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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자리 세기

Counting the Date Fie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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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아흐레. 착수 보고가 내일까지다.

보고에 넣을 것은 두 가지다. 언제 시작하느냐와 얼마나 되느냐. 시작은 오늘로 적으면 된다. 얼마나 되는지는 세어야 한다.

세는 일로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침에 알았다. 여섯 달 동안 나는 세는 일이 여는 일이고 여는 일이 늘리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배운 사람에게 세어서 보고하라는 일이 왔다.

아홉 시에 검색부터 했다. 백열넷이었다. 지난주 팔월 이틀에 아흔셋이었으니 이레 동안 스물하나가 늘었다. 하루 셋이다.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 여섯 건을 하나씩 열었다.

목록 프로그램에 스물아홉 자리. 반출 대장 프로그램에 마흔넷. 단말 넷의 기본 설정에 각 여섯이니 스물넷. 릴 구동기 둘에 각 아홉이니 열여덟. 자료 색인 프로그램이 제일 많아 백예순넷이었다.

합이 이백일흔아홉이었다.

세는 동안 두 가지를 알았다. 첫째, 연도 자리는 눈에 안 띈다. 화면에 나오는 것은 자료 이름과 번호이고 연도는 그 뒤에 딸려 간다. 스물아홉이니 마흔넷이니 하는 수는 화면을 보고 센 것이 아니라 설정 목록을 뽑아서 센 것이다. 둘째, 여섯 건 중 셋은 만든 데가 다르다. 목록과 반출 대장은 본사 것이고 색인은 지난해에 자료실에서 따로 맞춘 것이다. 만든 데가 다르면, 연도 자리를 두는 법도 다르다. 같은 두 자리인데 한쪽은 문자로 두었고 한쪽은 수로 두었다. 수로 둔 쪽은 구십구 다음이 백이 되고 문자로 둔 쪽은 구십구 다음이 공공이 된다.

백이 되는 쪽은 틀리기는 해도 앞으로 간다. 공공이 되는 쪽만 뒤로 간다.

카드는 따로 셌다. 서랍 열둘, 서랍당 육백 안팎, 실제로 한 서랍을 세어 보니 육백열둘이었다. 열둘을 곱해 칠천삼백사십 남짓으로 잡았다. 카드는 한 장에 연도 자리가 하나다.

열한 시에 봉했다.

점심을 먹고 와서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이백일흔아홉은 오전에 센 수다. 세면 늘어난다. 늘어난다면, 오후에는 이백일흔아홉이 아니다.

한 시 반에 다시 셌다. 여섯 건을 같은 차례로 열었다.

이백일흔아홉이었다.

한 번 더 셌다. 세 시였다. 같았다.

그 자리에서 나는 처음으로 안도했다. 세도 안 늘어나는 것이 이 방에 있다. 여섯 달 만이다.

적고 나서 상반된다는 말을 지우려다 두었다.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칠월에 조회수를 세었을 때는 여는 일이 곧 오르는 일이었다. 게시판은 열면 오른다. 날짜 자리는 열어도 안 오른다. 세는 방식이 다르면, 세는 값도 달리 움직인다. 여섯 달 동안 하루 셋으로 늘어난 것은 여는 일 때문이 아니라 날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한 김에 셈을 해 보았다.

십일월 말일까지 백열세 날이 남았다. 자리 이백일흔아홉을 고치는 데 하루에 서른씩만 해도 열흘이 안 걸린다. 카드 칠천삼백사십 장은 하루 삼백 장이면 스물다섯 날이다. 합쳐서 서른다섯 날이다. 백열세 날 중 서른다섯이다.

끝이 있는 일이었다.

여섯 달 동안 이 방에서 끝이 있는 일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세면 늘고 고치면 늘고 지우면 늘었다. 늘어나는 일에는 끝이 없다. 오늘 받은 셈은 처음으로 앞뒤가 맞았다. 앞이 뒤보다 크고 남는 날이 일흔여덟이다.

이 방에서 끝이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서른다섯 날을 채우면 이 일은 없어진다. 없어지고 나면 나는 다시 읽기만 하는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끝이 있다는 말은 끝난 뒤가 있다는 말이고, 끝난 뒤가 무엇인지는 서식에 안 적혀 있다.

셈이 맞는다는 것이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여섯 달 동안 이 방에서 편한 셈이 나온 적이 없어서, 편한 셈이 나오니 어디를 잘못 셌는지부터 찾게 되었다.

네 시에 잘못 센 데를 찾으려고 한 번 더 셌다.

이백여든둘이었다.

셋이었다.

앞의 세 번은 다 같았고 네 번째에서 셋이 붙었다. 시각으로 보면 오후 네 시고 날로 보면 오늘 안이다. 하루에 셋이라는 규칙이 하루 안에서는 언제 붙는지를 나는 여섯 달 동안 물어본 적이 없다. 검색은 매일 아침 아홉 시에만 했기 때문이다. 스물네 시간마다 셋이 붙는 것과 하루가 바뀔 때 셋이 붙는 것은 다른 일인데, 나는 아홉 시에만 보아서 두 가지를 가른 적이 없다.

늘어난 셋이 어디 붙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색인 프로그램의 연도 저장 항목이 백예순넷에서 백예순일곱이 되어 있었다. 세 항목을 열었다.

셋 다 자료 등록 연도를 담는 자리였고 셋 다 값이 들어 있었다. 구칠, 구칠, 구팔이었다.

내가 만든 자리가 아니다. 오늘 오전에 백예순넷을 셀 때 그 자리들은 없었다. 없던 자리가 생겼고, 생기면서 값을 달고 나왔다. 빈 자리가 생긴 것이 아니라 채워진 자리가 생겼다.

구십칠년과 구십팔년이다. 내가 부임하기 전이다.

다섯 시까지 그 셋을 들여다보았다. 네 시 반에 삼층 사람이 내려와 서명을 받아 가면서 무엇을 그렇게 들여다보느냐고 물었다. 없는 자료의 연도라고 했다. 그가 색인이 원래 지저분하다고 했다. 빼먹은 것도 있고 남은 것도 있고 열두 해를 여러 사람이 손댔으니 그럴 만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여섯 달 만에 처음으로 설명이 옆에 있는데, 이번 설명은 오늘 오전에 그 자리가 없었다는 것만 못 덮는다. 자료 번호를 따라가 보니 셋 다 목록에 대응하는 자료가 없다. 연도만 있고 자료가 없는 자리다. 색인은 자료를 가리키는 것인데 이 셋은 아무것도 안 가리킨다.

십일월 말까지 백열세 날이고 하루 셋이면 삼백서른아홉이 더 는다. 이백일흔아홉에 삼백서른아홉을 더하면 육백열여덟이다. 하루 서른씩 고치면 스무 날이면 되는 수다. 여전히 앞이 뒤보다 크다. 셈은 아직 맞는다.

다만 아까 셈에서 빠진 것이 있다. 고치는 일도 여는 일이다.

여섯 시에 일지를 덮고 봉투를 보았다. 오전 열한 시에 봉한 착수 보고서다. 저 안에 이백일흔아홉이라고 적혀 있다. 내일 부치면 회사가 받는 수는 오늘 아침 수다.

세어서 적은 수가 세는 동안 달라지면 보고서에 적을 수는 어느 것인가. 센 날의 수를 적는 것이 맞다. 회사가 알고 싶은 것은 오늘의 수가 아니라 이 일이 얼마나 되는 일인가이고, 그것은 대강이면 된다. 대강으로 적어도 되는 일을 여섯 달 만에 처음 해 본다.

봉투를 열지 말았어야 했다. 열었다.

보고서의 수량란을 보았다. 이백여든둘이었다.

내 글씨였고 고쳐 쓴 자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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