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나는 못 박힌 표 앞을 지날 때마다 손끝의 그 냉기를 떠올렸다. 그것을 잊기 위해 나는 직무를 택했다. 등명기의 심지를 고르게 다듬고, 십이 초의 호를 헤아리고, 정시의 물때를 적었다. 그러나 인쇄된 표는 전임자의 손글씨를 — 그 덧그린 한 칸을 — 품은 채 벽에 걸려 있었고, 나는 매 당직마다 그 한 칸을 지나쳐야 했다.
그날 아침, 나는 그것을 벽에서 떼어냈다. 못이 빠지며 회벽 가루가 떨어졌다. 더 깨끗한 사본을 만들어 걸겠다고 스스로에게 일렀다 — 전임자의 낙서가 없는, 인쇄된 숫자만의 표를. 학자의 일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직무에 충실한 자의 일.
빈 종이를 펴고 인쇄된 칸을 하나씩 옮겨 그렸다. 사리와 조금, 만조와 간조의 시각. 손은 익숙했고 잉크는 고르게 흘렀다. 그러다 표의 맨 아래, 본래는 비어 있어야 할 그 여백에 이르렀다.
나는 거기서 멈추었어야 했다. 그러나 손은 이미, 전임자가 덧그린 그 칸의 선을 본떠 그리고 있었다. 자정과 새벽 사이의 시각. '열세 번째 물때(第十三潮).' 나는 그것을 옮겨 적는 일을, 지우기 위한 기록이라 불렀다 — 무엇이 거짓인지 적어 두어야 그 위에 줄을 그을 수 있으므로.
그리고 그 칸 아래에, 나는 한 칸을 더 그렸다.
그릴 작정이 아니었다. 손이 자를 대고 선을 긋고, 시각을 적어 넣었다. 내가 정하지 않은 시각이었다. 펜을 떼고서야 나는 그 칸을 보았다 — 열세 번째 아래의, 열네 번째.
표가 한 칸을 더 원했을 뿐이다. 줄을 긋다 보면 손은 다음 칸을 마련하는 법이고, 빈 여백은 다음 줄을 부른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라, 표가 제 모양을 따라 자란 것이다.손끝으로 그 열네 번째 칸을 더듬는 순간, 등골을 타고 못 박힌 표의 그 냉기가 — 이제는 벽에 걸려 있지도 않은 표의 냉기가 — 다시 스쳤다. 나는 떼어낸 인쇄된 표를 등불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표의 뒷면, 본래는 아무것도 없어야 할 자리에서, 정으로 긁은 듯한 흐릿한 글자가 떠올랐다. 전임자가 남긴 이름이었으리라. 그러나 그 이름은 닳아, 끝자리가 읽히지 않았다.
윤██윤. 나와 같은 성(姓)이었다. 인계 서류에는 전임자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본토의 등대국은 그를 번호로만 불렀다 — 이 섬을, 이 표를, 이 등불을 번호로만 부르듯이. 나는 그 닳은 이름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닳은 자리에 내 이름을 겹쳐 보는 일을, 나는 하지 않으려 애썼다.
문득 놋쇠 받침에 새겨진 그 한 줄이 떠올랐다. 다섯 달을 닦기만 하다 엿새 전에야 읽은 그 라틴어가, 이제는 청하지 않아도 떠올랐다.
심연 위의 빛을 지킨다.빛이 심연을 지키는지, 심연으로부터 빛을 지키는지 — 엿새 전 나는 그것을 묻고 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다른 물음에 이르렀다. 만일 빛이 심연 위에 있어야 한다면, 누군가는 그 아래에서 빛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자정이 지나고, 인쇄된 표의 간조 시각에 물은 정확히 물러갔다. 나는 새로 그린 내 표에 그 높이를 적었다. 약속은 지켜졌다. 그리고 손으로 옮겨 그린 열세 번째 시각에, 물은 한 번 더 물러갔다 — 엿새 전 그러했듯이. 나는 그것도 적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떨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떨리게 했다.
열네 번째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정하지 않은, 표가 제 모양으로 불러낸 그 시각이.
문장은 거기서 끊겨 있다. 엿새 전과 같이. 그러나 이번에는 펜이 거부당하지 않았다. 잉크는 멈춘 것이 아니라, 내가 멈춘 것이었다 — 갯벌의 그 검은 자리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것에 이름을 붙이지 않기 위해.
갯벌 끝에 ████ █████.등명대의 난간을 짚은 손 아래로, 등불은 십이 초의 호를 그리며 돌았다. 빛이 한 바퀴 돌아 갯벌 끝을 쓸고 지나갈 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빛이 돌아 나가고 어둠이 덮일 때, 다시 무엇이 섰다. 빛이 비추는 동안에는 비어 있고, 빛이 비추지 않는 동안에만 거기 있는 것. 나는 그것을, 빛의 잔상이 만든 헛것이라 불렀다.
그날 밤 등명기의 태엽은 한 번 멈칫하지 않았다. 한 번도. 다섯 달을 쉬지 않고 돌던 그것이, 그날 밤만은 단 한 번의 어긋남도 없이 십이 초를 지켰다. 나는 그 완벽한 규칙성이 두려웠다. 무언가가, 그 빛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이 글을 쓰는 지금, 못 박혔던 자리에는 회벽 가루만 남았고, 내가 그린 새 표가 그 곁에 놓여 있다. 열네 번째 칸은 비어 있지 않다. 시각이 적혀 있다. 내가 정하지 않은 시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