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37은 백룸 신화에서 흔히 풀룸이라 불리는 공간으로, 사람 한 명 없는 타일 수영장과 얕은 물이 햇빛 비슷한 빛 아래 끝없이 이어진다. 현 정전에서는 "Sublimity"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물소리와 잔향만이 채우는 정적 속에서 출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의 공포는 추함이 아니라 아름다움에서 온다. 휴양지처럼 평온하고 깨끗한데 사람이 전혀 없다는 부조화가, 폭력 없이도 깊은 불안을 빚는다. 리미널 스페이스 미학이 "아름다워서 더 무서운" 정적 호러로 결정화된 대표 사례다.
풀룸은 백룸보다 늦게 왔다. 백룸이 2019년 게시판의 사진 한 장과 짧은 글에서 시작한 데 비해, 풀룸의 이미지는 2022년 3D 작가 재러드 파이크가 꿈을 옮긴 연작 렌더로 퍼졌다. 그래서 두 공간은 결이 다르다 — 백룸이 누런 벽지와 형광등의 답답함이라면, 풀룸은 물빛과 타일의 청결함이다.
그 청결함이 오히려 기억을 건드린다. 어릴 때 다닌 수영장, 호텔 지하, 문 닫은 워터파크처럼 실제로 가 본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특정되지 않는 장소감이 핵심이다. 없는 기억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구조라, 무서움과 향수가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정본이 여럿이라는 점도 이 공간의 성격이다. 위키마다 층 번호와 이름이 다르고 설정이 갈라지며, 어느 판본이 진짜냐는 물음에 답이 없다. 장소가 아니라 장소에 대한 판본들의 더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