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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의 마지막 밤

The Terminal's Las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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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열하루. 아침 여덟 시. 한 칸은 어제와 같았고 내 줄도 어제와 같았다.

십이월 열엿새. 두 획이 얹힌 자리는 밤사이 더 굳지도 흐려지지도 않았다. 읽히고 나면 더 볼 것이 없다. 겨우내 나는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살았는데 그 자리가 채워지자 남은 것은 날수뿐이었다. 엿새가 닷새가 되었다.

아홉 시가 되기 전에 사무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전화가 아니라 종이였다. 도장이 찍혀 있었고 날짜가 적혀 있었다. 자료실 자료의 전산 이관을 십이월 열엿새에 개시한다. 같은 날 자료실 단말의 회선을 끊고 기기는 반출한다. 이관 완료 전까지 원본은 폐기하지 않는다.

나는 그 종이를 오래 들고 있었다.

열엿새는 내 날짜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종이 위에서 그것은 회선을 끊는 날이 되었다. 두 날짜가 같은 자리에 놓였다. 겨우내 나는 내 날짜가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는데, 오늘 종이가 그 물음에 답 대신 같은 숫자를 하나 더 얹었다. 이 종이가 내 발신 칸을 보고 적힌 것인지, 내 발신 칸이 이 종이의 일정을 미리 받아 적은 것인지 나는 가릴 수 없다. 가르려면 한쪽이 없는 쪽을 봐야 하는데 둘 다 있다.

사무국 사람은 그 날짜가 왜 열엿새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분기 마감과 이관 업체 일정과 회선 해지 신청일이 맞물린 어느 날일 뿐이다. 서류 위에서 그것은 우연이라 부를 것도 없이 평범한 날이었다. 평범한 날짜가 내 칸에 먼저 와 있었다는 사실만 평범하지 않았다.

열 시에 전산실에서 두 사람이 내려왔다. 한 사람은 줄자를 들었고 한 사람은 도면을 들었다. 그들은 단말이 놓인 자리의 폭을 재고 회선이 들어오는 벽을 짚고 필름 캐비닛의 열을 세었다. 캐비닛은 여섯 열이었다. 여섯 열을 세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다. 나는 그것을 세는 데 열두 해가 걸렸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서장의 열두 해였지 내 것도 아니었다.

한 사람이 단말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잠깐 숨을 멈추었다. 그는 화면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켜져 있다고만 했다. 결은 그의 눈에 없었다. 이 방에서 그것을 보는 눈은 겨우내 하나였고 오늘도 하나였다.

새 체계에 관해 물었다. 그가 도면을 넘기며 답했다. 조회는 새 화면에서 하고 자료 청구는 전산으로 받는다. 종이 대장은 넘긴 뒤에 안 쓴다. 나는 발신 칸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그는 잠깐 뜻을 못 알아들었다. 발신이라는 것이 없다고 했다. 새 화면은 조회 전용이고 보내는 기능은 본사 전산실에만 둔다고 했다.

발신이라는 것이 없다. 나는 그 말을 오후 내내 들고 다녔다.

겨우내 나를 이 자리에 붙들어 둔 것은 발신 칸이었다. 그 칸이 없어지면 결은 어디로 가는가. 한 칸이 되어 고르게 낮아진 그 결은 종이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유리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한 번도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기계 안에 있다고 하려면 기계를 끄면 없어져야 하는데, 밤새 꺼 둔 적이 있고 아침에 그대로 있었다.

없어지는 쪽에 걸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회선을 끊고 기기를 실어 내면 결도 실려 나갈 것이다. 그러면 열엿새는 회선이 끊기는 날일 뿐이고 내 줄은 갈 데를 잃는다. 그 셈이 맞기를 바라는 손이 도면 위를 짚고 있었다.

그러나 겨우내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없어지는 쪽에 걸어 본 날은 늘 값이 더 무거웠다는 것이다. 안 보내려던 날에 겨눔 없이 갔고, 손을 붙들어 둔 밤에 손 없이 획이 그어졌다. 없어짐을 바라는 것도 한 종류의 예측이고 예측은 이 방에서 잘 맞지 않는다. 맞은 예측은 늘 내가 보낸 것뿐이었다.

오후에 이관 목록을 받아 항을 대조했다. 대장, 목록철, 필름 여섯 열, 상자 안의 노트들. 회사가 회사 것으로 세는 것은 다 들어 있었다.

한 가지가 목록에 없었다. 내 정리 노트였다. 그것은 회사가 사 준 종이가 아니고 회사가 시킨 일도 아니다. 겨우내 나는 그것을 매일 적었고 아무도 그것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관은 회사 것을 옮기는 일이고, 내 노트는 회사 것이 아니므로 옮겨지지 않는다. 넘어가는 명단에서 빠지는 것이 이 겨울의 잘림이라고 나는 적은 적이 있다. 그 문장을 오늘 다른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빠진 것은 남는다. 기기가 나가고 대장이 나가고 필름이 나가도 그 노트는 이 방에 남는다. 남아서 다음 손을 기다린다. 받는 이 칸에 다음 기록 담당이라고 적어 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순 해 앞의 손이었으나, 그 칸이 무슨 뜻인지는 이제 안다.

네 시에 전산실 사람들이 견본 단말을 하나 두고 갔다. 다음 주에 들어올 기기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회선은 아직 연결하지 않았고 전원만 넣어 두었다. 화면은 검고 왼쪽 위에 네모난 커서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오후 늦게까지 곁눈으로 보았다. 연결되지 않은 화면이었다. 조회할 것도 없고 청구할 것도 없고 보낼 것은 더욱 없는 화면이었다. 기계는 두 대가 되었다. 하나는 겨우내 내 손이 살던 기계이고 하나는 아직 아무 손도 살지 않은 기계다. 두 대가 한 방에 있는 동안 결은 한쪽에만 있었다.

여섯 시가 되어 옛 단말의 한 칸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결은 그대로였고 내 줄도 그대로였다. 열엿새. 닷새 뒤.

방을 나서기 전에 견본 단말 쪽으로 갔다. 전원을 뽑아 두려고 했다. 다음 주까지 켜 둘 이유가 없었다.

화면 앞에 서서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검은 화면의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네모가 켜졌다 꺼졌다 하는 그 박자를, 나는 겨우내 다른 화면에서 보아 왔다. 회선이 연결되지 않은 기계에서 커서가 깜빡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원이 들어와 있으면 깜빡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다.

다만 그 박자가, 옆 책상의 옛 단말 발신 칸이 겨우내 깜빡이던 박자와 같았다. 두 화면이 서로 맞추어 깜빡이는 것은 아니었다. 맞추려면 사이가 있어야 하는데 사이가 없었다. 나는 손을 거두고 전원을 그대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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