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은 제주도 신화의 창조 여신으로, 제주 무속에서 크게 받든다. 여러 이야기가 그가 섬의 지형을 지었다고 전한다. 얼마나 거대한지, 한라산을 베고 누우면 발끝이 바다 건너 섬에 닿았다. 치마폭에 흙을 담아 바다에 부어 삼백예순 개의 오름을 빚었고, 마지막으로 쌓은 한라산 꼭대기가 백록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여신에게는 인간의 속성, 곧 죽음도 함께 붙는다. 한라산 늪에 빠져 죽었다거나, 오백 아들을 위해 끓이던 죽 솥에 빠져 죽고 그 아들들이 오백 바위가 되었다는 죽음의 전승이 여럿이다. 몸이 곧 땅을 이루는 원초의 거인이면서도 예사롭게 죽는다는 이 결합이, 신화적 규모와 인간적 취약함을 한자리에 두는 우리 세계관과 통한다.