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스무닷새. 옮겨 그린 칸을 열아홉 날 썼다.
아홉 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스무날치를 세어 보았다.
행이 스물일곱이다.
하루에 하나씩이 아니다. 없는 날이 닷새고 셋이 있는 날이 이틀이다. 적을 것이 있는 날에 적었다.
종료 여부 칸을 세어 보았다. 안 끝났음이 스물둘이고 모름이 다섯이다.
끝났음이 없다.
스무날 동안 이 방에 온 것은 셋이다.
하나는 기재자 목록 회신이다. 여섯 중 앞의 넷이 성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왔고 성명으로 보완하라고 되어 있다. 보완할 데가 없다고 회신했다. 본사가 그러면 미상으로 고치라고 했다. 미상으로 고치면 그 넷이 목록에서 한 줄로 합쳐진다.
넷을 한 줄로 합치면 여섯이 셋이 된다. 그것을 적어 보내고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나는 이월 후 점검 나머지 여섯 항목이다. 전건 이상 없음으로 올렸다.
하나는 예고 공문이다. 삼월부터 보유 자료 일부를 외부망 열람으로 올린다고 되어 있다. 대상 선정은 나중에 통보한다고 되어 있다.
열한 시 반부터 한 시까지 스물일곱을 칸별로 읽었다.
최초 여부 칸에 해당이 든 것이 아홉이다. 열두 달 동안 최초라고 적고 싶던 것이 스무날에 아홉 있었다는 말이 아니다. 칸이 있으니 최초인지를 매번 보게 되고, 보면 최초가 눈에 든다.
기재 경위 칸에는 다 뭔가 적혀 있다. 여태 서식에는 결과만 적었다. 결과 앞에 무엇이 있었는지 적는 칸이 없어서 결과만 남았고, 결과만 남은 기록은 여덟 달 동안 늘 뒤에 가서 못 읽혔다.
기억 칸에 없음이 셋이다. 셋 다 종이에 관한 것이다. 종이에는 조회 기록이 없다.
기억 칸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여태 기억은 적을 데가 없어서 셈에 안 들었다. 안 드니까 어긋나도 어긋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칸에 드니까 어긋난 것이 셋으로 센다.
세어 놓으면 그 셋이 남는다. 남으면 다음 것과 견주게 된다. 칸을 만든 뒤로 이 방에 남는 것이 하나 더 생겼다.
선후 칸에 두 기준이 상반된 것이 넷이다. 넷 다 한쪽이 종이고 한쪽이 화면이다.
한 시 반에 서식을 처음부터 다시 보았다.
칸이 여섯이었다.
여섯째 칸은 다섯째 오른쪽에 있다. 선이 내 선이다. 자를 대고 그었고 나머지 다섯과 굵기가 같다.
칸 이름이 적혀 있다.
읽은 사람의 수다.
칠월에 그 글자를 보았다. 처음에는 사본의 수치 칸에서였고, 그때는 게시판 글의 조회 수를 더해 셌다. 조회 화면 아래쪽에도 같은 이름의 칸이 있고 거기에는 따로 수가 들어 있었다. 그 수를 오전 내내 들여다보았고 들여다보는 동안 늘었다. 세는 일이 세어지는 일이라고 그날 적었다.
두 시 반에 노트를 꺼냈다.
예순세째 장을 폈다.
칸이 다섯이다.
세 번 세었다. 다섯이다. 표제도 그대로고 선이 휘어 있는 데도 그대로다.
원본이 다섯이고 사본이 여섯이다.
두 시 사십 분에 옮겨 그린 날의 기재를 다시 읽었다. 일월 초엿새 넷 시에 자를 대고 그었고 십이 분이 들었다고 적혀 있다. 칸이 다섯이라고 적혀 있다. 그날 첫 행을 적을 때 다섯 칸에 다섯을 적었다.
그 행에 여섯째 칸이 비어 있다. 스물일곱 행이 다 비어 있다.
칸은 여섯인데 채운 것은 늘 다섯이다. 채우면서 여섯째를 못 보았다. 스무날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이 면을 펴고 다섯 칸에 적었고 여섯째 칸 위로 손이 지나갔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는 늘 옮겨 적힌 쪽이 늘었다. 필름이 늘었고 파일이 늘었고 사본이 늘었다. 원본은 한 번도 안 늘었다.
그 법칙이 칸에도 맞는다.
세 시부터 네 시까지 앞의 다섯과 여섯째를 견주어 보았다.
다섯은 내가 일지에 없다고 적어 둔 것들이다. 최초 여부를 시월에 적었고 까닭을 십일월에 적었고 기억과 선후를 십일월에 적었고 종료 여부를 일월에 적었다. 다섯 다 적은 날이 있다.
여섯째는 없다.
열두 달 반 동안 이 일지 어디에도 읽은 사람 칸이 없다고 적은 데가 없다. 그 칸은 조회 화면에 이미 있었다. 없는 것을 적은 적이 없으니 그 칸은 내 쪽에서 나오지 않았다.
네 시 십 분에 이것이 무엇인지를 적어 보았다.
앞의 다섯 칸에는 내가 못 적은 것을 적을 수 있다. 내가 적어 둔 물음이 칸이 되어 돌아왔다.
여섯째는 내가 안 물은 것이다.
물은 것이 칸이 되는 일과 안 물은 것이 칸이 되는 일은 다르다. 물은 것이 돌아온 일은 내가 어디서 옮겨 적었다고 하면 설명이 된다. 안 물은 것은 옮길 데가 있어야 옮긴다.
조회 화면이 옮길 데다. 그 칸은 화면에 있다. 화면을 보고 내가 옮겨 그렸다고 하면 설명이 된다. 그린 기억이 없기는 다섯 칸도 마찬가지였다.
설명이 또 옆에 있다. 덮이지 않는 데가 한 군데 있다.
앞의 다섯은 화면에 없다. 여섯째만 화면에 있다. 화면을 보고 그렸다면 여섯만 그렸을 것이고 다섯은 안 그렸을 것이다.
네 시 반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갔다. 요즘 뭘 그리 적느냐고 물었다. 서식을 하나 쓴다고 했다. 그가 본사에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그가 웃고 그럼 왜 쓰느냐고 했다. 적을 데가 없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그런 것도 있느냐고 하고 올라갔다.
올라간 뒤에 그 말을 서식에 적었다. 기재 경위 칸에 적을 것이 그 말이다. 칸이 없으면 안 적었을 말이고 안 적으면 오늘 있었던 일에서 없어질 말이다.
네 시 사십 분에 오른쪽 자료를 열었다.
이백마흔다섯 장이었다. 늘어난 장의 날짜가 구십팔년 이월 스무닷새다.
그 장에 칸 밖의 문장이 없었다. 요즘 없는 날이 는다.
다섯째 묶음도 세었다. 백일흔일곱 장이다. 마흔날째 안 늘었다.
늘지 않는 것이 둘이다. 노트의 칸과 이 묶음의 장이다. 둘 다 종이고 둘 다 상자 안이다.
상자 밖에 있는 것들은 는다.
다섯 시에 조회 화면을 열어 아래쪽 그 칸을 보았다.
스물셋이다.
칠월에 처음 보았을 때 열둘이었다. 여섯 달에 열하나가 늘었다.
여섯째 칸에 스물셋이라고 적었다.
적고 나서 화면을 다시 보았다.
스물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