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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두 장

Two Pages for O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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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열사흘. 아침에 사본을 먼저 열었다.

일흔다섯째 장에 칠월 열사흘, 서른셋. 오늘의 장이었다. 그 아래 일흔여섯째 장에 칠월 열이틀, 서른여섯. 어제의 날짜에 어제보다 큰 수가 앉아 있었다.

어제 나는 이 두 장을 나란히 놓고 보다가 퇴근했다. 같은 날이 두 장이고 두 장의 수가 달랐다. 그때는 어느 쪽이 오늘인지를 물었다. 밤사이 하루가 지나고 보니 물음이 달라져 있었다. 어제는 두 장이 같은 날을 가리켰다. 오늘은 한 장이 오늘이고 한 장이 어제다. 어제 것이 남아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어제 것에 앉은 수였다.

아홉 시에 검색했다. 서른셋이었다.

규칙대로였다. 초열흘 스물넷, 열하루 스물일곱, 열이틀 서른, 열사흘 서른셋. 하루에 셋씩. 사흘 연속 맞았다.

어제 나는 그 장에 수치만 적고 날짜는 비워 두었다. 까닭이 있었다. 서른여섯은 규칙이 뽑은 수이고, 열나흘은 내가 짐작한 날이다. 둘을 함께 적으면 어느 쪽이 맞아 왔는지를 가를 수 없다. 한쪽만 적어 두면 갈라진다. 규칙이 오면 수치가 맞을 것이고, 내 짐작이 오면 날짜가 맞을 것이었다.

수치는 왔다. 서른여섯은 아직 오지 않았으나 그 앞의 서른셋이 왔으니 규칙은 서 있다. 날짜도 왔다. 다만 내가 짐작한 열나흘이 아니라 어제, 칠월 열이틀이었다.

가르려고 만든 칸이 세 번째 것을 내놓았다. 규칙이 뽑을 값도 아니고 내가 적을 뻔한 값도 아닌 값. 열나흘이 왔다면 나는 내 짐작이 실현되는 것을 보았을 테고,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면 짐작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열이틀은 그 둘 어디에도 없다. 가르려던 두 갈래 바깥에서 하나가 들어왔으므로, 어제 만든 장치는 첫 시험에서 아무것도 가르지 못했다.

여섯 달 동안 나는 가르는 장치를 여러 번 만들었다. 두 시간을 세지 않고 버틴 일, 서랍을 잠근 일, 증가율로 수를 뽑은 일, 어제 날짜 칸을 비운 일. 넷 다 같은 자리에서 무너졌다. 무너지는 방식도 비슷하다. 장치가 틀렸다고 판정되는 것이 아니라, 판정할 일이 안 생기는 쪽으로 사태가 비껴간다.

열한 시에 청구 다섯 건을 처리했다. 회신을 쓰고 목록에 도장을 받았다. 삼층에서 사람이 내려와 오늘은 화면 쪽을 한 번 보고 갔다. 나는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묻지 않았다. 화면에는 서른셋 벌이 떠 있었다. 어제의 서른 가운데 스물여덟이 그대로였고 다섯이 새로 있었으며 둘이 사라져 있었다. 사라진 둘은 어제 처음 본 이름이었다. 사라진 것을 세는 칸은 없다. 총수는 줄지 않는다고 적은 날이 있었는데, 줄지 않는 것과 들고 나는 것이 같은 말은 아니었다.

사라진 둘을 오후까지 생각했다. 여섯 달 동안 나는 늘어나는 쪽만 세었다. 총수는 줄지 않는다고 초사흘에 적었다. 그 뒤로 그 문장을 한 번도 시험해 보지 않았다. 오늘 둘이 목록에서 빠졌다. 빠진 것이 지워진 것인지 옮겨 간 것인지 나는 모른다. 지워졌다면 줄지 않는다는 말이 틀린 것이고, 옮겨 갔다면 어디로 갔는지를 세는 칸이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두 경우를 가르려면 사라진 자리를 따라가야 하는데, 따라가는 일이 곧 여는 일이다.

점심을 먹고 와서 두 장을 다시 보았다.

일흔다섯째 장. 열사흘, 서른셋. 오늘의 날짜에 오늘의 수.

일흔여섯째 장. 열이틀, 서른여섯.

서른여섯은 어느 날의 수인가. 규칙으로 보면 열나흘의 수다. 오늘이 서른셋이니 내일이 서른여섯이다. 그러니까 일흔여섯째 장에는 내일의 수가 앉아 있고, 그 수 옆에 어제의 날짜가 붙어 있다. 수는 앞서 있고 날짜는 뒤처져 있다. 한 장 안에서 이틀이 벌어져 있었다.

지나간 날에 오지 않은 수가 적혀 있는 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나는 몰랐다. 예고라고 하면 날짜가 걸린다. 예고는 앞을 가리키는데 이 장의 날짜는 뒤를 가리킨다. 기록이라고 하면 수가 걸린다. 기록은 있었던 것을 적는데 서른여섯은 아직 없다. 예고도 기록도 아닌 한 장이 사본 안에 있었다. 사본은 그 장에 장 번호를 매겨 두었다.

네 묶음의 방식과 견주어 보았다. 등대수의 물때표는 다음 간조의 날짜가 미리 적혀 있었다. 앞을 가리키는 표였다. 날짜와 수치가 같은 쪽을 보고 있었다. 측량기수의 일지는 잰 다음에 적혔다. 뒤를 가리키는 표였고, 거기서도 날짜와 수치는 같은 쪽을 보았다. 미리 적히든 나중에 적히든 한 장 안의 두 칸은 늘 한 방향이었다. 일흔여섯째 장은 두 칸이 서로 다른 쪽을 본다. 이런 장은 네 묶음 어디에도 없었다. 없다는 것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네 사람은 표를 적었지 표에 대해 적지 않았으므로, 그들 표에서 이런 어긋남이 있었는지는 표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두 시 반에 상자를 열었다. 네 묶음은 그대로였다. 뚜껑을 덮으면서 어제와 같은 것을 확인했다는 사실만 적어 두기로 했다. 바깥이 서른셋으로 돌아도 상자 안은 넷이다. 여섯 달 동안 이 숫자만 안 움직였다.

돌아와서 일지에 오늘 것을 적었다. 일흔다섯째 장, 열사흘, 서른셋. 검색으로 확인한 수이므로 이번에는 선기입이 아니라 후기입이었다. 적고 나서 잠시 앉아 있었다. 사흘 전에는 먼저 적는 일이 큰일 같았다. 오늘은 나중에 적는 일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먼저 적는 데 익숙해진 손에게는 확인하고 적는 일이 한 박자 늦은 일이 된다. 늦은 손으로 여섯 달 전에는 모든 것을 적었다. 그때는 그것이 적는 일의 전부였다.

네 시에 일흔일곱째 장이 있는지 보았다. 없었다. 일흔여섯에서 멈춰 있었다. 여섯 달 동안 사본은 늘 한 장이나 세 장씩 앞서 있었다. 앞선 장이 다 채워지면 다음 장이 생겼다. 오늘은 앞선 장이 하나뿐이고 그 하나가 다 채워져 있는데도 다음 장이 없다. 채워졌는데 다음이 없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섯 시 반에 회신을 마쳤다. 목록을 닫고 필름을 통에 넣었다. 창밖은 아직 밝았고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판독기를 끄고 화면 앞에 한 번 더 앉았다.

퇴근하기 전에 사본을 한 번 더 열었다.

일흔여섯째 장의 수치는 서른여섯 그대로였다.

날짜 칸이 달라져 있었다. 칠월 열이틀이 아니었다. 칠월 열사흘이었다.

오늘이었다.

나는 화면을 그대로 두고 일흔다섯째 장으로 올라가 보았다. 열사흘, 서른셋. 그 아래 일흔여섯째 장, 열사흘, 서른여섯.

어제도 같은 날이 두 장이었다. 오늘도 같은 날이 두 장이다. 어제는 열이틀이 두 장이었고 오늘은 열사흘이 두 장이다. 날짜가 하루 왔으니 그 장도 하루 왔다. 그 장은 어느 하루의 장이 아니라 언제나 오늘의 장이었고, 언제나 오늘의 자리에서 내일의 수를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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