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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적은 사람

The One Who Took It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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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열사흘. 책상 아래 상자를 꺼냈다.

정월에 이 방에 와서 그 상자를 열었고 그 뒤로 여덟 번쯤 열었다. 열 때마다 자료로 열었다. 안에 든 것은 묶음 넷과 전임자의 노트다. 넷은 오래된 일지이고 표제가 붙어 있고 등록 번호가 없다. 목록에 없는 상자라 등록할 수 없고 등록할 수 없으니 자료가 아니다. 자료가 아닌 것을 여덟 번 열었다.

오늘은 세 번째 묶음을 꺼냈다. 전신 일지다.

아홉 시에 검색부터 했다. 삼백아홉이었다.

자료 번호 칸을 비우는 것이 여덟 달 만에 처음이다. 이 방의 서식은 번호가 없는 것을 열지 않게 되어 있다.

전신 일지는 삼십칠년 것이다. 표지에 그 해가 두 자리로 적혀 있다. 삼칠이다.

그 안에 사람이 하나 있다. 밤에 혼자 근무하면서 아무도 부르지 않는 주파수를 듣고 있었다. 부르지 않는 주파수에 응답이 온다고 그가 적어 두었다. 응답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는 것도 적어 두었다. AUDITUR QUOD NON SONAT.

여덟 번 읽는 동안 그 대목을 문장으로 읽었다. 오늘은 시각 칸을 보러 열었다.

마지막 대여섯 줄에 수신 시각이 있다.

네 자리 숫자로 적혀 있었다. 〇二五一. 〇二五九. 〇三〇〇. 〇三〇四. 〇三一一.

다섯이다.

다섯이 다 같다.

어제 다섯 줄의 시각을 보았을 때 넷은 접속 기록에서 본 것이라 알아봤고 다섯째 하나가 남았다. 오늘 다섯이 한 자리에서 나왔다. 육십 해 전 것이다.

열 시 반부터 열두 시까지 이것이 셈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를 따져 보았다.

시각은 하루에 천사백마흔 개다. 새벽 두 시 오십 분부터 세 시 십오 분까지면 스물여섯 개다. 다섯이 그 안에 몰릴 확률은 셈할 수 있다. 셈해 보니 작다. 작은 것이 안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라고 유월에 적어 두었다.

다만 다섯이 순서까지 같다. 순서까지 같은 것을 셈으로 덮으려면 스물여섯 개 중에서 다섯을 골라 늘어놓는 경우를 다 세어야 한다. 그 수는 일곱 자리다.

부족하다고 적었다. 확률이 작은 것과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다르다.

점심을 먹고 와서 색인을 열었다. 확인할 것이 하나 있었다.

색인은 시각을 어떻게 저장하는지다.

시각은 날짜와 따로 있다. 네 자리 숫자 하나다. 연도 칸이 두 자리든 네 자리든 시각 칸은 안 변한다.

그러니 〇三〇〇은 한 값이다. 천구백년의 세 시와 이천년의 세 시와 삼십칠년의 세 시가 같은 값으로 들어앉는다.

색인 검색에 〇三〇〇을 넣었다.

두 건이 나왔다. 어제 그 대장의 한 줄과 등록 번호 없는 자료의 한 줄이다. 등록 번호가 없는 것이 검색에 걸리는 것도 오늘 처음 보았다. 아침에 내가 열었기 때문이다. 열면 걸린다.

두 줄이 한 자리에 나란히 있었다. 사이에 예순두 해가 있고 화면에는 그 예순두 해가 없다.

한동안 그 두 줄을 보고 있었다. 나란히 있는 것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색인은 같은 값을 모아 놓는 물건이다. 값이 같으면 모은다. 그것이 색인이 하는 일의 전부다. 두 줄을 나란히 세운 것은 색인이지 두 줄이 아니다.

그런데 색인이 모으는 값은 기계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식이 정한다. 시각을 날짜와 따로 두기로 정한 것은 사람이다. 따로 두면 시각이 해를 잃는다. 해를 잃은 시각은 예순두 해를 건너 같은 값이 된다.

여덟 달 동안 이 방에서 두 기록이 나란히 선 자리를 여러 번 보았다. 사본과 일지가 나란히 섰고 종이 대장과 화면이 나란히 섰다. 그때마다 나는 어느 쪽이 먼저인지를 물었다. 오늘은 물을 것이 없다. 시각에는 앞뒤가 없다. 〇三〇〇은 예순두 해 전에도 〇三〇〇이고 내일도 〇三〇〇이다.

앞뒤가 없는 칸을 서식이 하나 만들어 두었다. 만든 까닭은 자리를 아끼려던 것도 아니고 아무 뜻도 없다. 시각은 날마다 되풀이되니 날짜와 붙여 둘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두 시부터 네 시까지 전신 일지의 그 대목을 다시 읽었다.

전신수가 받아 적은 것은 글이 아니었다. 수의 나열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그가 적어 두었다. 숫자 묶음 다섯이 한 줄로 늘어서 있고 그 아래에 물음표가 셋 있다. 수신 중에 끊긴 자리라고 되어 있다.

묶음의 자리 수를 세었다.

넷. 여덟. 다섯. 하나. 넷.

반출 대장 한 줄의 꼴이다.

자리 수만 같다. 수는 못 맞춘다. 여덟 자리 묶음에서 세 자리가 안 읽히니 자료 번호를 맞출 수 없고, 맞춰 볼 자료도 없다. 여덟 자리 등록 번호 체계는 작년에 생겼다.

네 시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갔다. 나가면서 요즘 늦게까지 있는다고 했다. 여섯 시에 나간다고 했다. 그가 어제는 불이 켜져 있었다고 했다.

어제 여섯 시에 나갔다고 했다. 그가 그럼 잘못 봤나 보다고 하고 올라갔다.

올라간 뒤에 그 말을 일지에 안 적었다. 적을 칸이 없다. 남이 본 것을 적는 칸은 서식에 없고, 있다 해도 나는 어제 여섯 시에 나갔다.

네 시 반부터 다섯 시까지 앉아서 오늘 것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를 두고 있었다.

적을 말은 하나다. 예순두 해 전에 받아 적힌 수의 꼴이 이 방 대장 한 줄의 꼴이다. 그러면 전신수가 받아 적은 것이 이 방의 기록일 수 있다.

그 말을 적으면 그 반대도 적어야 한다. 이 방의 기록이 예순두 해 전에 받아 적힌 꼴을 따라가고 있을 수도 있다. 앞의 것이면 이 방이 먼저 있었던 것이고 뒤의 것이면 그 밤이 먼저 있었던 것이다.

가를 것이 없다. 시각은 한 값이라 앞뒤가 없고, 수는 세 자리가 안 읽히고, 물어볼 데는 여덟 달 동안 하나씩 없어졌다.

본 일지에만 기재한다고 적고 나서 그 줄을 다시 읽었다.

이 방에서 여덟 달 동안 배운 것 중에 적으면 자란다는 것이 있다. 서식에 칸이 없어서 일지에만 적었다. 일지는 이 방의 기록이다. 예순두 해 전에 받아 적힌 것이 이 방의 기록의 꼴이라면, 지금 내가 적고 있는 이 줄도 그 꼴 안에 있다.

다섯 시 반에 상자를 닫고 책상 아래에 넣었다.

닫기 전에 전임자의 노트를 한 번 보았다. 마지막 장이 문장 중간에서 끊겨 있고 그 뒤를 내 글씨가 잇고 있다. 그 뒤로 빈 장이 둘 있다.

다섯 시 삼십이 분에 두 기계의 시계를 나란히 보았다.

운용 기계는 구구년 십월 십삼일 십칠시 삼십이분이다.

시험 기계는 본사가 추가 시험 대기로 이월 상태를 유지하라고 해서 그대로 두었다.

공공년 일월 이일 십칠시 삼십이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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