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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 더 깊은 바닥

One Fathom Dee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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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갱의 깊이를 재는 일로 그날의 일도 저물었다. 권양기(捲揚機)의 나무 도르래에 다림줄을 걸고, 끝에 매단 측연추(測鉛錘)를 갱구(坑口) 아래로 천천히 내려보냈다. 줄에는 한 길마다 붉은 실을 매어 눈금을 삼았다. 추가 바닥에 닿아 줄이 느슨해지는 순간을 손끝으로 가늠하고, 그때까지 풀려 나간 붉은 실의 수를 세었다 — 그것이 갱의 깊이였다. 셈에는 어떤 위안이 있었다. 산에 든 지 한 달, 사람의 말을 입에 올린 것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았으므로.

탄광의 측량기수에게 갱은 늘 같은 깊이여야 한다. 어제 마흔두 길이던 갱은 오늘도 마흔두 길이고, 십 년 뒤에도 마흔두 길이다. 바위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 적어도 내가 배운 측량술은 그러했다. 갱은 사람이 파 내려간 만큼만 깊고, 파다 만 자리에서 정확히 멈춘다. 나는 그 부동(不動)을 믿으며, 이 한 줄기 수직의 어둠이야말로 산중의 유일한 동행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측량기수의 직무 중 하나는 갱의 깊이를 매일 한 차례 재어 야장에 적는 일이다. 광무국이 내려보낸 인쇄된 갱도 대장이 있었고, 나는 실측한 깊이를 그 옆에 적어 대조했다. 대장에는 부임 전 측량한 전임자의 숫자가 박혀 있었다. 전임자가 누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인계는 본부에서 서류 한 장으로 끝났고,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그 대장과, 너무 무거워 손에 익지 않는 측연추 하나뿐이었다.

그날 저녁, 줄을 거두어 붉은 실을 세었을 때, 나는 대장의 숫자와 내 실측이 한 길 어긋나 있음을 보았다.

대장에는 마흔두 길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날 추는 마흔세 길에서 바닥에 닿았다. 측량에 한 길의 오차는 큰 것이다. 나는 줄을 다시 거두어, 붉은 실을 처음부터 또박또박 세었다. 마흔세 길. 줄을 다시 내려 한 번 더 쟀다. 이번에는 마흔네 길에서 추가 멈췄다. 같은 갱을, 같은 줄로, 한 식경(食頃) 사이에 두 번 쟀을 뿐인데.

손끝으로 풀려 나간 그 한 길을 더듬는 순간, 등골을 타고 갱 속의 냉기 같은 것이 스쳤다. "사월의 산이 으레 이렇게 차갑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갱구에서 올라오는 듯한 그 한기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했다. 줄이 늘어난 것이리라 — 무명실은 물기를 먹으면 늘어나는 법이고, 갱 안은 늘 축축하지 않은가, 라고 나는 덧붙였다.

전임자는 추를 너무 무겁게 단 사람이었다. 무거운 추는 줄을 늘인다. 한 달을 갱 속에 드리워 두었으니, 무명도 제 길이를 잊을 만하다. 셈이 틀린 것이 아니라 줄이 틀린 것이다.

권양기의 쇠틀에는 제작소의 명패가 박혀 있었다. 일본을 거쳐 들어온 독일제 물건으로, 나는 한 달 동안 그것을 닦기만 했을 뿐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날따라 등불을 가까이 대자, 쇠틀에 새겨진 라틴어 한 줄이 떠올랐다.

NUMERUS NON MENTITUR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 측량 기계의 표어로는 마땅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거짓말하지 않는 그 숫자가 무엇을 향해 자라나는지, 아니면 무엇이 그 숫자를 향해 자라 올라오는지, 그 라틴어는 말하지 않았다.

갱구 곁의 바위에는 전임자들이 새겨 둔 깊이의 표가 있었다. 측량기수들이 부임할 때마다 제가 잰 갱의 깊이를 정으로 쪼아 남기는 오랜 관례였다. 맨 위의 숫자는 글자가 또렷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비바람에 깎여 읽기 어려웠다. 가장 오래된, 맨 아래의 한 줄은 마지막 자리가 닳아 없어져 있었다.

스물█ 길

스무 몇 길. 가장 오래전, 이 갱이 처음 뚫렸을 적의 깊이였다. 나는 그 닳은 자리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갱은 마흔 해 사이에 스무 길에서 마흔 길로 깊어진 것이다 — 사람이 그만큼 파 내려갔으므로. 그러나 사람은 더 파지 않았다. 출탄(出炭)이 끊긴 지 오래라 했다. 파는 이가 없는데, 깊이를 적는 이의 숫자만은 해마다 자라 있었다.

나는 줄을 한 번 더 내려 보기로 했다. 직무에 충실한 까닭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일렀다. 늘어난 줄을 마른 것으로 바꾸어, 갱이 어제와 같은 마흔두 길임을 확인해, 대장의 숫자를 바로잡기 위함이라고.

마른 삼줄로 바꾸어 추를 내렸다. 붉은 실은 마흔두 개째에서 멈춰야 했다. 그러나 추는 마흔두 개째의 실을 지나서도 가라앉았다. 마흔세, 마흔네, 마흔다섯. 줄의 끝에 이르도록 추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그리고 줄이 다 풀린 그 순간, 갱 아래 어딘가에서, 추가 흔들리는 박자에 맞추어 무언가가 한 번 — 둔하게 — 울렸다.

문장은 거기서 끊겨 있다. 나는 다음 글자를 적으려 붓을 들었으나, 손끝에서 무언가가 붓을 거부했다. 갱구의 바위를 만졌을 때의 그 냉기와 같은 종류였다. 그러나 먹은 이어졌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한 줄의 숫자가 — 후세를 위해 — 천천히 적혀 내려갔다.

██████ 길.

그 순간, 손에 쥔 다림줄이 한 번 — 아주 잠깐 — 팽팽해졌다가 풀렸다. 바람은 없었다. 권양기의 도르래도 돌지 않았다. 무엇이 줄을 당겼다 놓은 것인지, 갱구 아래의 어둠은 답하지 않았다. 그것뿐이었고, 이내 줄은 다시 제 무게로 늘어졌다.

나는 야장의 여백에 그 깊이를 정확히 적어 넣었다. 분명 마른 줄도 갱 안의 습기를 먹은 것이리라 — 한 식경이면 무명도 삼도 물기를 머금기에 넉넉한 시간이 아닌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다림줄은 내 곁의 못에 걸려 있다. 쇠틀의 라틴어 옆에서, 추는 제 무게로 곧게 늘어져 갱구의 어둠을 가리킨다.

나는 못에 걸린 줄의 익숙한 길이를 바라본다. 다시 한 번 팽팽해지지 않을까 — 그러나 줄은 움직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