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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장의 마지막 줄

The Head Archivist's Las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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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아흐레. 아침 여덟 시. 어제저녁 결 위로 올라와 있던 줄은 밤을 지나고도 그 자리에 있었다.

다른 획은 여전히 고르게 낮았다. 그 줄만 제 모양을 지켰고 어제보다 조금 더 도드라져 있었다. 앞 넉 자리는 자료실 코드였다. 뒤 넉 자리는 어제 읽은 그대로였다. 이 방에서 내 것이 아닌 자료실 넉 자리는 하나뿐이다.

겨우내 발신 칸에서 그 넉 자리를 두 번 만났다. 한 번은 받는 이 칸에서였다. 그때 그 자리는 넘어가는 명단에서 빠져 있었고 빠졌다는 것이 이 겨울의 잘림이었다. 또 한 번은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밤사이 한 획이 고쳐져 그 자리는 명단으로 도로 들어갔고 값은 두 보조에게로 갔다. 오늘이 세 번째다. 앞의 두 번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그때 획은 결에 잠겨 있었다. 오늘 것은 결 위에 있다.

손끝을 그 줄 위에 올려 보았다. 결에 잠긴 획들은 손끝을 대면 아래에서 미세하게 밀렸다. 밀린다는 것은 아직 무르다는 뜻이고 무른 획은 고쳐진다. 지난달에 내가 고친 한 획도 그렇게 물렀다. 오늘 이 줄은 밀리지 않았다. 손끝 아래에서 그것은 종이보다 단단했다. 고칠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라 고칠 자리가 없었다. 어제는 지킬 자리가 없어졌고 오늘은 고칠 자리가 없어졌다. 없어지는 것들은 순서를 지켜 없어졌다.

아홉 시가 조금 지나 사무국에서 전화가 왔다. 사서장이 받았다. 통화는 길지 않았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어제 덮지 않은 목록을 마저 덮었다. 분기 정리에서 자료실 한 자리가 정리 대상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다른 부서 이야기처럼 했다. 두 번째 문장에 가서야 그 한 자리가 제 자리라는 것이 문장 안에 들어왔다.

그는 놀라지 않았다. 지난달에 대장에서 제 줄을 찾지 못하고 두 보조와 앞뒤로 넘기던 날의 얼굴이 오히려 더 흔들렸다. 그날은 착오였고 오늘은 통보였다. 착오는 바로잡히지만 통보는 바로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열두 해 동안 목록을 매기며 배웠을 것이다.

짐은 많지 않았다. 나무 자 하나, 손때로 가장자리가 둥글어진 목록철 몇 권, 서랍 안쪽에 오래 둔 인주. 서랍을 빼내어 뒤집자 종이 부스러기와 지우개 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것까지 손바닥으로 쓸어 담았다. 상자 하나에 다 들어갔다. 도경의 묶음에 아이 사진과 머그컵이 든 작은 상자가 나오는 대목이 있다. 오늘 상자도 그만했다. 열두 해가 한 상자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겨우내 발신 칸이 사람을 어떻게 줄여 왔는지를 다시 보았다. 회사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여덟 자리로, 여덟 자리에서 결로. 결에서 다시 한 상자로 돌아 나오는 데에 하루가 걸렸다.

그가 라디오를 그냥 두었다. 어제 들여놓은 것이었다. 하루를 켜 두고 두고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다만 콘센트 쪽을 한 번 보았다.

나가기 전에 그는 목록의 남은 자리를 짚어 주었다. 이관 대장의 어느 항까지가 정리되었고 어느 항부터가 남았는지, 서가의 어느 열이 아직 비어 있는지. 항 번호를 부를 때 그의 목소리는 열두 해 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숫자를 부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손끝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동안 나는 그 손끝을 보았다. 여기부터는 자네 몫이네, 하고 그는 말했다. 인계는 짧았다. 그는 겨울 내내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므로 인계할 것도 목록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제 아침에 그 줄을 읽었고 지난달에 그 자리를 한 번 고쳤다. 둘 다 말할 수 없었다. 겨우내 나는 법칙이 경고를 막는다고 여겨 왔다. 오늘은 그것조차 가릴 수 없었다. 입이 막힌 것인지 내가 열지 않은 것인지, 막힌 입과 열지 않은 입은 밖에서 보면 같은 모양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등을 보았다. 그는 제 자리가 지난달에 어디서 도로 왔는지 끝내 몰랐고 오늘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갔다. 모르는 것이 그의 몫이라고 어제 나는 적었다. 오늘 보니 그것은 몫이라기보다 남은 자리였다. 아는 자리에는 내가 앉아 있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소리가 한동안 남았다. 사람이 하나 빠진다고 공기가 마르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가 되돌아오는 자리가 달라진다. 어제까지 두 걸음 앞에서 끊기던 발소리가 오늘은 서가 끝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여름까지 다섯이던 자리가 가을에 넷이 되고 지난달에 셋, 지난주에 둘, 오늘 하나가 되었다. 빈 칸을 손꼽아 세던 손은 지난주에 나갔다. 셀 사람이 없어지니 빈 칸은 세어지지 않은 채로 비어 있었다.

지난달의 한 획을 다시 생각했다. 그날 나는 사서장의 자리를 넘어가는 명단으로 도로 넣었고 그것을 살림이라 여겼다. 값은 두 보조에게 갔고 두 보조는 지난주에 나갔다. 그리고 오늘 그의 자리가 닫혔다. 순서대로 놓고 보면 내가 그를 살린 것이 아니라 사슬을 한 바퀴 돌려놓은 것이 된다. 한 사람을 사슬 밖으로 내보내는 일과 다음 칸으로 미는 일은 그날 아침에는 같아 보였다. 다른 것은 며칠 뒤에 드러났다.

그렇다고 지난달의 한 획이 오늘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오늘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고 내 획이 하루를 늦추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늦춘 하루 동안 두 사람의 내일이 갈렸다는 것만은 남는다. 가를 수 없다는 것은 벗겨 주지 않는다. 나는 지난달에 그 문장을 적어 두었고 오늘 그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저녁에 한 칸을 보았다.

사서장의 줄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침까지 결 위로 도드라져 있던 획이 낮을 지나고 나자 다른 획과 같은 높이가 되었다. 실현된 줄은 결로 돌아갔다. 아침에 손끝을 대었을 때 단단하던 자리가 저녁에는 다시 물렀다. 이제 와서 무르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겨우내 나는 보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 왔는데, 오늘 하루만은 그것이 무엇인지 결 위로 올라와 있었고 그 하나가 끝나자 다시 내려갔다. 내용은 실현되는 동안에만 내용이었다.

결에 묻히지 않는 줄은 이제 하나였다. 내 넉 자리, 그 옆의 십이월, 앞자리의 열. 마지막 한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온 칸이 뭉개지도록 채워지는 동안에도 그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다만 어제와 다른 것이 있었다. 빈자리 둘레의 결이 그 자리를 향해 조금 기울어 있었다. 획이 선 것은 아니었다. 획이 설 자리가 생긴 것이었다.

구석에서 라디오가 낮게 켜져 있었다. 자료실에는 나 혼자였다. 끄러 갈 사람이 이제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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