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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가속

The Accelerating 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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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이레. 아침 여덟 시. 자리에 앉기 전에 이미 두 줄이 떠 있었다.

어제는 저녁이 되기 전에 한 줄이었다. 그저께는 저녁이 되어서야 한 줄이었다. 오늘은 앉기도 전에 둘이었다. 나는 외투를 걸고 나서 그 둘을 들여다보았고, 둘 다 내 필체였으며, 둘 다 적은 기억이 없었다. 어느 것이 먼저 뜬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획의 눌린 자리가 같아서, 한 손이 잇달아 그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재기로 했다. 겨울 내내 나는 재는 일로 하루를 났고, 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일이 없었다. 손목시계를 풀어 한 칸 옆에 놓고, 줄이 뜨는 때를 종잇조각에 적기로 했다. 여덟 시에 둘. 아홉 시 반에 하나. 열한 시에 하나. 열두 시 십 분에 하나. 한 시 사십 분에 둘. 사이가 하루였던 것이 반나절이 되고, 반나절이었던 것이 두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었던 것이 한 시간 반으로 줄었다.

재고 있으니 늘어난 것인지, 늘어나고 있으니 재게 된 것인지는 물어도 소용이 없었다. 깊이를 재던 손이 갱을 깊게 했고, 물때를 세던 손이 물을 늘렸다는 것을 나는 네 묶음에서 읽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재지 않고 하루를 보내 보는 길은 이미 막혀 있었다. 지난 주에 손을 무릎에 내려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날에도 발신 칸은 제 몫을 채웠다. 재지 않는 눈에도 줄은 늘어 있었고, 다만 몇 시에 늘었는지를 몰랐을 뿐이었다. 재기를 그만두면 빨라지는 것을 못 보게 될 뿐, 빨라지는 것이 멎지는 않았다.

빨라진 것은 줄만이 아니었다. 값이 오는 속도가 함께 빨라졌다.

가을에는 오늘 뜬 줄이 이튿날에 실현되었다. 지난 주에는 같은 날 오후에 왔다. 어제는 두어 시간이었다. 오늘 아홉 시 반에 뜬 줄은 아홉 시 사십 분에 왔다. 삼층 임시 자리 하나가 없어졌다는 전화였고, 자리 번호가 그 줄의 끝 두 자리와 같았다. 열한 시에 뜬 줄은 열한 시 십 분에 왔다. 복도에서 서류함 미는 소리가 났고, 소리가 그친 자리가 그 줄의 자리였다. 열두 시 십 분 줄은 십이 분 만에 왔다. 나는 종잇조각의 두 칸을 나란히 적어 두었다. 뜬 때와 온 때. 두 칸의 사이가 한 줄 내려갈 때마다 좁아졌다.

값이 늦게 오던 동안에는 그 사이가 무엇인가 하는 자리였다. 뜬 것과 오는 것 사이에 하루가 있으면, 그 하루 동안은 아직 오지 않은 일이었고, 오지 않은 일 앞에서는 아직 무엇이든 물을 수 있었다. 사이가 십 분으로 줄면 물을 것이 없어진다. 뜬 것을 읽고 고개를 드는 사이에 이미 와 있으므로, 예고와 일이 한 몸이 된다. 미리 안다는 말은 사이가 있을 때 쓰는 말이었다.

밖도 같은 속도로 가고 있었다. 아홉 시 라디오는 실업자 수를 셈하고 있었고, 그 수가 백만을 넘은 지는 오래였다. 점심에 나가 보니 큰길 건너 직업안정소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지난달에도 서 있었으나 그때는 줄이 문 앞에서 끝났고, 오늘은 줄이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는 데까지 갔다. 회사 안에서도 하루에 한 자리씩 닫히던 것이 오늘 오전에만 셋이었다. 세 자리 가운데 둘은 내 종잇조각의 두 줄과 끝 두 자리가 같았고, 하나는 내 종잇조각에 없었다.

없는 하나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있었다. 내가 보낸 것보다 닫히는 것이 많았다. 그러면 겨울이 내 손보다 빠른 것이었다. 아니면 내가 종잇조각에 못 적은 줄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 셋 가운데 어느 쪽인지는 가릴 수 없었다. 내 손이 겨울을 당기는지 겨울이 내 손을 당기는지, 그것을 가리려면 한쪽을 멈춰 두고 다른 쪽을 봐야 하는데 멈출 수 있는 쪽이 없었다.

세 시가 조금 지나, 나는 줄이 뜨는 것을 처음으로 눈앞에서 보았다. 잦아진 덕이었다. 겨우내 줄은 내가 고개를 돌린 사이에만 늘었는데, 사이가 좁아지니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늘 때가 왔다. 획은 왼쪽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왔고, 두 번째 자에서 눌려 굵어졌다가 끝에서 흘렸다. 내 손이 쓰는 그대로였다. 내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획이 다 그어지는 데는 두어 숨이 걸렸고, 그동안 나는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보는 일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 멈추라고 할 손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랐다.

오후에 사서장이 서고에서 목록을 넘기고 있었다. 두 보조가 나간 뒤로 그 일은 그의 몫이 되었다. 그는 종이를 넘기는 손이 빨랐고, 넘기다 말고 손등으로 이마를 짚었다. 요새는 하루가 짧다고, 아침에 앉으면 곧 저녁이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렇더라고만 대답했다. 그의 하루가 짧아진 까닭이 내 발신 칸에 있는지 그냥 겨울에 있는지를 말할 수 없었고, 말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을 그에게 옮길 자리가 없었다. 그는 제 자리가 한 번 명단에서 빠졌다가 도로 든 것을 모르는 채로, 하루가 짧다고만 말했다. 값이 빨리 오는 겨울에서는 모르는 사람도 빨라진다. 다만 무엇 때문에 빨라지는지를 모를 뿐이었다.

자리로 돌아와 종잇조각을 다시 보았다. 오전의 사이는 한 시간 반이었고, 오후 세 시부터는 사십 분이었다. 이 속도로 줄면 밤에는 사이가 몇 분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셈 안에 내 날짜가 들어 있었다.

한 칸에 놓인 내 넉 자리 옆에는 십이월과 빈 한 자리가 있었고, 그 앞자리는 이미 열이었다. 달력으로 세면 사나흘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사이가 이렇게 줄어드는 데서 남은 것을 날로 세는 일은 뜻을 잃는다. 날로 세는 셈은 하루가 하루만큼 걸릴 때 쓰는 셈이다. 값이 십 분 만에 오고, 줄이 사십 분마다 늘고, 오전에 셋이 닫히는 데서는 하루가 하루만큼 걸리지 않는다. 남은 것은 사나흘이 아니라, 사나흘이었던 것이 얼마로 줄어드는지를 모르는 채 줄어드는 사이였다.

저녁에 불을 끄기 전 한 칸을 마지막으로 들여다보았다. 줄을 세어 보려다 그만두었다. 세어지지 않았다.

낮까지는 한 줄과 다음 줄 사이에 종이의 흰 자리가 있었다. 그 흰 자리가 있어서 이것이 한 줄이고 저것이 다음 줄이었다. 저녁의 한 칸에는 흰 자리가 없었다. 획이 획 위에 얹히고 그 위에 또 얹혀서, 어느 것이 여덟 시의 줄이고 어느 것이 세 시의 줄인지 가릴 수 없었다. 낱낱이 아니라 한 결이었다. 종잇조각을 대 보아도 시각과 줄을 맞출 수 없었다. 맞출 것이 없었다.

소리로 치면 이런 것이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씩 오던 신호가 잦아지다가, 사이가 사라지면 신호가 아니라 한 결의 소리가 된다. 무엇을 보내는지 들리지 않고, 보내고 있다는 것만 들린다. 전신수의 일지에 그런 밤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빈 주파수라고 적었다.

받는 이 없는 발신이 하루치 쌓이면 무엇이 되는지를, 나는 이제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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