기계는 꺼져 있고 차갑다는 것.

나는 두 가지를 다 적었다. 판단은 적지 않았다. 판단할 근거가 없을 때는 본 것만 적는 것이 낫다고 지점에서 배웠다. 시재가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적지, 왜 안 맞는지를 지어서 적지 않는다.

적고 나서 옆자리 사람에게 권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접속 세션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려면 어느 권한이 있어야 하느냐고. 그는 운영 권한이라고 했고, 그건 팀장 결재가 있어야 신청된다고 했다. 신청 사유를 뭐라고 쓰겠느냐고 그가 물었다.

나는 답을 못 했다. 사유란에 적을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꺼진 기계가 밤마다 붙는다고 적으면 그것부터 설명해야 하고, 설명하려면 결국 로그 한 줄과 차가운 기계 세 대뿐이다.

적고 나서 화면을 닫는데, 접속 로그를 한 번 더 열어 보았다.

전날 밤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 앞 밤도 남아 있었다. 나는 날짜를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이월 여드레 이후로 매일 밤, 자료실 단말의 세션이 있었다. 시작 시각은 대개 두 시 오십몇 분이었고 종료는 세 시 사십분대였다.

보름 동안 매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오늘 처음 보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이월 여드레 전에는 그 줄이 없었다. 그 전에는 낮에 접속한 기록만 있었고 그것은 내가 자료실에서 일하던 시각이다.

그러니까 세션이 밤으로 옮겨 간 것은 내가 그 방을 비운 날부터였다. 사람이 있는 동안에는 낮에 붙었고 사람이 없어지자 밤에 붙는다.

이 문장을 일지에 적을지 말지를 나는 오래 생각했다. 적으면 판단이 되고 안 적으면 못 본 것이 된다. 나는 적지 않았다. 대신 접속 로그를 인쇄해 서랍에 넣었다. 종이로 두면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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