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초나흘. 어제는 결과 수만 보고 목록은 안 뽑았다.
네 시 이십 분에 여섯이라는 수를 보고 다섯 시까지 그 수를 보고 있었다. 뽑으면 이름이 나온다. 뽑는 데 이십 초가 걸린다. 이십 초를 사십 분 미루었다.
아홉 시 십 분에 목록을 뽑았다.
조회 서식에 정렬 기준이 적혀 있다. 기재자마다 한 줄이고 그 기재자의 자료 중 최초 기재일 순이다.
이 방에 인쇄기가 없다. 화면을 보고 손으로 옮겨 적었다.
여섯 줄이다.
첫 줄이 이십삼년이다. 기재자 칸에 측량기수라고 되어 있다.
둘째 줄이 이십사년이고 사서다.
셋째가 삼십사년이고 등대수다.
넷째가 삼십칠년이고 전신수다.
다섯째가 구십칠년이고 김도경이다.
여섯째가 구십구년이고 내 이름이다.
여섯째 줄을 세 번 보았다.
열두 달 동안 이 방의 기록에 내 이름이 없었다. 일지에는 사번을 적고 대장에는 넉 자리를 적고 카드 옆에도 넉 자리를 적었다. 이름을 적는 칸이 있는 종이는 서명 칸이고 청구한 사람 몫이다.
어제 등록 서식의 기재자 칸에 적었다. 오늘 그것이 열에 서 있다.
칸을 채운 것은 어제고 열에 선 것은 오늘이다. 한 칸을 채우는 데 십 초가 들었고 열에 서는 데 하룻밤이 들었다.
옮겨 적고 나서 앞의 넷을 다시 보았다.
넷은 이름이 아니다. 직명이다.
정월에 네 묶음을 등록할 때 첫 장에서 기재자를 옮겨 적었다. 넷 다 첫 장에 이름이 없었다. 재는 사람이 적은 것이고 등을 지키는 사람이 적은 것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기재자 칸을 비울 수도 있었다. 비우지 않고 직명을 적었다. 등록에 기재자가 있어야 자료가 걸리고 자료가 안 걸리면 점검에서 빠지므로 그렇게 했다. 그때는 그 생각까지 안 했고 칸을 채우는 것이 일이라 채웠다.
목록은 직명과 이름을 안 가른다. 여섯 줄이 다 같은 서식으로 서 있다.
넷을 열두 달 동안 읽었다. 첫째는 갱의 깊이를 잰 사람이고 잴 때마다 깊이가 늘었다. 둘째는 책을 옮겨 적은 사람이고 옮겨 적을수록 낱말이 갈라졌다. 셋째는 등을 지킨 사람이고 물때가 하나 늘었다. 넷째는 빈 주파수를 받아 적은 사람이고 내일 자 전문을 받았다.
넷 다 제 일을 적었고 넷 다 마지막 장이 끝나지 않았다. 넷 중에 이름을 남긴 사람이 없다.
이름을 안 남긴 넷과 이름이 있는 둘이 한 목록에 있다. 둘 중 하나가 두 해 전에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고 하나가 나다.
열 시 반부터 열두 시까지 다섯째와 여섯째 사이를 보고 있었다.
구십칠과 구십구다.
구십팔이 없다.
노트는 등록되어 있다. 한 해 전 정월에 등록했다. 회사 자료인지 개인 물품인지 안 갈려서 연도 칸을 비웠고 기재자 칸도 비웠다.
이름을 몰라서 비운 것이 아니다. 인계 서류 첫 장에 있다. 면직일자 옆에 있다. 열두 달 동안 여러 번 보았다.
비운 칸이 목록에서 줄을 안 만든다.
빈 줄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줄이 없다.
구십칠 아래에 구십구가 바로 붙어 있다. 두 줄 사이 간격이 다른 줄 사이 간격과 같다. 목록을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고 읽는다.
칠월에 빈 칸은 두 가지라고 적었다. 적을 겨를이 없어 빈 칸과 적을 사람이 아직 안 간 칸이다. 그저께 셋째를 적었다. 적을 것이 없어서 빈 칸이다.
넷째가 있다. 적기를 미룬 칸이다.
미룬 칸은 조회에서 없다. 없는 것과 빈 것은 화면에서 꼴이 다르다. 빈 것은 꼴이 있고 없는 것은 꼴이 없다.
한 시부터 두 시까지 옆 자리를 보았다.
열두 달 동안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 책상이 있고 의자가 있고 서랍이 셋 있다. 서랍은 정월에 열어 보았고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것이 보인다.
목록의 그 자리는 안 보인다.
두 시 십 분에 상자를 열어 장 수를 셌다. 다섯째 묶음이 백일흔일곱 장이다. 열아흐레째 안 늘었다.
노트도 세었다. 글씨가 있는 마지막 장 뒤에 빈 장이 둘이다. 정월부터 둘이고 여섯 달째에 그 앞 장을 내 글씨로 이었으니 빈 장은 그때도 둘이었다.
목록에 줄이 없는 사람의 노트에 빈 장이 둘 남아 있다.
두 시 반에 인계 서류를 꺼냈다.
이름을 옮겨 적으면 줄이 생긴다. 서류에서 목록으로 넉 자를 옮기는 일이고 손으로 십 초가 든다.
십 초를 두 시 반부터 네 시까지 앞에 두고 있었다.
옮겨 적으면 불어난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배운 것이 그것이다. 필름에 옮기면 늘었고 파일을 복사하면 늘었고 카드에 넉 자리를 쓰면 늘었다. 한 번도 안 어긋났다.
늘 옮겨 적힌 쪽이 늘어났다.
옮겨 적힌 것이 사람 이름이면 무엇이 늘어나는지 이 방에 적힌 데가 없다.
보류한다고 적고 서류를 덮었다.
덮으면서 이것이 무엇을 미루는 일인지 알았다. 회사 자료인지 개인 물품인지를 한 해 전에 못 갈라서 비웠고, 오늘은 옮겨 적으면 불어나는 것을 알아서 비운다. 까닭이 갈렸고 칸은 그대로다.
한 해 동안 그 칸은 비어 있었다. 한 해 더 비어 있을 것이다.
네 시 반에 여섯 줄을 다시 보았다.
첫 줄과 둘째 줄 사이가 한 해다. 둘째와 셋째 사이가 열 해고 셋째와 넷째 사이가 세 해다. 넷째와 다섯째 사이가 예순 해다. 다섯째와 여섯째 사이가 두 해다.
화면에서 그 다섯 사이가 다 같다. 줄 높이가 같고 간격이 같다.
예순 해와 두 해가 같은 폭으로 앉아 있다. 목록이 거리를 안 적는다. 순서만 적는다.
순서만 적으면 여섯이 한 열이다.
다섯 시에 본사에서 서식이 왔다.
아까 뽑은 목록은 최초 기재일 순이다. 본사 서식은 최종 기재일 순이라고 되어 있다. 다시 뽑아 올리라고 되어 있다.
다시 걸기 전에 셈을 해 보았다.
앞의 넷은 그대로다. 묶음 넷은 끝이 있고 끝난 해가 적혀 있다.
김도경은 자료가 둘이다. 구십칠년 일지가 아직 적히고 있고 어제 장이 구십팔년 이월 초엿새다. 최종 기재일이 구십팔이다.
내 일지는 어제 등록했다. 기간 칸에 시작만 적고 종료 칸을 비워 두었다.
비운 칸은 공공으로 저장된다.
공공은 천구백으로 읽힌다.
다시 걸지 않고 화면을 껐다.
이십 초가 드는 일이고 그 이십 초 뒤에 나올 것이 이미 셈에 나왔다.
셈이 맞으면 내일 아침 첫 줄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