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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의 두 시각

Two Clocks in the Computer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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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열나흘. 아침에 두 시계를 먼저 보았다.

운용 기계는 구구년 십월 십사일이다. 시험 기계는 공공년 일월 삼일이다. 두 기계가 한 책상에 나란히 있고 전원선이 같은 벽에 꽂혀 있다.

아홉 시에 검색했다. 삼백열둘이었다. 규칙대로다.

아홉 시 반에 본사에 전화했다. 나흘에 네 번째다.

일지를 어느 기계 날짜로 적느냐고 물었다. 담당자가 일지는 운용 기계 기준이라고 했다. 그러면 시험 기계에서 한 일은 어느 날짜로 적느냐고 물었다.

시험 기계 일자로 적으라고 했다.

별책이라고 적고 새 노트를 꺼냈다. 이 방에 안 쓴 노트가 둘 있다. 정월에 같이 받은 것이다.

첫 장에 표제를 적었다. 전산실 일지, 시험용 기계분이다. 그 아래에 날짜를 적었다. 공공년 일월 삼일이다.

이 방에서 내 손으로 공공년을 적은 첫 종이다. 아흐레 전에 봉투에 네 자리를 처음 적었고 그때는 구구구구가 아니라 일구구구였다. 오늘은 공공이다.

열 시에 점검표가 내려왔다.

점검표가 둘이다.

첫째 것은 이달 것이다. 열 달 동안 달마다 내려온 것이고 여섯 건을 열어 날짜 쓰는 법을 확인해서 표시하면 끝난다. 한 시간이면 된다.

둘째 것은 이월 직후 점검이다. 공공년 정월 초하루에서 사흘 안에 하라고 되어 있다. 시험 기계는 정월 초사흘 전에 이월했으니 오늘이 사흘째다.

둘째 점검표를 받으려고 시험 기계에 이월 상태를 유지시킨 것이 아니다. 본사가 추가 시험 대기로 두라고 해서 둔 것이다. 그런데 기계가 공공년에 있으니 공공년 점검이 그 기계에 걸린다. 걸리는 것은 기계이고 하는 것은 사람이다.

열한 시부터 열두 시까지 첫째 점검을 했다. 이상 없음으로 표시했다.

한 시부터 세 시까지 둘째 점검을 했다.

항목이 서른하나다. 시월 중순 점검이 여섯이니 다섯 배가 넘는다. 이월 직후 점검은 이월이 제대로 넘어갔는지를 보는 것이므로 항목이 많다. 날짜 표기, 정렬, 윤년, 계산, 기재, 인쇄를 다 본다.

별책에 적으면서 손이 자꾸 멈췄다. 숫자를 한자로 적었다. 본책에서 하던 대로다. 그런데 본책의 날짜는 구구년이고 별책의 날짜는 공공년이다. 같은 손이 한 시간 안에 두 해를 적는다.

세 시 반에 삼층에서 청구가 왔다. 구십팔년 하반기 자료 두 상자다.

여느 일이다. 서고에서 꺼내고 대장에 기재하고 서명을 받는다.

대장은 운용 기계에 있다. 운용 기계 날짜로 기재된다. 시월 십사일이다.

기재하고 나서 시험 기계의 대장을 열어 보았다. 시험 기계에도 대장 프로그램이 있다. 같은 프로그램 사본이고 자료도 같은 것을 디스크로 옮겨 놓았다.

시험 기계의 대장에 오늘 반출이 없었다.

당연하다고 적고 그 줄을 다시 읽었다.

회선이 없으니 당연하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당연한 것이 여러 번 안 당연했다. 회선 없이 목록 프로그램이 뒤집힌 것을 팔월에 보았다. 그때도 회선이 없었다.

당연하다고 적은 것은 오늘 그 일이 안 일어났다는 뜻이다. 안 일어난 것을 적어 두는 칸은 서식에 없다. 이상 없음 표시가 그 칸이다.

세 시 오십 분에 별책과 본책을 나란히 펴 놓고 한 번 보았다.

같은 손이 적은 것이라 글씨가 같다. 서식이 같으니 줄 모양도 같다. 표제가 다르고 날짜가 다르다.

두 벌이 나란히 있는 것이 어제 본 것과 닮았다. 어제는 색인이 예순두 해를 건너 두 줄을 한 자리에 세웠다. 오늘은 내가 두 벌을 한 책상에 놓았다. 세운 것이 색인이 아니라 나다.

다만 내가 놓은 것은 종이 두 벌이고 그 두 벌이 말하는 해가 둘이다. 한쪽은 구구년이고 한쪽은 공공년이다. 예순두 해가 아니라 한 해 걸러 있다. 걸러 있는 한 해가 이 방 안에 들어와 있다.

그 한 해를 내가 들여온 것인지 아닌지는 안 갈린다. 시험은 본사가 시켰고 이월 상태 유지도 본사가 시켰다. 별책도 본사가 시켰다. 시킨 사람이 있는데 손은 내 것이다. 팔월에 그 자리에 한 번 섰고 그때 적어 둔 것이 있다. 명령이 있으면 다른가.

네 시부터 다섯 시까지 카드를 했다. 일곱째 서랍을 끝내고 여덟째를 열었다.

카드는 한 벌이다. 시험 기계 몫의 카드가 따로 있지 않다. 카드는 종이라 시계가 없다. 시계가 없는 것에는 두 해가 안 생긴다.

이 방에서 두 해를 사는 것은 시계가 있는 것들이다. 목록과 대장과 색인과 접속 기록이다. 넷 다 기록이고 넷 다 날짜 칸이 있다. 날짜 칸이 있으면 그 칸에 어느 해가 들어갈지를 기계가 제 시계에서 가져온다. 기계가 둘이면 해가 둘이다.

다섯 시에 오늘 한 일을 세어 보았다.

본책에 적은 것이 아홉 줄이고 별책에 적은 것이 열일곱 줄이다. 스물여섯이다.

어제는 열셋이었다. 그 앞날은 열둘이었다.

작업 대상은 안 늘었다. 프로그램은 여섯이고 서랍은 열둘이고 서가는 그대로다. 늘어난 것은 날짜다.

날짜가 하나 늘어서 일이 두 배가 됐다.

아흐레 전에 이 일지에 일이 줄어들고 있다고 적었다. 늘어나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빠르고 늘어나는 쪽은 이미 고쳐진 채로 나오니 내 몫은 처음 칠천삼백사십 장뿐이라고 셈했다. 그 셈은 아직 맞는다. 카드는 한 벌이고 예정보다 이르다.

셈은 맞는데 일이 두 배다. 셈에 없던 데서 왔다. 내가 센 것은 고칠 장수였고 오늘 늘어난 것은 적을 줄수다.

다섯 시 반에 어느 시계로 일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정하면 한쪽을 버린다. 여덟 달 동안 나는 늘 정해 왔다. 사본과 일지 중에 일지를 믿기로 했고, 종이 대장과 화면 중에 종이를 믿기로 했다. 정할 근거가 없어도 정해야 일이 되므로 정했다.

오늘 회신은 정하지 말라고 한다. 둘 다 쓰라고 한다. 정하지 않는 것이 서식에 처음 들어왔다.

정하지 않으면 두 해 몫이 다 들어온다. 오늘 스물여섯이다.

다섯 시 사십 분에 이중 기재 목록을 뽑았다. 시월 초엿새에 만든 다섯째 목록이다.

줄이 예순하나였다.

팔월 이후 내가 두 자리를 네 자리로 고친 프로그램의 날짜 자리를 세어 둔 것이 일지에 있다. 그 수를 찾아보았다.

예순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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