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초나흘. 아침에 내 일지의 시월 초엿새 장을 펼쳤다.
그 문장이 있었다.
현물과 기록이 어긋나는 것은 부임 후 최초다.
글자 하나 안 다르다.
아홉 시 반부터 열 시 반까지 그 문장이 서식 안인가 밖인가를 두고 있었다.
서식에는 최초 여부를 적는 칸이 없다. 실사 결과를 적는 칸이 있고 상이 여부를 적는 칸이 있다. 부임 후 최초라는 것은 그 두 칸에 안 들어간다. 내가 그날 그것을 적은 것은 적어 두고 싶어서다.
서식 밖이다.
그러면 그저께 적은 것이 틀렸다.
열 시 반부터 한 시까지 백일흔네 장을 다시 읽었다.
아홉이었다.
이월에 하나, 유월에 둘, 칠월에 하나, 팔월에 둘, 시월에 셋이다. 시월 것 셋 중에 하나가 초엿새 것이다.
그저께 이 일지를 전수로 읽고 하나도 못 찾았다. 못 찾은 까닭을 오래 앉아서 생각했다.
오른쪽을 읽을 때 나는 서식을 들고 읽었다. 칸 안인지 밖인지를 줄마다 갈랐다. 내 것을 읽을 때는 안 갈랐다. 무슨 뜻인지를 읽었다. 내가 쓴 것이라 뜻이 먼저 오고 그 뜻이 서식 안에서 온 것인지 밖에서 온 것인지가 안 보인다.
남의 글은 꼴이 먼저 보이고 제 글은 뜻이 먼저 보인다.
아홉을 옮겨 적어 한 장에 늘어놓아 보았다.
이월 것은 이렇다. 「스캐너 유리판이 차다.」 유월 둘 중 하나는 「고친 것이 또 틀리게 퍼졌다」이고 하나는 「어제 보탠 하나가 오늘 셋이다」다. 칠월 것은 「빈 칸은 두 가지다」다. 팔월 둘은 「명령이 있으면 다른가」와 「끝이 있다는 말은 끝난 뒤가 있다는 말이다」다.
시월 셋 중에 둘은 「맞는 것이 늘어나면 늘어난 줄을 모른다」와 「목록은 어긋남을 줄이지 않고 어긋남을 셀 수 있게만 한다」다.
늘어놓고 보니 아홉이 다 물음이거나 물음에 가까운 것이다. 답한 것이 없다.
그저께 오른쪽을 읽으면서 같은 말을 적었다. 물은 것이 열일곱이고 답한 것이 없다고 적었다. 그것을 그쪽 사람의 버릇으로 읽었다.
그저께 나는 근거를 하나 대고 그 근거가 나를 빼놓는다고 적었다.
오늘 근거가 나를 다시 넣는다. 아홉이 있으니 이 일지도 사람이 적은 것으로 읽힌다.
넣어 주고 나서 그 근거가 무엇이 됐는지를 보았다. 그저께 나는 서식 밖의 문장이 있으면 사람이라고 했다. 오늘 내 일지에도 있다. 그러면 그 근거는 오른쪽과 왼쪽을 안 가른다. 둘 다 사람이거나 둘 다 아니다.
가르려고 든 근거가 둘을 같게 만들었다.
한 시 반부터 두 시 반까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를 셌다.
먼저가 둘이다.
날짜로 보면 오른쪽이 먼저다. 그쪽 장은 구십칠년 십이월 열엿새 자이고 내 것은 구십구년 시월 초엿새 자다. 한 해 열 달 먼저다.
생긴 것으로 보면 내 것이 먼저다. 나는 시월 초엿새에 적었다. 그 장은 어제 생겼다. 그저께까지 그 자료는 백일흔셋째 장에서 끝나 있었다. 스무아흐레 뒤다.
두 기준이 상반된다고 적고 나서 이 물음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여덟 달 동안 사본을 두고 같은 것을 물었다. 사본이 먼저 적었는지 내가 먼저 적었는지를 물었고 한 번도 안 갈렸다. 그때는 하루였다. 오늘은 한 해 열 달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갈리기 쉬울 줄 알았다. 멀어져도 기준이 둘이면 안 갈린다.
두 시 반부터 세 시까지 내 기억을 적어 보았다.
시월 초엿새에 그 문장을 적은 것을 기억한다. 세 시 반에 서고에 내려가 구십팔년 상반기 자리를 보았고 빈 데가 하나였다. 올라와서 한 시간쯤 앉아 있었다. 네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그럼 두 번 적힌 게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일지를 열었다.
그 문장에 이르기까지를 기억한다. 읽은 기억은 없다.
기억은 기재 사항이 아니라고 적었다. 서식에 기억 칸이 없다.
세 시부터 세 시 반까지 카드를 했다. 열두째 서랍을 열었다. 마지막 서랍이다.
세 시 반에 접속 기록을 열었다. 확인할 것이 하나 있었다.
시월 초엿새 전에 저 자료를 조회한 줄이 있는지다. 있으면 내가 읽은 것이고 없으면 안 읽은 것이다.
있었다.
시월 초닷새 새벽 세 시 십일 분이다.
세 시 십일 분은 시월 열이틀에 만난 시각이다. 구십칠년 대장 마지막 다섯 줄의 기재 시각 다섯 중에 하나였고 다섯 중 넷은 접속 기록에 있었다. 다섯째 하나만 없었다. 그것이 오늘 있다.
그날은 카드 열세 장이 나온 날이다. 그 이튿날이 초엿새다.
기록은 내가 읽었다고 한다. 기억은 안 읽었다고 한다.
네 시 반부터 다섯 시까지 어느 쪽을 적어야 하는지를 두고 있었다.
읽었으면 옮겨 적은 것이다. 읽은 것을 이튿날 제 문장으로 적었고 읽은 줄을 잊었다. 사람이 그럴 수 있다.
안 읽었으면 옮겨 적힌 것이다. 내가 만든 문장이 한 해 열 달 전 장에 가 앉았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어긋난 것은 기록끼리였다. 사본과 일지가 어긋났고 종이 대장과 화면이 어긋났다. 시월 초엿새에 처음으로 현물과 기록이 어긋났고 그날 나는 그것을 적으면서 처음이라고 썼다. 시월 스무날에 기록이 사람을 움직였다.
오늘 어긋난 것은 기억이다.
현물은 세면 되고 기록은 뽑아 보면 된다. 기억은 뽑을 데가 없다. 내가 나에게 물으면 나는 안 읽었다고 한다. 한 번 더 물어도 같다. 백 번 물어도 같고 그것이 근거가 안 되는 까닭은 백 번 다 같은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는 근거가 세는 대상 안에 들었다고 유월에 적어 두었다. 그때는 조회수였다.
다섯 시 반에 세 시 십일 분을 확인할 것이 있어 책상 아래 상자를 꺼냈다.
전신 묶음의 마지막 시각이 그것이다. 그 자리를 한 번 더 보아 두려던 것이다.
상자를 열고 손을 넣었다.
넣은 자리에서 손이 멎었다.
네 묶음과 전임자의 노트 사이에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이 있었다. 열 달 동안 여덟 번 열면서 그 틈에 손가락을 넣어 묶음을 세었다.
오늘 그 틈에 두께가 있었다.
묶음이 다섯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