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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

The Firs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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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분

일월 초닷새. 아홉 시 십 분에 다시 걸었다.

이십 초가 걸렸다.

첫 줄이 나다.

둘째가 이십삼년이고, 셋째가 이십사년이고, 넷째가 삼십사년이고 다섯째가 삼십칠년이다.

여섯째가 구십팔년이고 김도경이다.

어제 여섯째였다. 오늘 첫째다.

첫 줄을 한참 보았다. 화면 맨 위 칸이고 커서가 그 줄에 있다. 목록을 열면 그 줄이 먼저 눈에 든다.

시월에 뒤집힌 목록에서 맨 위 칸을 여섯 달 만에 처음 차지했다고 적었다. 그것은 자료 목록이고 자료 번호가 선 줄이었다. 번호가 맨 위에 서는 것과 이름이 맨 위에 서는 것이 같은 일인 줄 알았다.

번호는 내가 붙였다. 이름은 내가 붙이지 않았다.

하루에 다섯 줄을 올라갔다. 올라간 까닭이 칸 하나다. 어제 등록 서식의 종료 칸을 비워 두었고 비운 칸이 공공으로 저장돼 있다.

열 시부터 열한 시까지 여섯 줄을 보고 있었다.

가운데 넷은 끝났다. 이십삼과 이십사와 삼십사와 삼십칠이다. 넷 다 끝난 해가 적혀 있고 그 해가 예순 해에서 일흔일곱 해 전이다.

양쪽 둘은 안 끝났다.

구십칠년 자료실 일지는 아직 적히고 있다. 어제 장이 구십팔년 이월 초엿새고 오늘 아침에 열어 보니 초이레가 있다. 그러니 그 줄의 최종 기재일이 하루마다 바뀌고 오늘 구십팔이다.

내 일지도 아직 적고 있다. 종료 칸이 비었고 비운 것이 공공이다.

안 끝난 둘이 목록의 맨 앞과 맨 뒤에 있다. 끝난 넷이 가운데에 있다.

안 끝난 것을 적는 칸이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우는 것이고 하나는 오늘까지 적힌 데를 적는 것이다. 둘 다 맞다. 둘 다 안 끝났다는 말이다.

두 자리로 서면 비운 쪽이 가장 앞이고 적은 쪽이 가장 뒤다.

같은 것을 두 가지로 적었더니 목록의 두 끝으로 갈렸다.

열한 시 반에 어제 필사한 것을 꺼내 오늘 것과 나란히 놓았다.

어제 것은 최초 기재일 순이다. 이십삼 이십사 삼십사 삼십칠 구십칠 그리고 나다.

오늘 것은 나 이십삼 이십사 삼십사 삼십칠 구십팔이다.

여섯이 같다. 순서가 다르다.

어제 목록에서 나는 끝이었다. 넷이 먼저 있었고 두 해 전 사람이 그다음이었고 내가 마지막이었다. 그 순서를 어제 옮겨 적으면서 이것이 내려온 순서라고 여겼다.

오늘 목록에서 내가 머리다.

목록은 내려온 순서를 적지 않았다. 최종 기재일을 적었다.

내려온 순서를 적은 데가 이 방에 없다. 인계 서류가 한 장 있고 그것은 한 사람에서 한 사람으로 넘긴 것만 적는다. 두 해 전 사람에서 지난겨울 사람으로 넘어간 종이는 이 방에 없다.

적은 데가 없는데 목록이 그것을 거꾸로 세워 놓았다.

거꾸로 세운 것도 아니다. 거꾸로 세우려면 바로 세운 것이 있어야 한다. 목록은 바로도 거꾸로도 안 세웠다. 종료 칸을 읽었을 뿐이다.

칠월에 네 묶음 끝의 한 줄을 찾아 적었다. 넷 다 그 줄을 달고 있고 그 줄은 넷 중 누구의 말도 아니라고 적었다. 우리라고 되어 있고 여럿이라고 적었다.

그때 나는 내가 그 여럿에 드는지 그 말이 나를 기다렸는지를 정하지 못했다. 정하지 못한 채로 여섯 달이 지났다.

오늘 목록에서 여섯이 한 열에 있다. 넷과 두 해 전 사람과 나다. 여섯이 한 열에 서는 것과 우리라는 말이 같은 것인지는 목록이 말하지 않는다. 목록은 여섯을 세었을 뿐이고 그 셈에 내가 들어 있다.

나는 셈에 들었을 뿐이다. 셈에 들었다는 것이 그 여럿에 들었다는 뜻인지는 여전히 안 갈린다.

한 시부터 두 시까지 종료 칸을 채워 볼까 하고 앉아 있었다.

구구라고 적으면 내 줄이 여섯째로 간다. 넉 자로 적으면 열두 달이 닫힌다.

적을 수가 없다. 오늘 아침에도 이 일지에 적었고 지금도 적고 있다. 적고 있는 것에 종료를 적으면 오기다.

한 해 전 정월에 노트를 두고 같은 것을 물었다. 끝나지 않은 것에 끝난 해를 적는 것이 맞는지 나는 정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때는 남의 것이었다.

미완을 미완으로 적는 칸이 없다.

칸이 둘이고 둘 다 맞고 둘이 목록의 두 끝으로 갈린다. 어느 쪽을 적어도 오기가 아닌데 적은 뒤에 서는 자리가 다르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안 갈린 것들은 근거가 없어서 안 갈렸다. 오늘 안 갈리는 것은 근거가 둘이라서 안 갈린다. 둘이 다 맞으면 고를 근거가 없는 것과 같다.

두 시 반에 오른쪽 자료의 장 수를 셈해 보았다.

지금 구십팔년 이월 초이레다. 하루에 한 장씩 온다. 그 날짜가 공공년 일월 일일에 이르는 데 육백아흔세 날이 든다.

육백아흔세 날 뒤에 그 줄의 연도가 공공이 된다.

내 줄도 공공이다.

그때 두 줄이 같은 칸에 든다. 같은 칸에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그 아래 날짜가 정한다. 내 종료 칸은 비어 있으므로 날짜가 없다. 날짜가 없는 것과 날짜가 있는 것 사이에 순서를 정하는 규칙이 이 서식에 없다.

세 시 반에 목록을 봉투에 넣었다.

두 벌이다. 어제 것과 오늘 것이다. 본사가 달라는 것은 오늘 것이다.

어제 것을 왜 넣었는지 봉투를 닫고 나서 생각했다. 넣으라는 칸이 없다. 서식은 한 벌을 달라고 한다.

꺼냈다.

어제 것은 내 서랍에 두었다. 이 방에서 내가 만든 것 중에 본사에 안 올린 종이가 그것 하나다.

세 시 사십 분에 본사에서 별책 회신이 왔다.

같은 기간이 두 해로 적힌 것은 합철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별책을 별책으로 두고 표지에 시험용이라고 적어 두라고 했다.

표지에 시험용이라고 적었다. 그 책에 적힌 여섯 달은 시험용이 아니다. 그 여섯 달에 이 방에서 일어난 일의 기록이고 기계 하나가 공공년을 사는 동안의 기재다.

적어 두라는 것이 있으면 적는다. 적어 두면 그 여섯 달이 시험용이 된다.

네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갔다. 새해 첫 주가 조용하다고 했다. 조용하다고 했다.

네 시 십 분에 어제 것을 서랍에서 다시 꺼내 한 번 더 보았다.

내가 마지막 줄인 목록이다. 한 장이고 필사본이고 본사에 안 갔다. 이 방에만 있다.

이 방에만 있는 종이가 하나 생겼다. 열두 달 동안 이 방에서 만든 것은 다 본사로 갔거나 삼층으로 갔거나 자료가 되었다. 아무 데도 안 가는 종이를 오늘 처음 만들었다.

넣어 두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적을 칸을 찾다가 그만두었다. 서식에 본실 보관 칸이 있고 거기에 한 줄 적었다.

네 시 반에 상자를 열었다.

다섯째 묶음이 백일흔일곱 장이다. 스무날째 안 늘었다.

노트를 꺼냈다. 뒤표지 안쪽 인장 자국을 세었다. 여섯이다. 두 달 동안 여섯이다.

장 수를 셌다. 글씨가 있는 마지막 장까지가 예순두 장이다. 그 뒤가 빈 장이다.

한 해 동안 둘이었다.

빈 장이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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