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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사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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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초이틀. 나는 세어 보기로 했다.

오월 내내 나는 세지 않으려고 했다. 세는 것이 확인이고 확인하면 적어야 하고 적으면 판단이 된다. 판단할 근거가 없을 때는 본 것만 적는 것이 낫다고 배웠는데, 오월에는 본 것이 자꾸 늘었다.

통신 게시판의 글은 삭제되었다. 오월 열흘에 지워졌다는 회신이 왔다. 그런데 오월 스무날에 다른 게시판에 같은 글이 올라왔다. 올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고 본문에 자기가 예전에 받아 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것까지는 예상한 일이었다. 사람 손에 간 것은 못 지운다고 나는 지난달에 적었다.

예상하지 않은 것은 그다음이었다. 오월 말이 되자 같은 글이 세 곳에 있었고, 세 곳의 파일이 서로 조금씩 달랐다.

유월 초하루에 나는 반나절을 들여 사본을 찾았다.

찾는 방법은 단순했다. 통신 게시판 검색, 대학 자료실 검색, 인터넷 검색. 마지막 것은 전산실에 회선이 있어 쓸 수 있었다. 검색어는 등대 일지와 물때 몇 가지로 했다.

일곱 곳이 나왔다. 나흘 전에 같은 검색어로 찾았을 때는 다섯 곳이었다.

통신에 셋, 대학 자료실에 둘, 개인 홈페이지에 둘. 사월 스무이레에 처음 올라간 것에서 갈라져 나온 것들이다. 어떤 것은 압축을 다시 했고 어떤 것은 면을 나누어 올렸다. 개인 홈페이지 하나는 글자를 옮겨 적어 본문으로 만들어 두었다. 사진이 아니라 글이었다.

글자로 옮겨 적어 둔 그 홈페이지가 제일 오래 걸렸다. 사진이 아니라 글이라 검색에 걸리고, 검색에 걸리니 방문자가 많았다. 옮겨 적은 사람은 머리말에 자기가 한 자 한 자 쳤다고 적어 두었다. 백열여덟 면을 다 쳤다고 했다.

한 자 한 자 쳤다는 말을 나는 두 번 읽었다. 그것은 옮겨 적었다는 말이다.

일곱 곳을 다 내려받아 우리 파일과 대조했다.

여기까지는 확인이다. 확인은 내 일이다.

대조 결과를 표로 만들었다. 표를 만들고 나서 나는 오래 앉아 있었다.

우리 등록본에는 파일에만 있는 줄이 열한 개다. 사내에서 내려받은 것도 열한 개다. 사월에 처음 게시된 것은 열두 개. 오월에 재게시된 것들은 열둘에서 열넷. 개인 홈페이지 둘은 각각 열여섯과 열일곱.

숫자가 다르다는 것보다, 다른 방향이 한쪽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줄은 줄지 않았다. 어느 사본에서도 줄지 않았다.

옆에 조회 수를 적어 보았다.

우리 등록본은 사내 조회 사십팔. 사내 다운로드본은 각각 몇 안 된다. 첫 게시본은 사천이백. 재게시본들은 천에서 삼천. 개인 홈페이지 둘은 방문자 표시가 각각 만이천과 만사천이었다.

조회 수가 많은 쪽이 줄이 많았다. 표본 일곱에 예외가 없었다.

나는 그 표를 세 번 다시 만들었다. 순서를 바꾸고 기준을 바꾸어도 같았다. 읽은 사람이 많은 사본에 줄이 많다.

표를 만들 때 나는 조회 수를 넣을 생각이 없었다. 줄 수만 세면 되는 일이었다. 조회 수를 옆에 적은 것은 사본을 구분하려고 적어 둔 것이지 견주려던 것이 아니다. 견주게 된 것은 두 열이 나란히 있으니 눈이 저절로 견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하나. 줄이 많은 사본이 재미있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읽었다. 인과가 줄에서 조회로 간다. 이쪽으로 읽으면 이상할 것이 없다. 내용이 더 있는 판이 더 읽히는 것은 당연하다.

둘. 사람이 많이 읽은 사본에서 줄이 늘었다. 인과가 조회에서 줄로 간다. 이쪽으로 읽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인지를 가르려면, 같은 사본을 두 시점에 재어 보면 된다. 지금 줄 수를 세어 두고 한 달 뒤에 다시 세는 것이다. 그 사이에 조회 수가 오르고 줄 수도 오르면 둘째 쪽이다.

유월 초이틀에 나는 그 대조표를 만들었다. 일곱 사본의 오늘 줄 수와 오늘 조회 수를 적었다. 한 달 뒤에 다시 세려고.

적고 나서 손이 멈췄다.

이 대조표를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가 그제야 보였다. 재는 일이다.

재면 깊어진다는 문장을 나는 어디서 읽었다. 측량 일지였다. 같은 자리를 여러 번 재는데 숫자가 한 방향으로만 커지던 그 대목이다. 스캔할 때 나는 그것을 측량 오차 기록으로 읽었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이 그 표와 같은 모양이었다. 같은 것을 여러 번 재어 늘어나는 것을 적는 표.

표를 덮은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모양을 알아본 뒤에 계속 보고 있으면 다음 것까지 알아볼 것 같아서였다.

나는 표를 덮고 잠깐 다른 일을 했다. 청구 두 건을 처리하고 회신을 썼다. 손은 평소대로 움직였다.

여섯 시가 되기 전에 표를 다시 폈다. 덮어 둔 시간은 두 시간이 채 안 되었다.

덮어 둔다고 사본이 안 늘지는 않는다. 내가 세든 안 세든 개인 홈페이지 방문자는 오르고 있고, 오르는 동안 줄이 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표를 폈는지 덮었는지와 상관이 없다.

세지 않으면 모를 뿐이다.

이 문장을 적어 놓고 보니 오늘 처음 든 생각이 아니었다. 전임자의 공책에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스캔할 때 눈으로 지나간 문장인데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 찾아보면 나올 것이다.

찾아보지 않았다. 찾아보는 것도 읽는 일이고, 읽는 사람이 늘면 줄이 는다는 표를 나는 방금 만들었다.

그렇게 적고 나서, 그 문장이 얼마나 이상한지를 알았다. 나는 읽기를 피하고 있었다. 자료를 관리하는 사람이 자료 읽기를 피하는 것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피하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가. 읽으면 는다. 안 읽으면 모른다. 세면 재는 것이고 안 세면 세지 않은 채로 는다.

한 달 뒤에 다시 세기로 한 것은 그대로 두었다. 유월 초이틀 자 수치를 적어 두었으니 칠월 초이틀에 다시 세면 된다. 세지 않기로 하면 오늘 한 일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세기로 하면 나는 한 달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있게 된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는데, 고르고 나서 보니 그것도 고른 것 같지가 않았다. 표는 이미 만들어졌고 만들어진 표는 한 달 뒤에 저절로 두 번째 열을 요구한다.

퇴근할 때 표를 서랍에 넣었다. 서랍에는 접속 로그와 열두 줄짜리 종이가 이미 있었다. 세 장이 되었다.

세 장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각각 다른 것을 적은 종이다. 밤마다 붙는 기계, 이어지는 문장, 늘어나는 줄. 셋을 한 문장으로 잇지 않으려고 나는 애썼고, 애쓰는 것 자체가 이미 잇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서랍을 잠그고 나왔다. 잠그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은 두 달 전에 알았다. 그래도 잠그는 동작은 남았다.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그런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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