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부의 잡음을 가지런히 고르는 일로 그날 밤의 당직도 깊어 갔다. 수화기를 양 귀에 대고, 가변축전기의 손잡이를 천천히 돌리면, 잡음은 물결처럼 높아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그 위로 어딘가 먼 송신소의 반송파(搬送波)가 일정한 음으로 깔려 흘렀다 — 단조롭고, 늘 같은 높이로. 곶 아래로는 동해의 검은 물이 어둠에 잠겨 있었고, 그 너머로는 전파가 어디까지 닿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나는 수신탁(受信卓) 앞에 앉아, 점과 선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단조로운 부호(符號)를 헤아렸다. 헤아리는 일에는 어떤 위안이 있었다. 곶에 든 지 두 달, 사람의 목소리를 귀로 들은 것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그 단조로움을 깨는 것이라고는 정한 시각마다 들어오는 정시(定時) 전보뿐이었다. 본토의 중계소는 정한 시각에 호출부호를 보내 왔다가, 정한 시각에 끊었다. 전파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 적어도 체신국의 정시 통신은 그러했다. 정각에는 부르고, 통신이 끝나면 침묵했다. 나는 그 부름과 침묵을 들으며, 이 보이지 않는 전파의 규칙성이야말로 외딴 곶의 유일한 동행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전신수의 직무 중 하나는 수신한 전문을 빠짐없이 일지에 옮겨 적는 일이다. 체신국이 내려보낸 인쇄된 호출부호 명부가 있었고, 나는 받은 부호를 그 옆에 적어 대조했다. 명부는 수신탁 위 벽에 압정으로 박혀 있었는데, 부임 전부터 걸려 있던 전임자의 것이었다. 전임자가 누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인계는 본토에서 서류 한 장으로 끝났고,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그 명부와, 너무 빨리 닳아 못 쓰게 된 전건(電鍵) 하나뿐이었다.
그날 밤, 다음 정시 통신을 기다리며 잡음 속을 더듬던 손이, 명부에 없는 호출부호 하나에 멈췄다.
그것은 정시 전보가 아니었다. 잡음의 맨 밑바닥에서, 본래는 비어 있어야 할 주파수의 틈에서, 누군가 한 통의 전문을 송신하고 있었다. 점과 선은 또렷했고, 끝에 송신 일자가 붙어 있었다 — 그러나 그 날짜는 내일이었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의 새벽 시각으로, 한 통의 전보가 이미 송신되어 있었다. 정시도 비상시도 아닌, 어느 명부에도 없는 부름. 그 전문의 머리에는 호출부호 한 조가 붙어 있었는데, 일지에 옮겨 적으려는 순간 나는 그 부호가 — 검열의 먹으로 — 명부에서 지워진 것임을 알아보았다.
손끝으로 명부의 그 지워진 자리를 더듬는 순간, 등골을 타고 곶의 밤바람 같은 냉기가 스쳤다. "십일월의 곶이 으레 이렇게 차갑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수신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그 한기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명부가 거기 있어서 차가운 게 아니라 — 이미 차가운 자리에 명부가 걸린 것뿐이지, 라고 나는 덧붙였다.
전임자는 전건을 너무 세게 두드리는 사람이었다. 명부에 장난을 적어 둘 만큼 한가하기도 했을 것이다. 외딴 곶의 밤은 길고, 길면 사람은 무엇이든 적게 된다. 받지도 않은 전보를 받았다 적는 일까지도.수신기는 영국에서 만들어져 일본을 거쳐 이 곶에 닿은 물건이었다. 놋쇠 전면판에는 제작소의 명패가 새겨져 있었는데, 나는 두 달 동안 그것을 닦기만 했을 뿐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날따라 등불을 가까이 대자, 전면판에 새겨진 라틴어 한 줄이 떠올랐다.
AUDITUR QUOD NON SONAT'울리지 않는 것이 들린다' — 수신기의 표어로는 마땅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울리지 않는 그것이 무엇을 향해 들리는지, 아니면 무엇이 울리지 않으면서 부르고 있는지, 그 라틴어는 말하지 않았다.
문득 전임자가 인계 서류의 여백에 적어 둔 한 줄이 떠올랐다. 부임하던 날엔 흘려 읽고 넘겼던, 본부의 누구도 일러주지 않은 말이었다.
비어 있는 주파수에서 부르거든, 받아 적되 응답하지는 마시오.나는 그 전문을 끝까지 받아 적어 보기로 했다. 직무에 충실한 까닭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일렀다. 명부에 없는 부름이 헛것임을 확인해, 전임자의 낙서를 한 줄 그어 지우기 위함이라고. 응답하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 다만 받아 적기만.
자정이 지나고, 정시 통신의 시각에 본토의 중계소는 정확히 호출부호를 보내 왔다. 점과 선이 약속대로 이어졌다. 나는 일지에 그것을 옮겨 적었다. 약속은 지켜졌다.
그리고 명부에 없는 그 주파수의 틈에서, 부름은 한 번 더 시작되었다. 점과 선은 또렷했으나, 받아 적은 글자들은 어떤 말로도 묶이지 않았다. 자모(字母)가 아니었다. 나는 들리는 그대로 한 자 한 자 옮겼다.
행은 거기서 끊겨 있다. 나는 다음 글자를 적으려 펜을 들었으나, 손끝에서 무언가가 펜을 거부했다. 압정에 박힌 명부를 만졌을 때의 그 냉기와 같은 종류였다. 그러나 잉크는 이어졌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한 무리의 부호가 — 후세를 위해 — 천천히 적혀 내려갔다.
██ ███ █ ████.그 순간, 수신기의 전류계 바늘이 한 번 — 아주 잠깐 — 튀어 올랐다 가라앉았다. 반송파는 없었다. 본토의 중계소는 이미 통신을 끝낸 뒤였고, 빈 주파수에는 어떤 송신도 걸려 있지 않았다. 무엇이 바늘을 밀어 올린 것인지, 수화기 속의 잡음은 답하지 않았다. 그것뿐이었고, 이내 바늘은 다시 영(零)의 자리에서 가늘게 떨었다.
나는 일지의 여백에 그 시각을 정확히 적어 넣었다. 분명 낡은 계기가 한 번 어긋난 것이리라 — 두 달을 쉬지 않고 떨었으니, 바늘도 한 번쯤은 헛디딜 만하지 않은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수신기는 내 앞에서 잡음을 흘리고 있다. 놋쇠 전면판의 라틴어 옆에서, 전류계 바늘은 영의 자리에서 가늘게 떨고 있다.
나는 전면판의 익숙한 결을 바라본다. 다시 한 번 튀어 오르지 않을까 — 그러나 바늘은 영에서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