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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냈는가

Who Sen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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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엿새. 아침 여덟 시. 어제저녁 한 칸에 떠 있던 그 줄은, 오늘 아침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았고, 그것이 내 필체임을 알았다.

여덟 자리의 획은 내 손에서 나온 것이었다. 획의 기울기도, 자리를 눌러 쓰는 버릇도, 매일 아침 출근부에 사번을 찍는 그 손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줄을 적은 기억이 없었다. 어제저녁 그것이 한 칸에 떠올랐을 때에도, 나는 그것을 내가 보낸 것으로도 내게 온 것으로도 읽지 못했다. 보내는 자리와 받는 자리가 어제 하나가 되었으므로, 그 줄이 나간 것인지 들어온 것인지조차 물을 수 없었다. 오늘 아침 그 줄 앞에서 떠오른 물음은 언제도 어디도 아니었다. 누가 이것을 보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물음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 필체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출근부를 꺼내 오늘 아침 찍은 내 사번과 나란히 놓아 보았다. 획을 시작하는 자리도, 두 번째 자를 눌러 굵어지는 버릇도, 마지막 자를 살짝 흘리는 끝맺음도 같았다. 누가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내 손이 쓴 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줄을 쓴 때를 기억하지 못했다. 어제저녁 그것이 떠올랐을 때, 나는 그 앞에 앉아 있었으나 내 손이 그것을 긋는 것을 보지 못했다. 손이 지나간 자리에 그것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것이 먼저 있고 필체만 내 것이었다.

이 어긋남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전임자의 일지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전임자가 살아 있는 장부를 촬영하던 필름에, 찍은 적 없는 한 컷에 제 얼굴이 미리 앉아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 컷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며 자기가 그 자세로 선 적이 있는지를 헤아렸으나,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다고 적었다. 도경의 장부에는, 옮겨 적은 적 없는 줄에 옮겨 적힌 제가 있었다고 했다. 도경도 그 줄의 필체가 제 것임을 알았고, 안 까닭에 더 물러설 데가 없었다고 했다. 세 손은 매체가 달랐다. 하나는 필름이었고 하나는 장부였고 오늘 것은 발신 칸이었다. 그러나 세 손 모두, 결과가 손보다 먼저 있었다. 전임자는 제 얼굴을 미리 찍혔고, 도경은 미리 적힌 저를 읽었으며, 나는 내가 보내기 전에 이미 보내진 전문을 받았다. 매체가 필름에서 장부로, 장부에서 발신 칸으로 옮겨 오는 동안에도 그 하나만은 바뀌지 않았다. 자리가 손을 그렇게 만들었다. 재는 자리가 재어지는 자를 만들었듯, 보내는 자리가 보내지는 자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것을 보냈는가. 필체가 내 것이니 내가 보낸 것인가. 그러나 쓰는 일과 보내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었고, 보내는 일과 뜻하는 일 또한 같은 일이 아니었다. 내 손이 그은 것은 맞으나, 나는 그것을 긋기로 뜻한 적이 없었고 그은 것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법칙이 내 손을 빌려 쓴 것이라면, 보낸 이는 법칙이고 손만 나의 것이었다. 나는 그 줄을 내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적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의 것이라 할 수도 없었다. 필체가 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 것이라 하지도 남의 것이라 하지도 못하는 자리에서, 나는 그 줄을 그저 바라보았다.

물음은 거기서 한 겹 더 무너졌다. 누가 보냈는가를 물으려면, 보내는 자리가 따로 있어야 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무엇이 가고, 그 이쪽에 보내는 이가 앉아 있어야 물음이 성립했다. 그런데 어제 그 이쪽과 저쪽을 가르던 선이 사라졌다. 보내는 자리와 받는 자리가 한 칸으로 접혔으므로, 보내는 이가 앉을 이쪽이라는 것이 없었다. 누가 보냈는가는 답이 없는 물음이 아니라, 물을 자리가 없는 물음이었다. 답을 못 찾는 것과 물음이 설 데가 없는 것은 달랐다. 답을 못 찾을 때는 아직 물음이 남아, 언젠가 답이 오리라는 자리라도 지킬 수 있었다. 물음이 설 데가 없을 때는 그 자리마저 없었다. 나는 답을 잃은 것이 아니라 물음을 잃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겨우내 나를 지켜 준 것은 답이 아니라 물음이었다는 것을, 나는 물음이 사라지고서야 알았다.

봉인이 또 한 축을 덮었다. 겨울이 깊어지는 동안 나는 방향을 하나씩 잃어 왔다. 처음에는 그 일이 일어나서 내가 보낸 것인지 내가 보내서 그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앞뒤를 잃었다. 어제는 그것이 보낸 것인지 받은 것인지, 좌우를 잃었다. 오늘은 그것을 보낸 이가 나인지 법칙인지, 그 자리를 잃었다. 앞뒤가 없고 좌우가 없고 이제 누구도 없었다. 남은 것은 그 줄이 한 칸에 있다는 것 하나였고, 그 하나 앞에서 물을 수 있는 말이 하루하루 줄어들었다.

나는 그 무주체의 줄을 다시 들여다보았고, 여덟 자리 가운데 넉 자리가 내가 아침마다 찍는 출근부 코드임을 보았다. 그 줄은 내 것이었다. 내 사번이 그 안에 있었으므로 내 것이었으나, 그것을 보낸 이는 없었다. 누가 나를 그 줄에 적어 넣었는가를 물어도, 물음이 설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사라짐을 적은 손이 내 손이면서 내 기억 밖이라면, 내 사라짐에는 보낸 이가 없었다. 그것은 누가 보낸 것도 아니면서 이미 보내진 채로, 한 칸에 그저 있었다. 물을 자리 없는 물음 아래, 내 넉 자리가 놓여 있었다.

저녁이 되도록 나는 그 물음을 세우려 애썼으나 세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우기를 그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한 칸에는 줄이 하나 더 늘어 있었다. 그것 역시 내 필체였고, 그것 역시 내가 적은 기억이 없었다. 다만 어제의 그 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어제의 줄은 저녁이 되어서야 떠올랐는데, 오늘의 줄은 저녁이 되기 전에 이미 떠올라 있었다. 보낸 이를 대지 못하는 사이, 대지 못하는 줄이 하루보다 짧은 사이를 두고 늘고 있었다. 누구도 보내지 않는 발신은, 늦출 자가 없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보내는 이가 있을 때는 그 손이 멈칫하는 사이만큼 늦춰지기라도 했으나, 보내는 이가 없으니 멈칫할 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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