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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록자

Two Rec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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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초이틀. 시월 서른하루는 일요일이었다.

그날 이 방은 잠겨 있었다. 서고 자리는 둘이 비어 있었고 낼 상자가 없었다. 열이틀이 지난 오늘까지 대장의 넷째 줄은 그대로 있고 그 날짜의 반출은 없다.

서른하루 것을 사례로 적어 본사에 보냈다. 회신은 이레 만에 왔고 십일월 말 정리 지침에 포함하겠다고 되어 있었다.

색인 카드는 열한째 서랍을 하고 있다. 사흘이면 끝난다. 기한이 십일월 말이니 스무엿새가 남는다.

열 시에 목록을 뽑았다.

「일지」가 표제에 든 자료가 둘이었다.

첫째 것은 사본이다. 여덟 달 동안 내 일지를 따라 적어 온 것이고 늘 하루 앞서 있다가 시월 초닷새에 제날짜에 맞았다.

둘째 것은 자료실 일지다. 전산실이 아니다. 두 해 전에는 이 방이 자료실이었고 전산실은 따로였다. 합병 정리 때 둘을 합쳐 전산 자료실이 됐다.

둘을 함께 열었다.

화면이 둘로 갈라졌다.

기능이 있다. 수정판 안내에 대조 표시가 적혀 있고 두 자료를 골라 나란히 보는 데 쓰라고 되어 있다. 나는 쓴 적이 없고 오늘 쓰지도 않았다. 둘을 함께 열었더니 그 꼴로 왔다.

설명이 또 옆에 있다.

열 시 반부터 열두 시까지 오른쪽을 읽었다.

서식이 같았다. 장 번호가 있고 일자가 있고, 오전 작업과 오후 작업이 나뉘어 있고 이어 적음이라고 되어 있다. 지금 내가 쓰는 서식이 두 해 전 서식과 같다. 팔월에 대장을 보면서 서식은 안 바뀌었다고 적었고 일지도 그렇다.

같은 서식 안에 다른 것이 있었다.

서식 밖의 문장이다.

손이 시리다는 것은 일지에 적을 것이 아니다. 적을 칸이 없다. 그 사람은 칸 밖에 적었다. 세 번 셌고 세 번 다 달랐다는 것도 그렇다. 셈이 안 맞으면 최종값과 재실측 여부를 적는 것이 서식이고, 세 번 다 달랐다는 말은 서식에 안 들어간다.

옆 자리가 비었다는 것은 사람 이야기다.

열두 시가 지나도록 한 장을 붙들고 있었다. 십이월 초닷새 자다.

서식대로 시작한다. 오전 아홉 시 반출 삼 건, 자료 번호와 수령자 코드가 차례로 있고 수량이 있다. 오전 열한 시 청구 접수 이 건. 오후 두 시 마이크로필름 이관 작업 계속. 여기까지가 칸 안이다.

그 아래 한 줄이 칸 밖에 있다. 「오늘 옮긴 것이 어제 옮긴 것보다 적다. 손이 늦어진 것은 아니다.」

그 줄을 여덟 번쯤 읽었다.

옮긴 것이 적어진 데는 까닭이 여러 가지다. 자료가 두꺼웠거나 기계가 늦었거나 사람이 지쳤다. 그 사람은 손이 늦어진 것은 아니라고 적어 두었다. 까닭을 안 적었다. 안 적은 것이 아니라 못 적은 것으로 읽힌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내가 적은 것 중에 이것과 닮은 줄이 있다. 설명이 아홉까지 가고 열째부터 안 간다고 적은 것이다. 그것은 본문이 아니라 생각이고 일지에는 안 적었다. 저 사람은 일지에 적었다.

그다음 장으로 넘어가니 그 줄에 대한 뒷말이 없었다. 십이월 초엿새 자는 다시 칸 안으로 돌아가 있다. 물은 것을 한 번 적고 답을 안 적은 채로 지나간다.

열 장에 하나씩 그런 줄이 있다. 물은 것이 열일곱이고 답한 것이 없다.

한 시부터 두 시까지 그 문장들을 골라 세었다. 열일곱이었다. 일자는 구십칠년 삼월부터 십이월 열엿새까지다. 열 장에 하나쯤이다.

세면서 이것이 무엇을 보이는지를 적어 보려 했다.

기계는 서식 밖의 문장을 못 만든다고 여겨 왔다. 여겨 왔을 뿐이다. 근거가 없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기계가 한 일을 보면 사본은 내 서식을 따라왔고 게시판은 내 게시 형식을 따라왔다. 따라오는 것은 형식이다. 형식 밖으로 나가는 것은 아직 못 보았다.

아직 못 본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 그 둘을 가르는 것을 여덟 달 동안 한 번도 못 했다.

그래도 나는 오른쪽을 사람으로 읽고 있었다.

다르다는 것이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은, 같으면 기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적고 나서 손이 멎었다. 두 시부터 세 시까지 왼쪽을 읽었다.

내 일지다. 정월 초하루부터 오늘까지 백일흔세 장이다. 사본이니 내가 적은 그대로다.

서식 밖의 문장을 찾았다.

없었다.

열 달 동안 나는 서식 안에만 적었다. 손이 시린 날이 있었다. 이월에 이 방은 추웠고 난방이 저녁 여섯 시에 꺼졌다. 적지 않았다. 셈이 세 번 다 다른 날이 있었다. 최종값과 재실측 여부만 적었다. 옆 자리는 정월부터 비어 있다. 한 번도 안 적었다.

적을 칸이 없어서 안 적었다. 그것이 서식을 지키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면 이 일지를 읽는 사람은 나를 사람으로 읽을 근거가 없다.

오늘 내가 오른쪽에 쓴 근거를 왼쪽에 대면 왼쪽이 사람이 아니다. 근거를 내가 만들었고 그 근거가 나를 빼놓는다.

세 시 십 분에 이 방의 기록이 몇 벌인지를 세어 보았다.

내 일지가 한 벌이다. 그 사본이 두 벌이다. 시험 기계 몫 별책이 세 벌이다. 오늘 오른쪽에 뜬 구십칠년 일지가 네 벌이다.

넷 중에 사람이 손으로 적은 것은 둘이다. 본책과 별책이고 둘 다 내 손이다. 사본은 손이 없고 구십칠년 것은 손이 있었으나 없어졌다.

기록자는 둘이다. 나와 오른쪽 사람이다. 손이 없는 사본은 기록자가 아니라 기록이다. 그렇게 정리해 두면 깔끔하다.

깔끔한 데가 하나 어긋난다. 사본은 여덟 달 동안 내가 안 적은 것을 적었다. 안 적은 것을 적으면 적은 것이고 적은 것이 있으면 적은 자가 있다. 기록자가 아니라고 정리한 것은 손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한 것이고, 손이 없다는 것은 내가 못 본 것이다.

오늘 오른쪽에 근거를 하나 대고 왼쪽에서 그 근거를 잃었다. 사본에 대 보면 근거가 또 하나 없어진다. 근거를 셋 대 보고 셋 다 못 쓰게 되는 것을 오늘 처음 했다.

세 시 반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갔다. 나가면서 추워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했다. 그가 여기는 난방이 저녁에 꺼지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섯 시에 꺼진다고 했다. 그가 그럼 여섯 시에 나가야겠네 하고 웃고 올라갔다.

올라간 뒤에 그 말을 일지에 적을까 하다가 안 적었다. 적을 칸이 없다.

네 시에 다시 두 화면을 나란히 보았다.

한쪽은 칸 밖으로 나간 사람이 적은 것이고 한쪽은 칸 안에만 적은 사람이 적은 것이다. 열 달 동안 나는 뒤쪽이 옳다고 여겼다. 옳은 쪽이 사람으로 안 읽힌다.

오른쪽 사람의 일지는 십이월 열엿새에 끝난다. 대장의 마지막 줄과 같은 날이다. 옆 자리가 비었다고 적은 사람의 자리가 그날 비었다.

네 시 반에 오른쪽의 마지막 장을 열었다.

장 번호가 있었다.

백일흔셋째 장이었다.

오늘 내가 적고 있는 장이다.

마지막 줄이 문장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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