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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빈 장

The Last Blank Page

  • 3,744자
  • ~10분

시월 스무엿새. 남은 한 장이 채워졌다.

아홉 시 십 분에 회신을 읽었다.

물품 칠과 흔적 칠을 접수했다고 되어 있다.

흔적 계수는 참고 항목이고 대조 기준이 아니라고 되어 있다.

세라고 한 것을 무엇과도 맞추지 않는다.

아홉 시 사십 분에 회신 아래쪽을 읽었다.

전임자 노트는 등록 자료가 아니라고 되어 있다.

등록되지 않은 물건이 상자에 있으면 보관 위치가 어긋난다고 되어 있다.

정리하라고 되어 있다. 기한은 없다.

열 시에 노트를 꺼냈다.

등록하려면 서식이 있어야 한다.

표제와 기재자와 연도와 분량과 열람 구분과 발행처다.

표제가 없다. 겉장에 아무것도 안 적혀 있다.

열 시 이십 분에 처음부터 넘겼다.

인계 서류가 아니다. 일지도 아니다.

칸이 없다. 날짜가 있는 장이 드물다.

예순두 장까지 전임자 것이다.

예순두 장 하단에 끊긴 문장이 있다. 그 뒤를 내 글씨로 이었다. 부임한 해 여섯 달째였다.

열 시 사십 분에 예순세째 장을 폈다.

작년 섣달에 채워진 장이다.

전산 자료실 기록 서식이라고 되어 있다. 항목이 다섯이고 기재란이 다 비어 있다.

그 다섯을 옮겨 그려 이 방의 칸이 되었다. 지금은 여섯이다.

열한 시에 예순넷째 장을 폈다.

노트의 마지막 장이다.

비어 있지 않다.

한 줄이 있다.

열한 시 십 분에 읽었다.

여기까지 세었다. 다음은 여덟이다.

열한 시 이십 분에 필적을 보았다.

내 글씨다.

획이 끊기고 다시 긋는 데가 있다. 두 번 적어 맞추는 사람의 글씨다.

연필이 내 것이다. 심의 굵기가 같다.

작년 섣달에 예순세째 장도 내 글씨였다.

자기 필적을 대조하는 데 판별 근거가 없다고 그때 적었다.

열한 시 사십 분에 언제 적었는지 찾았다.

일지에 없다.

열닷새 전 실사 때 이 장을 폈다. 그날 빈 장 한 장 잔존이라고 적었다.

열닷새를 하루씩 되짚었다. 노트를 꺼낸 날은 그 하루다.

열두 시 이십 분에 기억에 없는 기재를 세어 보았다.

오월에 둘이다. 열넷물 스물여섯 곳과 전신수 제십구건이다.

오늘 하나다.

셋이다.

한 시에 그 줄이 무엇인지 보았다.

인계 서류 요령을 꺼냈다.

인계 서류에 적는 것이 둘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까지 한 것과 다음에 올 것이다.

그 한 줄에 둘이 다 있다.

한 시 이십 분에 받는 이를 찾았다.

없다.

칠월에 부기란에 적은 줄에는 받는 이가 문장 안에 있었다. 사람이 없었다.

이 줄에는 문장 안에도 없다.

인계는 받는 사람이 있어야 인계다.

두 시부터 두 시 사십 분까지 여덟이 무엇인지 세어 보았다.

물건이 일곱이다. 자국이 일곱이다.

여덟이 되려면 물건이 하나 더 들어와야 한다.

들어올 것을 세어 보았다. 구월에 온 것이 넷이고 수증 등록이 넷이다. 상자에 안 넣었다.

넣으면 여덟이 아니라 열하나다.

하나만 넣는 자리가 없다.

세 시에 다른 여덟을 세어 보았다.

기재자 목록이 다섯 행이다.

합철 종번이 다섯이고 신청 중인 것이 여섯이다.

문구 없는 자국이 아홉이다.

여덟이 되는 셈이 이 방에 없다.

세 시 사십 분에 작년 섣달 일지를 찾아 읽었다.

노트에 빈 장이 한 장 있고 일지에 빈 줄이 한 줄 있다고 적어 두었다.

노트의 빈 장은 오늘 채워졌다.

일지의 빈 줄을 찾았다.

이백스물아홉째 장에 있다. 아직 비어 있다.

네 시 반에 오른쪽 자료를 열었다.

오백열일곱 장이다. 늘어난 장의 날짜가 구십팔년 동짓달 스무나흘이다.

내 일지도 오늘 오백열일곱 장째다.

네 시 오십 분에 상자를 열었다.

물건 일곱이다. 자국 일곱이다. 이백마흔닷새째다.

다섯 시에 여섯째 칸을 보았다.

삼천사백마흔여덟이다.

다섯 시 십 분에 조회 기록을 뽑았다. 한 벌 줄이 어제 서른한 번 열렸다. 발행처 경로가 열일곱이다.

다섯 시 반에 노트를 등록할지 다시 보았다.

표제가 없으니 등록할 수 없다. 표제를 내가 지으면 등록된다.

지으면 노트가 여덟째 자료가 된다. 물건 수는 안 늘어난다. 이미 상자에 있다.

등록과 물건이 다른 셈인 것을 처음 보았다.

다섯 시 사십 분에 노트를 덮었다.

예순넷째 장이 마지막 장이다.

그 뒤가 뒤표지다.

뒤표지 안쪽에서 바깥쪽까지가 종이 한 장이다.

바깥쪽에 자국이 일곱이다.

다음은 여덟이라고 적힌 장과 일곱이 찍힌 면 사이가 그 한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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